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자아를 넘어서려면
영화 <늑대아이> 리뷰
관계가 친밀해지면 상대의 치부도 내 앞에 와 있다.
좋아한다는 말이 그 사람의 모든 게 예뻐보인다는 건 아니다.
어린 시절 이사를 간 적이 있었는데, 내 물건이 담긴 박스를 잃어버려 크게 운 적이 있었다. 그때 내 짜증을 듣고 있던 아빠가 "왜 울고 지랄이냐"며 작은 소리로 말씀하셨던 게 생각난다.(못들을만큼 작은 소리였지만 그런 소리는 주파수가 안잡혀도 잘들린다) 피가 섞인 자식도 미워 죽겠는 순간이 있고, 그의 아픈 모습까지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누군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치부를 말하는 순간엔 본능적으로 치졸해진다. 친밀해진 상대방이 자신의 상처를 용기내어 드러내 말을 걸면 도망치는 편이다.
내 앞에선 네가 진실한 친구니까 이런 얘기까지 털어놓는거야 라고 말했지만 나를 중요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고, 무시하고 이용당한 시간이 있어서다.
아픈 걸 이야기하는 사람에 대해 들을 순 있으나 불쌍하다거나 깊이 공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걸 왜 나한테 말하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고, 이런 마음을 품은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가 밀려온다. 악순환이다.
영화 <늑대아이>에서 하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늑대라는 괴이한 모습으로 변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당황하거나 싫어하는 기색도 없다. 늑대와 입맞추는 모습은 좀 충격적이었다.
하나는 누군가를 쉽게 단정하거나, 계산하지 않는다.
한 번 꽂히면 그 마음 그대로 밀고 가는 우직함이 매력이다. 완벽한 결과물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한 사람이다.
하나는 자신이 낳은 늑대아이들, 유키와 아메가 도시에서 살아가기엔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이들은 '늑대'라는 정체성을 숨겨야만 살 수 있는데, 도시는 유키와 아메가 숨쉬는 것조차 여유롭지 않은 험악한 곳이다. 어렵게 이사 온 농촌은 늑대의 정체성이 발각될 위기에 있었지만 이상한 점을 보고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수더분한 마을 사람들, 그리고 늑대 아이를 보호하고 비밀을 지켜주는 이가 등장하며 이들은 대자연에서 늑대로, 세상에서 인간으로 자신의 인생을 잘 펼쳐나가리라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시선이 중요하다. '늑대는 인간을 헤칠거야' '저런 해괴망측한 건 없애버려야 해'라는 시선과의 싸움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사랑을 다해 온 마음을 다해 늑대아이들이 고유하게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한다.
누군가의 치부를 바라보는 마음도 노력해나가야 하는 거구나. 나는 사랑이 없어, 저런 건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스러워 취향과 기호는 바꿀 수 없는 거라며 더 이상의 만남을 끝내버린다면 사랑을 버리는 거다. 사랑은 오래참고 온유하다. 나는 한 번도 그런 마음을 품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내 체면 때문에 누군가를 참아본 적은 있지만, 그 사람의 허물을 감싸주고 싶어하고 생명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해 본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 상대의 좋은 것만 찾아보려는 마음이다. 빛과 그림자는 함께 있다. 누군가를 이상화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함께 하자. 도망치지 말자.
이렇게 말하지만, 최근 몇 명을 차단했다.
모래야 나는 얼만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만큼 적으냐 정말 얼만큼 적으냐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설렁탕 돼지 같은 주인을 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