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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켈란 Sep 20. 2023

미니멀라이퍼의 쇼핑

비우고 채운다. 마이너스와 플러스의 밸런스


“와. 집에서 소리가 울려”


우리 집에 처음 놀러 온 친구가 놀라며 모델하우스에 온 기분이란다. 미니멀라이프를 살고 있다. 주로 배달 음식을 먹어 커다란 냉장고 쓸 일 없어 과감 없이 버리고 158센티 내 키보다 작은 소형 냉장고를 들였다.


신혼 초에 마련한 기다란 식탁도 먼지가 쌓여 돈을 내고 버렸다. 접시나 그릇도 결혼 후 사본 일이 없다. 쓸모 있는 물건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애주가라 와인 셀러가 가전제품 중 제일 크다. 후회 없다.


미니멀라이퍼지만 쇼핑을 한다. 다만 무엇을 사기 위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버리고 공간을 비운다. 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 옷장을 열고 작년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과 싹 걷어 냈다. 유행이 지났거나 낡은 운동화도 안녕!


걸려 있는 옷걸이들만큼만 쇼핑을 한다. 자주 구매하는 브랜드들 사이트에 업데이트된 신상들을 살피고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아도는 아웃터를 구매한다. 헬스를 좋아해 운동화도 여러 모델로 모은다.


옷과 운동화는 분기별로 사지만 청소 용품은 넘치도록 챙겨둔다. 깔끔한 성격이다. 싱크대와 인덕션, 오븐을 쓸 일이 거의 없지만 늘 물기 없이 닦아준다. 욕실 청소는 일주일에 한두 번, 세탁기는 매일 돌린다. 집안을 채우는 섬유유연제 향이 봉긋하다.


미니멀라이퍼는 부지런해야 한다. 아마 계획적이고 정리정돈에 진심인 J들이 이 글에 많은 공감을 할 듯싶다. 오늘 주문한 옷들이 택배로 온다. 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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