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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팔구일 Feb 03. 2024

작은 촛불 하나가 울리는 빛: 지오디 마스터피스 더무비

잊고 산 그리움과의 조우

세상엔 우리들만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을
그 친구들에게
이 노래를 바칩니다.
모여라 얘들아

헤어질 때 우리 다시 만나자고
맹세했던 그 약속 지키려고
하늘색 풍선 가득했던
YOU&ME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헤어질 때 우리 다시 만나자고'라는 부분이 계속 듣고 싶어지는 노래다. 리드미컬함 속 따스한 울림, '헤어지다'라는 워딩을 이토록 투명하고 산뜻하게, 사랑 가득히 표현할 수 있는 가수가 얼마나 있을까.


데뷔곡부터 어머니와의 헤어짐을 노래한 사람들,

잘가라는 말에 가지마란 진의를 속삭인 그룹오브더즈


20년 전, 열다섯의 나는 수치심의 늪에 갇혔다. 가난과 찌질함으로 무장한 더러운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다. 구정물을 매일 몸에 끼얹는 것 같았다. 진득임과 찝찝함, 퍽퍽함과 송곳같이 찌르는 고통이 학교를 다니는 시간 뿐 아니라 홀로 거니는 순간까지 자리했다.


아무것도 보고싶지도 볼 수도 없던 나에게

햇빛이 돼준 건 god의 노래였다. 돈을 모을 수 없던

형편의 나였지만 이들의 100회콘서트도 여러번 다녀오고, 새벽예배간다 거짓말하고 이들 공연을 보러 KBS 공개방송도 다녀왔다. god팬들이랑 미군 장갑차에 깔려 운명을 달리한 효순 미선양을 기억하는 추모 집회도 참석했다.


god를 생각하며 간신히 숨을 었다. 비겁한 사람과 나쁜 사람의 경계선에 있던 내가 간신히 최악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착한 사람들의 울림 덕분이었다.


오래 잊고 지냈다. 지오디 마스터피스 더무비를 보았다. 싱어롱상영관이었다. 팬들이 하늘색 야광봉을 들고 응원하며 관람했다. 나는 그런 관인 줄 모르고 응원봉이 없었는데 옆자리에 계신 분이 나에게 응원봉을 빌려주셨다. (god팬은 예전부터 잘 나누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많았다.) 노래를 따라부르며 실물의 god를 보는 것처럼 응원하는 팬분들 덕분에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내가 이들을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이 마음을 평생 발견하지 못했을 것 같다. 사람의 마음엔 분명히 존재하지만 뜯지 않아 모르는 마음이 많이 있을 수 있단 걸 생각하게 했다.


이들은 내 존재조차 모를테지만, 멤버가 탈퇴한단 이유로 너무 쉽게 마음을 버렸던 뒤늦은 미안함을 전한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지만 어쩌면 큰 상처를 그들에게 준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god가 활동을 해체하고 우연히 멤버 두 명을 본 적이 있다. 작은 행사장에서(예전의 큰 무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래 부르는 멤버를 구경꾼처럼 바라보았던 게 10년이 지나서야

진하게 미안하다. 나만 간직한 미안함이다.

평생 기억하며 살겠다.


어두운 터널, 날 수 없는 날갯짓으로 아픈 시간이

사는 날 계속 된다 하여도

고운 위로가 손 잡아준 시간 기억하며

천천히 비추는 촛불 하나 피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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