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만나는 삶
가을이 불쑥 다가온 것 같은 새벽입니다.
절기가 참 신기한 것이
때가 되면 해가 다시 짧아지고
그토록 괴롭던 열기도 조금씩 사그라드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입니다.
실존 인물 메리 에즈워드 워커의 이야기를 통해
성에 따른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다양성과 자기다움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입니다.
같이 읽어보실까요?
표지를 열면 면지에 바지와 치마가 보여요.
약 200년 전, 미국에서 남녀가 입던 복장인데
왼편 바지 밑에는 남자 옷,
오른편 치마 밑에는 여자 옷이라고
표시되어 있네요.
그 시대, 여자아이들은 바지를 입을 수 없었대요.
남자아이들이 자유롭게
몸으로 온갖 것들을 하며 노는 동안
여자 아이들은
숨이 막히거나 몸을 구부리기 힘들 정도로
불편한 옷을 입고 지내야 했죠.
그렇다고 세상 모두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네요.
어느 날 메리는 근사한 계획을 떠올리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깜찍하고 기발한 생각을 해내어
이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던 메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달려갑니다.
하지만 모두가 메리 옷을 좋아한 건 아니네요.
비난과 함께 던지는 계란 세례를 받죠.
메리는 조금 후회가 듭니다.
상심한 메리에게 아빠가 말해줘요.
'보지 못한 걸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꼭 그럴 필요는 없다.'
고요.
잠 한 숨 못 자고 고민한 메리는
이제 어떻게 할까요?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메리는 다시 치마로 돌아갈지 바지를 입을지는
이미 역사를 통해 다 알고 계시지만
책을 통해 메리가 한 용감한 행동과
그 뒷 이야기를 꼭 봐주시길요.
이미지 출처 : 출판사 카드 뉴스
200년 전, 용감하고 앞서 나간
한 미국 여성의 걸 크러쉬를 실감하며
감동과 용기를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지난 이른 봄,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의 출현이
별생각 없이 해오던 많은 것들을 멈추게 만들었지요.
그때 우리 집 일곱 살 아이에게도
크고 작은 변화가 왔는데요.
그중 하나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으려는 것이었어요.
바이러스가 무서워서
미용실에 안 가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머리를 길러보고 싶은 욕구가
이 기회에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친정엄마와 제가 틈틈이
머리를 다듬어 주다가 비전문가의 손으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어요.
보다 못해 겨우 꼬드겨 미용실에 가긴 했는데
아이의 요구에 맞춰 그야말로 다듬기만 했을 뿐,
여전히 머리는 기르고 있는 중이고요.
이 과정에서 무수한 사람들의 입 댐을 겪습니다.
가장 가깝게는 남편, 시어머니가
요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영상통화를 할 때면
인사로 머리 좀 자르자고 매일같이 말을 건네고요.
놀이터에서 만난 유치원 학부형을 통해
동네 분들이 아이 머리가 도대체 왜 이런 상태인지 궁금해한다는 걸
알기도 했죠.
코로나로 좀 쉬고 있지만
검도장에 가서는 일부 형아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를 기릅니다.
사실 날이 더워지며 땀이 많은 아이가 더울까 봐
앞머리가 너무 기르자 결막염이 올까 봐
앞머리와 옆머리만 살짝 쳐 내자 권유하다 안 돼서 묶고 다니다가 얼마 전에 좀 잘라줬어요.
어설픈 제 솜씨라 좌우가 약간 맞지 않고
삐뚤빼뚤한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뾰족한 삼각형의 버섯머리를
거울에 비춰보며 만족스러워하는 아이가
정말 멋지게 보여요.
어느 순간 저는
주변의 눈과 말, 귀가 무서워
하고 싶은 걸 다시 꼼꼼하게 살피다
그만두는 일이 허다하거든요.
아이가 머리를 기르겠다는데
왜 그렇게들 자르라고 안달이거나
무언의 압박을 넣을까요?
'남자'라서가 아닐까요?
남편과 시어머니가
매일같이 머리카락을 자르자고 하는 데는
남자답지 않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해요.
그럴 때 웃으며 응수합니다.
가만히 지켜봐 달라고요.
아이는 별 이유가 있어서
머리를 기르는 건 아니에요.
코로나로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집이며 방송, 유치원에서 수시로 강조받았고
딱히 머리에 불편함 없이 지내다
귀찮은 미용실에 안 가도 되니 좋았을 거고
그러다 보니 머리가 길었는데
그 모습이 마음에 든 거죠.
아이가 그럴 수 있었던 건 긴 머리는 (대체적으로) 여자가 하는 거라는
관념이 아직 없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조선시대만 해도
남자들도 머리 다 길렀잖아요.
짧게 쳐낸 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고요.
물론 짧은 머리가 실용적이고 위생적이긴 하지만
1-200년 전까지만 해도 긴 머리가 대세였던 거죠.
물론 아직은 누가 뭐라고 해도
머리를 기르고 말 녀석이긴 하지만
아이에게 머리를 계속 길러봐도 좋다고
적어도 '남자'라서 잘라야 한다는 관념은
위험한 것임을
자연스레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아이도 어쩔 수 없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성관념 들을 접하며 익숙해져 갈 겁니다.
분명 주어진 사회적 역할이 있지만
나와 다른 성을 배척하지 않고
고정된 것으로 단정 짓지 않으며
각자의 고유성과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는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이고
남자들만 마음껏 자유롭게 움직이고 뛸 수 있고
여자들은 얌전하게 예쁜 인형처럼
지켜만 봐야 존재가 아니란 것을
남자아이도 아프면 울고 무서움을
표현할 수 있고
남자 옷, 여자 옷이 아닌 내 옷, 내 모습을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그 관념에서 자유롭기를 바라봅니다.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같이 읽어보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갖고 있는
성역할에 대한 이미지를 꺼내
이야기 나눠보시면 좋겠어요.
주말에 또 큰 태풍이 관통한다는데
대비 잘하셔서 무탈하게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아니, 그냥 좀 비켜가면 좋겠습니다.
부디, 오다가 약해져서 비만 좀 내리길!
주말 잘 보내세요.
내 이름은 빨강.
**그림책 애호가로서 사용한 이미지는 그림책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에 있는 출판사 카드 뉴스 속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