사랑하는 그에게
연애 초반, 저는 <오르막길>이란 노래가 참 슬펐습니다.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라는 가사 때문입니다.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지금에서야 제 자신을 정말 사랑하지만, 그와 연애를 시작할 당시 저는 자존감이 낮아 새로운 사람을 사귀거나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참 두려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저로 인해 제 인생의 여러 고단함을 함께 겪게 될까 그게 마음에 많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5년간 한결같이 저를 지지해주었습니다. 제가 움츠려들 때에나, 스스로를 비난할 때에나, 때론 그 비난의 화살이 그를 향할 때에도 그는 항상 저를 믿고 따뜻하게 안아주었습니다.
“언젠가 지쳐서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의심도 했지만, 그는 한결같이 따뜻한 모습만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5년 간 지켜본 그는 어찌 보면 순진하다고 느껴질 만큼 사람의 좋은 면만을 보는 사람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친구, 직장동료, 그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지난 삶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대단해질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의심은 내려놓고, 제가 어떤 사람일지라도 그가 저를 사랑해주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지금 제 옆에 서 있는 J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인가, 저는 제 스스로가, 그리고 제 삶이 굉장히 성공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J가 제게 준 믿음과 사랑에 보답하고자 그가 저를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도 제가 받았던 따뜻함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결혼식에 와주신 여러분 앞에서 약속하겠습니다.
저는 ‘좋은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현명하고 성실하지만 겸손함과 여유로움을 갖추고, 때론 따뜻함과 위트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J와의 가정에서도, 가정 밖에서도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항상 배우고 몸과 마음을 가꾸겠습니다.
귀한 발걸음 해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살겠습니다.
2020.12.13. 신부 이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