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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맞는 도구를 찾는 일

세 달 연속 한달어스를 수료하고 나서 얻은 것들

장비에 눈 뜨다


요즘 프로 크리에이트로 그림 그리기를 조금씩 연습하고 있다. e북으로 그래픽 노블을 사서 레이어로 깔고 트레이싱(따라 그리는 것)을 하거나, 형태를 따서 콘티화 시키는 등의 자체 연습이다. 5월 초에 구매하고서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아이패드 + 애플 펜슬을, 이제는 세상 즐겁게 쓰고 있다. 아이패드 드로잉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 듣고 난 뒤부터 가능했던 일이다. 고작 2시간 남짓의 수업이었는데 20여 년을 넘게 품고 있던 그림에 대한 공포증이 현저히 줄어든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별한 기법을 배운 것은 아니다. 다만 '아이패드라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수업의 초점은 맞춰져 있었다. 좋은 도구에 대한 이해를 갖추자, 막연함에 집어 먹었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른바 장비 빨(?)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다. 






좋은 도구를 갖추는 일 


그림뿐 아니라 '나 만들기', 이른바 퍼스널 브랜딩에도 도구들이 필요하다. 내가 지닌 것들만으로는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웠을 때, 우연히 한달어스를 알게 되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총 세 번의 한 달 과정과 한 번의 7일 과정 프로그램을 완주한 끝에, 나는 다음과 같은 4가지 도구를 얻게 되었다.


한달 브런치 작가 되기 (브런치 채널)

한달 디자인 유치원 (디자인 감각)

7일 목표지도 (목표 설정 기획)

한달 쓰기 (지속성 갖춘 글쓰기)


하나의 과정을 수료할수록 내가 쓸 수 있는 도구가 늘어간다. 나를 그리는 도구를 늘려가는 것이다. 완성될 그림의 이름은 '퍼스널 브랜딩', 캔버스는 바로 '나'이다. 4개의 과정으로 4개의 브러시가 생겼다. 브런치 과정을 통해 얻은 브런치. 디자인 과정을 통해 얻은 디자인 감각, 7일 목표지도로 통해 얻은 방향성, 한달 쓰기 과정의 높은 자유도로 얻게 된 지속성과 범용성이 그것이다. (한달 쓰기는 특별한 가이드 없이 자유롭게 1일 1글을 인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편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어 범용성이라 칭했다) 


한 달간 도구를 익히는 시간 : 한달어스


한 달은 도구를 손에 익히고 시험해 보기에 알맞은 시간이었다. 브런치라는 브러시는 나를 어느 정도, 어떤 만큼의 농도로 표현해 줄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게 해 주었다. 디자인이란 브러시는 괜히 쫄아서 엄두를 못 내서 그렇지, 생각보다 쉽고 유용한 브러시였다. 7일 목표지도라는 브러시 덕에 앞으로의 1년을 어떤 식으로 스케치해나갈지 감이 잡혔다. 한달 쓰기는 브러시라기보다는 기존에 얻은 브러시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쓸지 실험케 해주는 스머지와 비슷하다. 




나 만들기의 장인이 되기까지


나는 언제나 미완성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끝이 없는 나 만들기의 과정에서 나는 늘 결핍을 느꼈다. 돈이 겁나 많이 들어간 미완성품 주제에 마케팅할 방법을 몰라 불모지에서 때만 타고 있는 유리제품처럼 스스로를 여겼다. 면목이 없었다. 나란 사람은 왜 살아있는가를 고민하면서 우울한 지난가을과 겨울을 보냈다.  


한달어스 프로그램을 수료했다고 해서 삶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다만 관점이 좀 달라졌을 뿐이다. 미완성의 나를 한탄하거나 원망만 하고 있지 않도록 '다르게 보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미완성의 나를 볼 때 덧칠하고, 재조립하고, 다시 세공할 수 있는 과정 속의 '나'로 스스로를 본다. 수정 가능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새롭게 익힌 브러시들로 쓱싹쓱싹. 그러다 보면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된다.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 일보다 그림 그리는 재미 자체를 알아 가듯이 말이다. 




도구는 이제 충분히 갖췄으니 활용하는 일이 남았다. 내 안의 이야기들에 브러시를 버무려 묻혀서 캔버스에 그려낼 가슴 뛰는 아이디어들이 종종 팝업창처럼 튀어 오른다. 이제 브러시는 이 정도만 있어도 되겠지? 하는 순간, 다음 기수 모집 알림이 떠오른다. 또다시 다음 브러시 구입을 위해 한달어스 장바구니를 뒤적이고 있다. 다음에는 한 달 달리기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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