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바람 Jun 27. 2024

18. 열네 살, 한글 공부를 시작하다.

희망과 불안사이

학교 입학전에 해보려고 7살때 시도하다 아직 인지가 문자교육을 할 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아서 내려놓았다.  

학교에 입학한 이후 8살 부터 10살까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불안장애 (어른들의 공황발작과 거의 유사한)가 나와서 학습을 더 내려놓았다. 


앞으로 나아가기도 아득하고 먼 길인데 자꾸 뒤로 가는 것 같은 불안함과 서러운 마음이 들면

엄마의 만족감을 위해 좋다는 학습지와 교구를 쇼핑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이가 받아들일 때가 올거야. 그 때가 오면 해야지. 언젠가 할 수 있을거야"

막연한 희망과 불안사이를 채우는 건 시도 못하고 쌓여만 가는 책 ㅠㅠ

내 불안을 채우던 시도 못하고 쌓여가던 한글 워크북들 ㅎㅎ (반성중)


그런데, 얼마전부터 준영이가 문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늘 저녁에 하루 30분 ~ 1시간 정도 색칠하기, 오리기, 스티커 붙이기, 퍼즐, 선긋기 같은 활동을 하는데

예전에 하다만 한글 학습지를 꺼내주니 너무 재미있어 했다.  (호비, 한글깨치기, 수학깨치기 등)


저녁에 늘 선긋기, 오려 붙이기를 주로 하는데, 글자 붙이기 워크북을 주니까 즐겁게 하기 시작


그러더니 스스로 한글쓰기 책을 하겠다고 해서 우연인가? 했다. 

진짜 글씨쓰기를 할 거야아???��

시킨 거 아니고 스스로 하겠다고 함. (이런 애가 아닌데??)


한글쓰기를 엄청 집중하면서 쓰길래 6월 동안 서서히 글자 노출도 시작하고 

몇 년만에 동화책 읽어주기도 하고!

 아직 필압이 좋지 않아서 연필로 쓰는 것 보다 

살짝 힘만 줘도 진하게 나오는 싸인펜으로 쓰는 걸 더 좋아한다는 사실도 깨달음.

손이나 옷에 묻으면 어때. 싸인펜으로 해 ㅎㅎ


그리고 자/모음 결합방식으로 한글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쌓여있는 책 중 한글 읽기 위주 + 스티커붙이기 + 동영상이 있는 

아신나 한글읽기를 먼저 시도했는데 진짜 별 거 없는 동영상인데  좋아함

그러더니, 아침에 한글 동영상을 틀어주니까 또 너무 좋아하더니

유투브 자동재생이 다른 동요로 넘어가니까 다시 한글 틀어달라고 했다.


정말 기다리던 그 때가 진짜 온 것일까?

우리 지치지 않고 잘 해보자.


글을 알게 되면 세상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넓어지고 새로운 발견에 눈이 떠질텐데 

지금 너의 세상은 얼마나 답답할까


아주 오래걸려도 화내지 않고 알려줄 수 있도록 마음단련도 해야지 ㅎ


매거진의 이전글 17. 바람처럼 지나가버린 5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