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순수한 설렘은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스무 살의 봄바람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몇 년이 흐르고 우리가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
사랑을 하고 또 결혼을 한다니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애가 타는 마음에 비해 정작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한계를 느낄 때도 있었지만,
당신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보며 꼭 안아주는 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학창 시절 막연히 꿈꿨던 모습 이상으로
사랑을 담은 기억들이 곳곳에 새겨져 나의 20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었어요.
한 사람에게 마음을 다했던 제 20대의 많은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혼자라면 깨닫지 못했을 것 같은, 당신과 사랑하면서 알게 된 내 모습이 많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더 지혜로울 수 있게 곁에서 내 얘기를 들어주고 대화해주어서 감사해요.
내 최고의 모습을 끄집어내 주는 당신 덕분에
내가 당신에게뿐만 아니라 세상에도 소중한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멋진 내 친구, 앞으로도 같이 우리만의 여정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래요.
처음 고백하던 날 조심스럽게 잡았던 새끼손가락 기억나나요?
손가락 하나 겨우 잡을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 우리의 여정 속에서,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수많은 순간에 더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해주었어요.
당신과의 소중한 관계를 지켜내겠다고 다짐한 뒤에 오는 자유로움은,
현실과 똑바로 마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실인 것 같아요.
아마 우리의 부모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우리도 살아가며 아웅다웅하겠지만,
순탄할 때는 순탄한 대로 좋고, 시련의 순간에도 당신과 함께 한다면 좋은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해요.
사랑합니다.
2020.12.13 신랑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