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 Wolf는 Financial Times의 Chief Economist. 이 분의 칼럼을 좋아한다. 현상에 대한 논리 정연한 분석과 전망, 그리고 명쾌한 결론이 돋보이는 분이다.
최근의 글과 인터뷰에서 이 분이 2가지를 주장한다. 1. Inflation의 가능성 높다. 2. 현재의 주가는 버블이 아니다. 나는 Inflation 가능성이 낮다고, 그리고 주가는 버블이라고 여기고 있어서, 이 분과는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주가와 Inflation은 연결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에 그의 의견들을 정리, 분석해 본다.
Inflation과 중국, 노동 가능 인구
Charles Goodhart와 Manoj Pradhan의 책에서 전쟁이 끝난 후에 Inflation은 5~10%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돈을 풀고 재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이번 covid19에 각국 정부는 전쟁처럼 대응했다. 이 것뿐만 아니라 세계는 regime change를 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저물가, 저이율, 고부채 작동 방식이 Inflation을 유발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는 고물가, 고이율, 저부채 시스템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중국은 저임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에 물건을 쏟아내어 공급을 통한 물가의 하락을 유발했다. 선진국에서는 생산가능 인구가 증가하고, 여성들이 신규로 노동에 참여하면서 노동자의 수는 인구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이 결과, 임금 상승은 억제되고 노조의 힘은 약화되어 GDP에서 기업이익 비중이 커지고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노동력 증가로 인한 “저축의 증가(=소비 위축)”와 “중국의 저가 수출”이 결합한 결과 Inflation이 낮아져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낮은 금리는 전 세계적으로 부채 증가를 유발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미국의 공격과 견제를 받으며 “세계화”가 도전을 받고 있고, 중국도 소득이 증가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전 세계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공급 감소는 당연히 물가를 상승시키는 압력이고, 노동력의 감소 역시 노동력의 가격 상승을 유발하여 비용 상승에 인한 물가상승을 유발한다. 노동력의 감소는 노조의 영향력을 증가시켜 임금 상승을 통한 물가상승을 가속할 것이다. 아울러,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저축은 줄어들고 저축으로 소비를 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소비 증가를 유발하여 Inflation 압력이 커진다.
중국이 세계경제에 편입되기 전인 1980년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현재와 같은 저금리, 높은 부채라는 큰 변화가 실제로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공급과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미래에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식 시장이 버블이 아닌 이유
“Credit Suisse Global Investment Returns Yearbook 2020”에 의하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무위험인 국채에 비해 4% 더 높은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원한다. 즉, “Re(요구 수익률) = 4% = Rm(주식투자 수익률) – Rf(국채 수익률)”이라는 것이다. 모두 실질 기준이다. 실질은 물가 상승분을 제거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재 미국의 실질 단기 국채 수익률은 -1%이다. 실질 금리는 "명목금리 - 물가 상승률". 따라서 “Rm 3% – Rf (-1%)” =4%가 된다. 즉, 과거 국채 수익률이 “+”일 때는 요구 수익률이 4% 이상이지만, 이제는 3% 수익률이면 된다는 것이다. 만일 과거에 주식이라는 물건의 가격이 100일 때 4% 수익률이 나와야 했다면, 이제는 133에 사서 3%의 수익률이면 되는 것이다. 즉, 기업이 과거와 동일한 주당 이익을 낸다면, 실질 기준으로, 이자율이 하락했기 때문에 주가는 크게 상승한다는 것이다.
의견
1. 2021년 다소 높은 물가상승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Wolf는 세계화 후퇴 및 중국의 변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질서의 변화가 향후 Inflation 환경을 만드는 주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나는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리 큰 요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을 대체해서 전 세계에 싸게 공급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삼성전자도 이미 베트남으로 제조 기지를 옮겼고, 아이폰 만드는 폭스콘도 동남아, 인도로 제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는 얘기는 옛날부터 나왔다.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지만, 과거에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관세보복이 수입물가의 상승을 초래해서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아직까지는 별 영향 없다. 생각만큼 중국의 임팩트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Covid로 인한 소비 위축의 영향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성급히 결론 내기는 어려워서 당분간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다.
해석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노동인구가 은퇴를 하게 되면 저축을 안 하고 소비만 하기 때문에 소비가 증가해서 Inflation의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표현은 이상하다. 소비라는 것이 기대소득의 함수인데, 연금 외에 기대소득이 하나도 없는 은퇴한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난다는 점은 이해가 안 된다. 당연히 기대소득이 많은 노동 가능 연령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 실증적으로도 일본의 경우를 보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deflation이 발생했다. 나이 들어서 소비가 증가할까? 늙어서 Yolo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책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지 않았나 짐작한다.
구조적으로 Inflation이 지속될 것이라는 Wolf의 글뿐만 아니라, 2021년에 Covid가 진정되면 “보복적 소비”로 인해 일시적이라도 Inflation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2021년에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상승하여 잠재성장률을 상회한다면 2% 이상의 Inflation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IMF는 2021년도 경제전망에서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 5.2%, 선진국 3.9%, 신흥국 6.0%, 한국 2.9%로 추정했는데, 전 세계의 잠재성장률이 2.5%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의 Inflat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다만 2021 성장률 전망치에는 2020년 저성장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있기 때문에, 2022년에는 성장률이 다시 낮아져서 Inflation이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아울러 100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제가 지금 70을 생산하고 있는데, 다시 90을 생산하게 된다고 해서 빠른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수요가 100을 넘어서 설비를 증설하고, 원자재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사람을 추가적으로 고용해야 물가 상승이 빨라 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가상승은 mild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 버블이 아닌 이유는 Hindsight
정상적인 경우 주가는 금리가 하락할 때 상승한다. 이는 이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철칙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상승의 정도이다. 위의 예에서 기업이익은 33% 하락하는데, 국채 금리가 실질 -1%라면 주가는 가격 변동이 없어야 한다. 주가라는 것이 미래의 기대를 선반영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과도하면 fundamental에서 벗어난 버블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2020년 주가 대비 기업이익은 IT버블 시기를 제외하고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리고 투자와 관련된 이론에서는 실질 개념을 쓰지 않는다. 실질이 경제학적으로는 유용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자산 가격의 valuation에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투자 이론 = valuation"이다. 그래서 굳이 실질 개념까지 주식 가치평가에 동원해서 현재의 주가를 정당화할 필요가 있나 싶기는 하다. 버블이 반드시 터진다는 법도 없는데.
"There is no stock market bubble", Martin Wolf, Financial Times, DEC. 16, 2020
버블은 터진 다음에야 실체를 체감할 수 있다. 지금은 버블이 아니라고 믿거나 혹은 터지지 않을 버블이라고 믿을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처럼 투자하면 된다. 내 경우 회사의 자금을 운용했기 때문에 시장이 터진 후에, 동료들 무더기로 잘려나가고, 원금을 복구하는 어려움을 회사에서 월급 받으며 경험했지만, 만일 내 개인 자산이었다면 파산했을 공포스러웠던 경우를 몇 차례 겪어서, 분석한 후에 납득이 안되면 투자를 추가적으로 안 하고 헷지에 더 신경을 쓴다. 투자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옛날 혼자서 1분기 만에 부서의 투자수익연간 목표 92%를 만들고 난 후, 그다음 분기 내내 출근했다가 아침 미팅 끝나면 매일 테니스장 가서 하루 종일 산 적도 있다. 자랑은 아니고, 행운도 작용한 것이지만 내 나름으로 fundamental을 분석해서 일찍 움직였다는 점을 얘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