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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너지 Apr 30. 2022

11주년 기념

시간이 약이다

4월 30일. 오늘은 나의 11주년이다.

새 삶을 살게 되었으니 일종의 생일이랄까. 아기가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듯, 그날 이후 나도 휠체어에서의 삶을 배워가는 중이다. 여전히 어려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매년 나아지고 있어 스스로가 대견하다!


시간이 약이다.


예전에는 이 말이 싫었다. '뭘 안다고 그렇게 얘기하세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내 상황이 되어 본 적도 없으면서 쉽게 말한다고 생각했다. 위로의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모든 걸 혼자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에 외로웠다. 주변에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참 많았는데 혼자 땅굴(?)을 팠던 것 같다.


근데 어른들 말 틀린 게 하나 없더라. 시간이 약이다. 영원히 낫지 않을 것 같던 상처는 아물어서 흉터가 되고 또 새 살이 돋아 깨끗해지고 있다. 11년이면 강산이 변하고도 또 1년이지 않은가. 예전에는 4월만 되어도 우울했는데 올해는 사고 났던 날이 4월 29일인지 30일인지조차 가물가물했다. 그냥 이쯤이었지, 하며 남편과 제주도에 놀러 왔고 맛있는 걸 먹으며 우리의 지난 1년이 얼마나 대견한지 서로를 축하해줬다. 남편은 내가 장애 때문에 안 될 거라 지레짐작하고 자주 포기하던 예전과 달리 욕망에 충실한 1년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엄마에게 11주년 축하한다고 카톡이 와서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었구나 깨달았다.


좋았던 제주도 숙소, 대화에 빠질 수 없는 술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몸이 아프고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상황이 마음 같지 않을  - 누구나 순간들이다. 인생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신이 불공평하게 나한테만 힘든 일을 몰아준  아니. 비극과 희극의 갈림길에서 내가 비극으로 받아들인 것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겪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도 누군가의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 오늘 엄마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내게 힘이 되어준 것처럼 말이다. 매년 잊지 않고 연락을 준 사람들 덕분에 진심으로 따뜻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따뜻한 적이 있었을까.


내년 4월 30일에는 또 다르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다. 내년에는 내 인생만 바라보는 대신, 주변에 따뜻함과 위로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길. 그리고 올해보다 더 기쁘게 축하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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