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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Jan 24. 2021

공매도에 대한 생각

투자전략,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공매도


요즘 공매도 재개 문제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현재, 제도 자체가 개인이 공매도하기 어렵고, 기관은 쉽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은 맞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매도 금지가 지속된다면 외국인을 포함한 기관들 자금은 상당 부분 다른 나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공매도는 주식 현물을 빌려서 팔고 나서 나중에 주식 현물을 사서 갚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 가격이 100원일 때 현물을 빌리고, 90원으로 하락했을 때 시장에서 주식을 사서 현물로 갚으면 10원의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개인들은 빌리기 어렵고, 기관들은 쉽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다. 운동장이 기운 이유는 개인의 신용과도 관련이 깊다. 주가 상승이 무제한인 것처럼,  공매도 손실도 무제한이다. 100원일 때 현물을 빌려서 1000원에 사서 갚으려면 손실이 900원, 마이너스 900%가 된다. 손실 크게 나면 개인들은 기관보다 감당할 능력이 취약하다.


뭐가 문제냐? 공매도 금지하고 개인들이 시장 떠받치면 되지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이 문제는 뒤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어쨌든, 공매도는 필요한 제도이고,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인 논리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독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제도개선은 필요하지만, 개인 신용도는 기관에 비해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는 하다.


공매도의 이론적, 현실적 근거


주가는 수많은 사회, 경제적 현상의 영향을 받는다. GDP, 경기, 인구구조, 기후변화 등등.

특정한 현상이 미래의 기업실적, 기업가치, 주가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를, 상장기업 전체를 놓고 regression 분석을 한 후에, 이를 기반으로 공매도를 포함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APT(Arbitrage Pricing Theory) 이론인데, 공매도 필요성의 이론적 근거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과거보다 비가 많이 올 것 같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올 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 한다면,


단순한 모델은,

E(Ri) = Rf + β1i (R1 - Rf),

E(Ri): i기업 주식 기대수익률, Rf: 무위험 이자율,

β1i: i기업 주가의 강수량에 대한 민감도,

(R1 - Rf) : 강수량 리스크 프리미엄


Rf = 1%, A기업 β1a = 1, R1= 4%이면,

강수량이 증가했을 때 A의 기대수익률은 1% + 1 X (4% - 1%) = 4%.

만일 B기업이 있고 β1b = 0.5로 가정하면 기대수익률은 2.5%(1% + 0.5x(4% - 1%))이다.

따라서 B를 공매도하고 A를 산다면 4% - 2.5% = 1.5%의 무위험(arbitrage)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는 다양한 요인의 β값을 구해서 사용한다. 오리지널 APT가 제시한 요인은 “산업생산 증가율”, “Inflation”, “장단기 금리차”, “채권 등급의 spread”이다. 만일 이 요인들을 쓰지 않고 주가의 표준편차 하나만을 요인으로 한다면 CAPM이 된다. 테크니컬 한 얘기지만,  CAPM에서도 공매도를 허용하면 Efficient Frontier가 확장되어 공매도가 없을 때 보다 더욱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이론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공매도는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감안한 투자전략을 세우고, 이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 동일한 기업도 투자전략에 따라서 매수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공매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다양한 요인에서 모두 비효율적인 기업은 당연히 공매도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공매도는 “비효율적인 기업을 솎아낸다”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작은 순기능일 뿐이다.   


실무적으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백, 수천 가지 요인 중에서 임팩트가 큰 요인들을 찾아내거나 경험적으로 결정한 후에, 이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 기업들을 찾아내서 기업실적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가를 정교하게 재무제표로 확인하는 작업을, 투자전략을 수립하고, 전략에 맞추어 공매도를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프로세스를 얼마만큼 인사이트 있게 실행하는가가 투자실적을 좌우한다.


오늘만 살지 않는다


현재의 공매도 제도가 개인에게 불리하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은 맞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동학 개미가 늘어나서 표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매도는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관의 참여를 유도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큰 세력으로 등장한 개인들이 주도하는 시장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면, 중국을 보면 답이 나온다. 중국은 개미가 시가 총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주가지수(SEEC)는 전 세계에서 변동성이 가장 높다. 한 때 6500 갔던 지수는 지금 3500~3600이다. 6개월간 100% 상승했다가,  그다음 6개월간 60% 이상 하락한 적도 수차례 있는 무척이나 다이내믹한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해서 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공매도 논의처럼 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하면 위험하다고 본다. 심하게 얘기하면 현재의 표를 얻기 위해 미래를 팔아버리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매도뿐만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도 입법을 한다는데, 미국, 유럽, 일본에서 대규모 손실보상을 했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나라는 돈 찍어서 이런 일 하고 싶다. 그러나 억울하지만 이는 기축통화국의 특권이다. 우리나라 통화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면 외환이 탈출해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외환위기 → 금융위기”는 IMF 사태로 우리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리스에서도 봤다. 얼마나 사람 사는 것이 비참해지고 사회가 엉망이 되는지.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이다.


P.S. 이 글을 올린 지 며칠 후

1. 재밌는 공매도 이야기가 나와서 추가.(한국경제) 

2. IMF, 한국의 공매도 금지에 대해 우려 표명.(동아일보)

- 주체적으로 우리 식대로 살기 힘들다. 아니면 그냥 갈 데까지 가보던지, IMF 안 무서우니까. 그나저나 북한은 얼마나 괴로울까? 통치이념이 "주체사상"인데. 


공매도 대전에서 미국개미 '압승'…헤지펀드 무너뜨렸다

2021.01.26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게임스톱 주식이 폭등하면서 이 주식을 공매도했던 헤지펀드가 긴급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에 몰렸다. 개미들이 뭉쳐 월가의 헤지펀드를 누른 셈이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월가의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은 이날 또 다른 헤지펀드인 시타델과 포인트72로부터 2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자본을 수혈받았다. 이는 대거 공매도했던 게임스톱 주식이 지난 22일 51.1%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한 때 144%까지 폭등해 '숏 스퀴즈'에 내몰려서다. 숏 스퀴즈는 공매도했던 주식이 너무 오르는 바람에 팔았던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스타 포트폴리오 매니저였던 게이브 플롯킨(Gabe Plotkin)이 지난 2014년 설립한 멜빈캐피털은 그동안 연평균 30%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올려온 곳이다. 이들은 게임스톱 공매도로 올들어 지난주까지 자본(125억달러)의 15%에 달하는 손실을 냈고, 이날 손실폭이 30%까지 커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에 포인트72 등으로부터 긴급히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은 한동안 잊혀진 주식이었다. 지난해 7월까지도 주가는 4달러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13일 애완동물 쇼핑몰 츄이(Chewy)의 공동창업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 작년 8월 이사진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코언이 자신의 RC벤처스를 통해 지분 13%를 사들인 뒤 자신을 포함한 3명이 이사회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작년 말 게임스톱 측에 모든 오프라인 점포를 팔아버리고 온라인 유통점으로 변신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요구해왔다.     

이런 주장에 이른바 '로빈후드 투자자'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세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토론방을 만들어 집단 매수에 나섰다. 이들은 주식뿐 아니라 주식콜옵션까지 대거 사들였다. 주가가 폭등하자 일부는 레딧에 5만3000달러를 옵션에 투자해 며칠 만에 1100만달러를 벌었다는 무용담 등을 앞다퉈 올렸다. 실제 지난 22일 60달러짜리 게임스톱의 콜옵션 가격은 장중 2센트에서 16.7달러까지 뛰기도 했다.    
    
지난 12일만 해도 19달러대이던 게임스톱의 주가는 22일 65.01달러에 마감했다. 열흘간 235% 급등한 것이다. 이날은 장 초반 144% 뛴 159.19달러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거래량도 이날 1억7000만주에 달해 30일 평균인 3000만주를 크게 뛰어넘었다.      

게임스톱 주가가 지난 13일부터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폭등하자 시트론리서치, 멜빈캐피털 등 몇몇 헤지펀드는 대량 공매도에 나섰다. 이들이 공매도한 주식은 게임스톱 유통물량의 138%에 달했다. 이론적으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모두를 다 사들여도 공매도 물량을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신나게 팔아치웠다는 얘기다. 공매도가 인기를 끌면서 게임스톱 주식을 빌리는 이자율은 23.6%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개미들이 지지않고 지속적으로 매수하면서 주가가 끝도없이 오르자 공매도를 했던 펀드들은 주식을 사서 되갚아야하는 '숏 스퀴즈'에 걸렸다. 콜옵션을 팔았던 기관투자자들도 '감마 스퀴즈'에 걸려 주식을 오히려 매수하게 됐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경이다.    

개미에게 두 손을 든 헤지펀드는 멜빈캐피털 뿐만이 아니다. 공매도 전략으로 유명한 시트론은 지난 22일 공매도를 포기했다. 블룸버그는 S3의 이날 공매도 세력의 손실액이 6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게임스톱은 장중 전날 대비 마이너스까지 급락하기도 하다가 결국 18.12% 오른 76.79달러로 마감했다.  이들 투기적인 개인투자자들은 다른 종목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지난 22일 장중 주가가 100% 넘게 올랐던 블랙베리는 이날 장중 47% 폭등하기도 했다. 이날 28.42% 상승세로 마감된 블랙베리는 주가가 왜 급등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단독]IMF, 정부에 ‘공매도 금지연장 우려’ 표명

김형민기자 김자현기자 입력 2021-01-26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우려를 금융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이 3월 15일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연장 여부를 검토 중인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26일 “우리 정부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한 뒤 IMF가 연장 조치의 당위성 등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사서 되갚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위원회는 시장 안정을 위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 6개월 더 연장했다.

 IMF는 공매도 금지 장기화가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금융사 등 해외 투자가들에게 공매도는 주요한 투자 헤지(Hedge·위험 회피)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금지 조치가 길어질 경우 헤지 수단이 사라져 한국 금융시장으로의 유입 요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투자가들이 지난해 3월 이후 국내 주식을 12조 원 가까이 팔아치우며 순매도를 이어가는 데는 공매도 금지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공매도 금지에 나섰다가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도다. 프랑스 이탈리아 대만 말레이시아 등이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지난해 종료했고 미국 일본 영국 등은 아예 공매도 금지를 하지 않았다.

국회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IMF와 금융위는 이번 주 연례회의를 열고 공매도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IMF가 공매도 금지에 대한 우려를 또다시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매도는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주가가 하락할 때는 하락 압력을 더 키우며 시장 불안을 높인다는 문제가 있다. 개인투자자들과 여당은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금지 조치를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의식해 연장 조치를 압박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공매도 적발·제재 시스템이 보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공매도가 재개돼도 증시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5월)와 유럽 재정위기(2011년 8~11월) 때도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재개했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다.

3월 16일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보완을 준비하고 있는 금융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외국인투자가들의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지 않는 절충안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금융위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설 연휴 전 당정 협의를 열고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를 3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거론되지만 은성수 위원장이 재개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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