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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루 Jan 30. 2018

Day 90 춘천 - 드디어 90일차!

이번 출장을 통해 군대에 다녀온 남자들에 대해 전경심(?)마저 갖게 되었다. 101일동안 사제 음식을 먹으면서 호텔, 콘도 등지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것도 간혹 갑갑한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2년을 산골에서 엄격한 규율에 맞춰 살고 나와야 한다니. 군대는 으레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자신을 반성합니다... 100일 휴가를 기다리던 선배들 친구들의 마음이 이랬을까? 고지가 보인다! 오늘로 90일차다! 서울아 11일만 기다려라 내가 간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글로벌 호스피 주자들이 오는 날이었다. 캐나다 사람들이었는데 마침 오늘 생일을 맞은 주자가 있다고 하여 CP에서도 생일 축하 현수막과 케이크, 그리고 노래를 준비했다. 손바닥만한 치즈 케이크에, 차디찬 바람 때문에 다 꺼져버린 초였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시기를~


성냥으로 불 붙이는 나


글로벌 호스피 주자들 외에, 또 중요한 주자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 회사의 한 팀장님과 프로님이 뛰는 날! 회사 사람들이 뛰는 날이면 가능한 모든 동료들이 봉송로에 나가서 응원을 한다. CP 붙박이 수준인 나도 오랜만에 봉송로로 향했다.


단체샷


며칠간 서울에 가서 다른 업무를 보던 팀 후배가 오늘 잠깐 돌아오는 날이라, 그간 크루나잇이며 선배들에게서 받았던 선물을 전해줘야 했다. 아침에 늦잠을 자서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양손에 후배에게 전해줄 담요와 무드등을 들고 차에 올라타보니 아뿔싸. 영하 10도 이하인 오늘 같은 날 내가 흰 롱 패딩을 안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CP는 체육관 로비라 찬바람이 계속 들어오고, 봉송로까지 나가야 하는데 정말 얼어 죽을뻔 했다. 궁여지책으로 핫팩 두 개를 뜯어 하나는 자켓 안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하나는 배와 바지 사이에 끼워두었다.


봉송로에 나가 슬랏을 찾느라 조금 뛰었더니 배와 바지 사이에 끼웠던 핫팩이 사타구니(;;;;)로 내려갔다. 이걸 손을 대서 올리기도 그렇고, 가만히 놔두기도 그렇고, 정말 난감했다. 일단 거기 있으라고 두고 다음 슬랏을 향해 뛰어가서 보니 핫팩이 허벅지로 내려가 있었다. 이것 참 ~.~ 응원을 마치고 차에 타서 허벅지에 있던 핫팩을 주물주물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바지 안에 손을 넣어 뺄 수 있는 위치까지 올렸다. 그리고 후다닥 뺐다. 하마터면 중요 부위(?)에 화상을 입을 뻔 했다 ㅋㅋ


CP에 복귀하니 안도 미키가 와있었다. 현역 시절 TV에서 보던 것보다 얼굴에 살집이 붙어서 더 예뻤다.


숙소로 복귀하는 차에서는 좌석 열선을 켜고 쿨쿨 자버렸다. 군대에서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던가. 내일부터는 롱패딩도 꼭 챙겨입고 몸 조심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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