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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티 May 12. 2021

네덜란드에서 가져 온 일상의 작은 변화

언젠가부터 여행지에서 기념품을 잘 사지 않는다.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추억을 기념한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오면, 물건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항상 보이지 않은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용하게 사용하는 기념품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여행에서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시선'과, '폭넓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낯선 타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의 인식이나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경험을 한다. 또 내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일상에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만큼 경험은 강력하다. 그래서 여행을 갈 땐 기념품을 사기보단,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려고 한다. 그 나라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나의 일상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네덜란드 여행을 통해서도 미술관 엽서를 제외한 기념품을 사지 않았다. 다만, 그곳에서 긍정적으로 경험한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나의 일상에 조금씩 이식해 나가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수도 있기에 간단히 기록해 놓고 싶어 졌다. 


1. 자전거와 함께 하는 삶 

네덜란드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자전거 수가 사람 수보다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석유파동, 교통사고 증가 등 역사적인 이유와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형적인 이유도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인 건강은 물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네덜란드를 여행하며 나도 자전거를 안탈 수가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는데 신세계를 경험했다. 자동차나 대중교통 안에서는 보지 못했던 확 트인 시야가 답답한 가슴을 뻥 뚫리게 했고, 자연과 작의 거리의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에 와서도 자전거와 좀 더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릉이 정기권을 끊어, 가끔 퇴근할 땐 자전거를 이용했다. 하루 종일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땐, '여기가 바로 네덜란드야'라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페달을 밟는다. 아직은 자전거길이 잘 구비되어 있지 않아 아쉽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네덜란드만큼 이곳도 더욱 안전한 자전거길이 많이 생기길 기대해본다. 최근엔 좀 더 자전거를 많이 타고자 사내 자전거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네덜란드에서 가져온 가장 큰 수확은 단연코 '자전거 라이프'가 아닐까 싶다. 

네덜란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자전거


2. 검소함

네덜란드인들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 있다. 바로 검소함이다. 물론 모든 이들을 일반화할 순 없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선 정말 명품백을 메거나, 명품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 주요 교통수단이 자전거다 보니 화려한 옷보단 편안한 옷을 선호하기도 하거니와, 역사적인 이유도 있다. 아무래도 상업으로 전성기를 누린 나라다 보니, 상인들 특유의 실리추구, 합리성, 효율성 등을 따지는 게 검소함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세계적으로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인데, 일상생활에선 사치보다 검소함을 추구한다.


3. 유창한 영어 실력

아, 네덜란드인들 정말 영어 잘한다. 어딜 가나 영어가 통하기에 여행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를 제일 유창하게 하는 나라로 늘 꼽힌다. 그 비법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더빙을 입히지 않은, 영어 콘텐츠를 어릴 때부터 자주 접한다는 점. 무역으로 전성기를 누를 때부터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키워 온 나라라는 점 등 여러 요인이 있었다. 대학 시절 교환학생 갔을 때도, 클래스에서 가장 영어를 유창하게 했던 키 큰 더치인이 문득 떠올랐다. 무튼 기분 좋은 동기부여를 받고, 한국에 와서 영어공부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부디 꾸준히 할 수 있길)


코로나로 인해 네덜란드를 갔다 온 지도 꽤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자전거를 즐기게 됐고, 영어를 꾸준히 하고 있다. 검소함은 참 어렵다. 하하. 이쯤으로 '튤립보다 네덜란드'편을 마치려 한다. 다시 네덜란드를 갈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어제는 마우리츠 미술관에서 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엽서를 살포시 꺼내어, 책장 앞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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