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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Aug 04. 2022

오늘은

20220804


글이 써지지 않는다. 생각이 많다. 아니다, 생각은 없다. 주저할 뿐. 글은 왜 쓰는가. 글은 씨앗이다. 하얀 밭의 검은 씨앗. 뿌려진 씨앗 중 우연히, 건강한 놈은 토양이 척박해도 뿌리를 내려버릴 것이다. 난 그것이 두렵다. 나의 씨앗은 어디에도 없길 바란다. 정말 그런가. 그걸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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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의점에서 느낀 점. 단백질이 많다. 나란히 횡대로 줄을 선 여러 맛의 서울 우유 중 단백질 맛이 있는 것을 보고 눈이 불쑥 커져버렸다. 주변을 둘러봤다. 단백질이 많다. 단백질 음료, 단백질 바, 단백질 셰이크, 닭가슴살, 닭가슴살 소시지, 닭가슴살 샐러드드드드. 어쩌면 단백질 담배, 단백질 소주, 단백질 초콜릿, 단백질 라면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자본의 거대한 사정. 철학은 없고 끈적한 단백질만 가득. 왜 어린 여자들이 몸매를 드러내고 춤추는 영상이 넘쳐나나. 단백질 회사들의 농간인가. 단백질을 싸고 단백질을 채우는 동안 돈은 어디로 흐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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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공중 화장실에서 변을 보는 동안, 난 왜 이리 급한 변을 자주 보며 힘겨워하는지 모르겠지만, 비아그라 스티커 아래 탐정 스티커가 붙은 것을 보았다. 보고 싶은 사람 찾아드립니다-. 오. 엄마가 엄마를 찾는 이야기는 어떤가. 나의 엄마는 엄마가 없고, 너무 막막해 찾는 것을 포기한 삶을 살고 있는데. 불현듯 사진을 찍어 번호를 저장했다. 한 번 물어는 볼까. 고아원에서 자라 어느덧 60살이 되었지만 혹 엄마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고아원의 이름조차 가물가물합니다만. 아마도 그녀는 유럽으로 날아갔을 거라 근거없이 추측중입니다요. 카메라 롤! 동유럽의 삭막하며 고즈넉한 어느 건물들을 가로지르며 바삐 걷고 있는 한 60대 여성이 소리를 지른다. 엄마! 엄마아! 그녀가 주저앉아 울 때, 난감한 것은 유럽의 폴리스들.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것은 엄마가 아니다. 엄마에게 필요한 말은 엄마뿐이므로. 엄마의 엄마는 80살쯤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찾을 수도 있다. 지금은 백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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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해피의 곁으로 가야겠다. 해피는 이제 막 잠든 새벽의 나를, 핥고 할퀴고 짖는다. 그럴때는 밉지만 그것은 배고프다는 이야기이므로 나는 나를 깨워 해피의 밥을 챙긴다. 밥을 먹은 해피는 다시 잠이 든다. 그럼 난 잠이 든 해피에게 다가간다. 잠든 해피는 너무 예쁘고, 잠이 깬 해피도 너무 예쁘다. 잠이 든 나를 깨우는 해피만 잠깐 미운데 그래도 난 네가 너무 좋아 심장이 아파. 넌 너무 예뻐. 너무 예뻐서 도저히 가만히 둘 수 없는 존재, 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좋아하면 발이 움직여, 발이 향하지.


은혜는 발로 갚는기라- 변호인의 국밥집 아줌마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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