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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리어스 Sep 18. 2020

어른의 맛이 왜 그렇게 부러웠을까

나도 얼른 매일 한 잔씩 하고 싶었던 시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까지 나는 새해 1월 1일이 되면 얼굴이 짠 하고 바뀌는 줄로만 알았다. (순수하기는...) 아직도 우면동 아파트에서 정초부터 제일 먼저 일어나, 전신 거울 앞으로 달려간 다음 내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좀 더 머리가 크고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에도 내겐 ‘사회인이 되는 순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Instagram @daybykyull


같이 자란 어린 이모들의 영향일까? 브런치와 커피를 시도 때도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 바로 내 미래의 청사진이었다. 생각해둔 ‘어른의 주말 풍경’ 역시 아주 구체적이었는데, 그것은 주말에 노트북(반드시 맥북)을 펴고 별다방에서 앉아 있는 내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는 1층에 별다방이 자리 잡았던 강남 한 오피스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말 아침이면 집앞 별다방에서 샌드위치를 씹으며 작업물을 정리하거나 열심히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학창 시절의 그 귀여운 소망은 내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진 것이다.



심즈가 깔린 노트북이 위시리스트였던 18세의 나, 2010



거울 앞에 섰던 내 모습이 하룻밤 사이 갑자기 변하지 않은 것처럼, 매일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는 어른은 되었지만 아직 진짜 어른이 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막연히 꿈꾸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이룬 것 만큼 이루지 못한 것도 있는 내 모습. 비록 십년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돌아보니 허무하기도, 우스울 정도로 귀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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