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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Sep 25. 2020

상태가 멜롱 멜랑콜리아

Ep.08 몸 상태도 기분 상태도 좋지 않은 날


에어컨 수리 서비스를 위해 잠시 통화를 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고 겁이 난다. 전화기가 울리면 불안하다

그래도 막상 통화를 하면 말을 하는데 그전까지 불안하고 무섭다.


점심을 먹지 않았다.
일에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돌아다녔다.
회사 리플릿 디자인 작업을 하다가 너무 하기 싫어서 그만뒀다.  왜 유난히 이 작업이 하기 싫은지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밤에는 배가 아파서 볼일을 보는데
으슬으슬 오한이 나고 식은땀이 전신에서 화악 스며 나왔다. 

녹초가 되어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몸은 차가운데 땀이 계속 흥건했다. 
배탈 때문에 그런 건지 약의 부작용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장염이 몇 번 걸렸을 적에도 이렇게 까지 식은땀이 나거나 상태가 멜롱이 되지는 않았는데

몸이 안 좋으니까 마음도 지친다. 


7/3
여름 한 낮인데도 한 번씩 썰렁해서 옷을 챙겨 입게 된다 (예전 같으면 반바지만 입고 살았다.)
밤에는 더워서도 아닌데 땀은 난다. 
입맛이 없어서 입안이 마른다 그러니 밥을 먹기가 싫다

점심을 종종 대충 때우게 된다
오늘은 바나나와 방울토마토를 먹었더니 좋았다. 방울토마토를 씹을 때 터져 나오는 즙이 입에 퍼질 때 기분이 상쾌해졌다. 


누웠다가 일어나면 많이 어지러웠다.
씻는 게 귀찮아 물티슈로 대충 닦는다. 
머리도 감지 않고 물티슈로 박박 닦고 만다. 
이틀 만에 샤워하고 거울을 봤다. 
살이 더 빠져 보였다.


7/3

혼자 첫 사진집을 낸 지 거의 1년이 되었다.

사진에 흥미를 느끼며 알게 된 편집자님의 조언도 듣고

이벤트에 선정되어서 매그넘 사진작가를 만나 포트폴리오 리뷰도 들었고
사진집을 입고한 사진 전문 서점 사장님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시기도 했다. 
책이 잘 팔리지는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동네 인디 책방에서 딱 한 권 팔렸다. 

의기소침해졌고 무반응에 슬펐다. 

그리고 우울증 이 후로 다음 작업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7/4
누웠다가 일어나면 많이 어지럽다.
두피가 쥐 난 것처럼 저리다. 
약의 부작용일까 다른 병이라도 있는 걸까 걱정이 된다. 


'있잖아. 오빠가 군대 다닐 때 수첩에 일기 같은 걸 쓴 게 있었는데 책 보고 뭐 마음에 드는 글귀나 하이든 그렇게 옮겨 써놓고 그런 게 있었는데 거기에 어떤 그 뭐지 자살에 대한 뭔가 문학적인 그런 게 있어서 읽고 수첩에 써 놓은 게 있었다. 어느 날 점호 시간 전에 분대장이 불시에 관물대 검사를 한 거야. 그리고 내 수첩을 봤어. 그리고 그 자살에 대한 글도 봤지. 이런 거 있으면 안 된다. 이건 버리자. 네 알겠습니다. 분대장이 그 페이지를 찢어서 버렸어. 역시 군대는 군대구나라는 생각으로 이해가 갔지만 한편으로는 절망스러웠어. 자살시도조차 하지 않는 내가 쓴 생각이 찢겨나간 거야.'




7/8 정신과 진료가 있는 날

약 추가하고 나서 누웠다가 일어날 때 많이 어지러워요

두피 밑이 쥐 난 것처럼 저린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다른 병이라도 있는 걸까요?

  > 약의 부작용입니다 


점심엔 입이 마르고 식욕이 없고 지난주엔 속이 자주 꾸룩꾸룩했어요

한 번은 볼일 큰 거 보는데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고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힘들었다

 > 약의 부작용입니다


잠은 잘 잤어요

12시 자면 5시 깨고 어려움 없이 다시 잤다가 2~3시간 더 자고 일어나요.  

기분은 그럭저럭 괜찮아요.  

밥 먹기 귀찮은 것 나가기 싫은 것 야식 식욕보다 나가기 귀찮은 게 더 크다는 것도 여전하고요

일에서 기다리는 게 불안 초조해요. 

> 안정제 추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졸릴 수 있어요 


그럼 이번에는 추가하지 않기로 했으면 합니다

 

> 약을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침 약 2에서 0.5로 줄이고

취침 전 약 2에서 1.5로 줄였다.

의사는 약을 잘 맞춰주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했다

난 '송구스러워할 거까진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꾸준히 약을 잘 먹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이번 회차에 몸이 안 좋은걸 느끼고 나니까 약의 부작용이 걱정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사실로 다가온다.


우울은 모순 같다

외로우면서도 사람을 만나긴 싫고

뭔가 사람들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40대 남자가 일이 아니라 비슷한 취향으로 사람을 만날 곳이 있을까? 회의적이기도 하다


손으로 뭔가 만드는 작업을 배워볼까? 수공예? 도예? 피규어? 그런 교실이 있을까?

만약 이런 곳에 가면 젊은 여성들 사이에 중년 아저씨가 끼여서 민폐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 글쓰기 모임에서도 사진 워크숍에 참가했을 때도 

누가 정말 그런 것도 아닌데 '아저씨가 이런 데를 왜 왔나'라고 생각들 하진 않을까 괜히 소심해졌는데.


7/10

아내의 권유로 서울심리지원센터 화상상담을 신청했다.


7/12  

오늘은 하루 종일 기분이 유쾌했다가

잠들기 전 우울해졌다

스스로 무가치함에 대한 생각이 고개를 들면서 이렇게 하루를 보낸 게 허무하고

내일이 두려워졌다 

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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