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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Sep 14. 2020

우울에 이름 붙이기

Ep07 우울은 내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 나아짐


아침에 일어나서 약 먹고 다시 잠들었다 깨니까 좀 개운했다

6/10
또 정신과의원 가는 날
밤만 기분이 업 밤이 아까워 자기 싫어져요
아침 약 더한 후 낮잠 많이 와요 좀 멍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낮에는 오히려 좀 피곤한 기분이랄까
갑갑함이 있어요
낮에는 식욕도 좀 입맛 없고 입이 말라요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나 답답한 심정이고

처방

 노란 약(리튬) 빼고 좀 더 강하게 약을 써보자 아침 약을 2배로 강화했다
- 코팩사 엑스알 서방캡슐 75

https://nedrug.mfds.go.kr/pbp/CCBBB01/getItemDetail?itemSeq=200710998


- 산도스 설트랄린정 100mg

https://www.whanin.com/_product/view.php?item=118


이번 약은 제법 효과가 있다. 기분이 전보다 올라왔다. 좀 신기하다. 한편 약 안 먹으면 또 안 좋아지는 건가?

약에 좌지우지된다는 게 서글프기도 했다
그리고 점심을 잘 안 먹게 된다.

귀찮다.


에어컨 서비스 기사가 왔다
사람 상대하는 게 실랑이해야 할 생각에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양호하게 넘겼다.


6월 19일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지 어느덧 3개월이 되는 날이다
벌써 3개월이라니 아침에 침대 밖으로 나가기 싫어졌다


아내를 사랑한다
아내도 나를 사랑한다고 한다
아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걸 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말로는 사랑한다면서 해주지 못하는 게 의지가 약한 거 아냐?

사랑하면 극복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미안하고 서글프지만
이 우울증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인정하자고 마음을 먹어본다


밤에 케이크가 엄청 먹고 싶었는데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더 싫어서 먹지 않았다 예전이었으면 바로 나가서 사 왔을 텐데

이런 내가 이제 의욕이 예전 일상보다 떨어진 것 같아서 서글펐다


새벽 4시 30분. 자다가 허전해서 깼더니
옆에 아내가 없다 더워서 다른 방에 가서 자고 있었다

어제 12시 넘어서 잤는데 일찍 깨버렸다. 다시 자야지.

약을 먹고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건 오래간만이다

아침에 침대 밖으로 나가기가 싫구나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지난주 좋았는데 이번 주 좀 다운이 되었어요
집중력 회의 한 시간 지나면 힘들어요
점심 배고픈데 먹기 귀찮아요
저녁 잘 먹고 야식도 먹고 싶지만 안 나가요
그런 변화가 서글프다는 감정이에요


제일 안심이 되는 말은 


"안 해도 괜찮아."


 이게 제일 마음이 편해지는 말 같다.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렵다. 왠지 위축이 된다.

무엇을 잘못한 것도 아닌데 우울증에 걸렸다는 게 나약한 사람으로 취급받게 될까 봐

누가 아는 것도 아닌데 사람 대하는 걸 꺼리게 된다 무섭다


보스토크 멜랑콜리의 아티클을 읽었다

 김신식, '우리는 그렇게 실비아 플라스처럼'

실비아 플라스, 프란체스카 우드먼, 라우라 호스퍼스.

그들은 젊었다. 내게서 지나가버린 20대에 저들은 우울했다. 실비아 플라스와 프란체스카 우드먼은 자살했다.

내게 우울증 진단은 너무 늦게 내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에 우울하다가 죽어버릴 걸...

중년의 자살은 매력이 없다.

세상의 반응은 소원할 것이다.



우울증 글쓰기 브런치 제목을 뭘로 붙일까 리스트를 작성하다 보니까 좀 가벼워졌다.

우울증에 대해 거리를 좀 두고 보는 기분이다. 이름 붙이기가 '우울은 내가 아니다'라는 걸 의연 중에 느끼게 한 걸까?

정기로운 우울 생활    

우울과 망상    

우울 붕괴    

우울의 맛    

우울의 감촉

우울 발굴기    

다 싫어   

우울한 침대 위에서    

우울한 천장을 바라보다가    

우울 전야    

아침이 싫어    

일어나기 싫은 날   

만사가 다 귀찮아   

우울이 나는 너를 본다   

멜랑이랑 사귀기   

우울: 우는 자와 울리는 자    

우울이 만난 지 백일째 날   

우울 사용법   

귀찮아도 괜찮아   

안 해도 돼   

서울 우울   

우울의 세계   

우울, 섹스, 그리고   

우울과 에로스   

이기적 우울자   


여기서  우울의 맛이라고 정했는데 또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

호까(호기심 까까라고 인스타그램 계정인데 온갖 과자와 군것질거리를 리뷰한다)가 추천한

찌인한 초콜릿 아이스크림 한 통을 먹었더니 기분이 나아졌다 그 후로 계속 기분이 업 상태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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