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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팔구일 May 12. 2023

세계관은 필요없다, 라잇 나우 히얼 위고!

영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리뷰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서울사이버대학에 다니고 나의 성공신화 시작됐다" 같은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 순간 있다, 없다 ?

슈퍼 마리오 게임을 해 본 적은 없어도 게임이 시작할 때 나온 음악은 알거다. 등교등교등교는 보너스.(슈퍼마리오가 학교에 어떻게 가는지 묻는 넌센스 퀴즈!)


보통 악당을 무찌르는 영화 같은 경우엔 세계관을 밑밥으로 풀어넣는다. 슈퍼 마리오는 그런 쓸데 없는 얘길 할 시간 따윈 없다는 듯, 관객의 손을 붙잡고 곧장 게임의 세계로 이끈다. 주제는 단순하다. "쿠퍼, 너 뒤졌어"


길을 걸어가는 게 이토록 재밌는 일이었나 ?

내가 걷는 현실의 길에서도 어쩌면 파워업을 하는 박스를 발견할 거 같고, 쌩뚱맞게 길이 끊어질 듯 하다가 무지개 다리로 변할 거 같고, 카트를 끌고 시원하게 한바탕 달려줘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4DX로 이 영화를 굳이 본 후유증일 수 있겠으나(물 좀 그만 뿌려요, 그만 좀 흔들어요 어깨 나가요), 그만큼 작품은 마리오가 동생 루이지를 구하기 위해 다크랜드로 가는 여정, 그 길을 담는 것을 게임 코스에서 따오며 흥미를 높였다.


뉴욕에서 배관공을 하는 마리오와 루이지의 험난한 사회생활, 전쟁의 전략이라곤 눈싸움 밖에 할 줄 모르는 버섯 왕국, 수감자들을 뜨거운 불 위 새장에 가둬놓는 잔인한 다크랜드, 동남아에 온 듯 따뜻하지만, 위트있는 고릴라들이 사는 정글랜드 ! 마리오는 동생 루이지가 갇힌 다크랜드로 가기 위해 피치공주에게 도움을 청하고, 피치공주는 정글랜드에 원정을 요청하며 이들은 세계를 넘나든다.


원정을 도와줄테니 내 아들 동키콩을 이겨봐! 이 뜬금없는 장면이 영화 중 가장 긴장감, 고양이로 변한 마리오의 매력을 극대화한 씬스틸이었다. 보통 악당을 물리치는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지는데,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이 장면이 하이라이트같다.


악당 쿠퍼가 잔인하게만은 보이지 않다는 게 구멍이자 매력이기 때문이 아닐까 ? 쿠퍼에게 잡히는 순간 공포가 아니라 "네 목소리 들으며 죽기 싫어" , "그 징그러운 발톱 치우지 못해 !" 라며 유머가 흐른다. 이 영화를 서사가 아니라 게임으로 봐도 좋다는 하나의 신호탄이다.


영화에서 다양한 길이 펼쳐질 수 있었던 건 각자의 세계가 달랐기 때문이다. 삭막하고 어두침침한 지하의 세계가 있는 뉴욕 브루클린, 착하지만 피치에게 나라를 지킬 모든 책임을 떠넘긴 채 백성들은 유약한 버섯왕국, 유머러스하지만 원형 경기장 싸움을 구경하는 대중문화가 익숙한 정글왕국, 백성 모두 폭탄을 소유하는 게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것만큼 당연한 다크랜드. 영화에 등장한 모든 세계에 각각 다른 종류의 폭력이 감추어졌다는 게 흥미로웠다.


마리오 형제를 바라보는 피치공주와 쿠퍼의 시각이 다른 것도 독특했다. 피치공주는 당신처럼 작은 형제라면 벌써 쿠퍼가 잡아먹고, 크기가 작아 먹은 줄도 모를거다라며 그의 연약함을 먼저 본다. 반면 쿠퍼는 마리오가 공주들이 좋아할 얼굴이냐며 그를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훈련한 피치, 누군가를 짓밟는데 익숙한 쿠퍼이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반대로 생각하자면 피치는 강점보다는 약점을, 쿠퍼는 누군가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는 캐릭터라고도 여겨졌다.


세계관은 필요없다. 그냥 일단 달려가자.

마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 "뭘 믿어요 후지게 그냥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만큼 슈퍼 마리오라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믿음이

자신있다는 거겠지. 갖고 싶다 그런 자산.

물려받은 자산이 제일인 시대인데, 이런 연약한 서사로 거대한 재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요즘의 개천용 바이바이를 떠올리게도 하는 듯 하다.


왈왈, 그만 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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