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젠더'로부터, 어디로 가는가?
'2016 대구 사진비엔날레'의 주제인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We are from somewhere, but where are wegoing?)”는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화가, 폴 고갱(Eugene Henri Paul Gauguin, 1848-1903)의 대표작인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서 차용해왔다. 이 작품 속에는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몸짓이 표현되며, 그들의 몸짓은 당시 고갱의 정신세계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작품을 그릴 당시, 고갱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참혹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고통 속에서 그려진 그의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by. 2016 대구 사진비엔날레 예술감독-요시카와 나오야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2016 대구 사진비엔날레’는 9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약 한 달간 대구 문화예술회관과 봉산 문화회관 이 두 장소에서 전시된다. 꽤나 철학적인 폴 고갱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주제를 통해 우리 인간의 기원과 동시에 인류의 존재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고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여러 사진작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그들의 작품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중 ‘젠더’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 작가들의 작품은 젠더라는 프레임 속에서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는 사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리해(Jeon Ri Hae) 작가는 아침에는 초등학교 근처 골목이며, 이른 오후에는 도로 주차장, 그리고 밤이 되면 포장마차가 들어선 성매매 집결지로 변하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골목 한 모퉁이에 작업실을 잡게 되었다. 이 묘한 삼각관계에 걸쳐 있는 골목을 그녀는 내부로 온전히 들어갈 수 없다면, 일단 그 바깥에서 보는 게 맞는 순서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과 함께 성매매 여성의 일터를 렌즈를 통해 바라보았다. 누군가에겐 피하고 싶은 장소이고, 누군가에겐 생계가 달린 장소이며, 또 누군가에겐 그저 무덤덤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사진(제: 태연한 기울기)뿐만 아니라 동영상도 시청할 수 있었는데, 그녀가 촬영한 사진과 함께 성매매 여성들의 열악한 실태와 이들을 향한 비판과 끝임 없는 수요의 모순을 지적하며 한탄하는 판소리가 뮤직비디오처럼 재생된다. 성매매 여성은 가부장제 사회 속 필연적으로 생기는 피해자라는 결과론적 관점으로 보아야 할지, 서로를 타자화 하며 혐오하는 창녀화 된 여성과 성녀화 된 여성, 즉 개인의 문제로 보아야 할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세토 마사토(Seto Masato)는 대만의 도로변에서 각성 작용을 하는 전통적인 기호 식품 ‘빈랑’을 파는 여성들을 정밀하게 포착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전통적이기보다는 서양적이고, 근 미래적인 느낌임을 언급했다. 깊은 밤, 유리의 쇼케이스 속에서 그녀들은 드라이버들의 방문을 기다린다. 성적인 유혹의 장치로서, 성 상품화된 그녀들을 통해 작가는 풍속문화의 변용과 성의 물상화라는 문제를 비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선 작품들의 웃음기 없는 비판과는 달리 샤디 가드리안(Shadi Ghadirian)의 작품인 ‘LikeEverday’는 이란 문화의 전통과 그 전통이 현대 여성에게 강요하는 낡은 고정관념을 과장시켜 매우 경쾌하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사진에 담아낸다.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드 대학(AzadUniversity)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가드리안은 그녀의 역할을 사회 속 여자로 한정 짓는 선입견과 모순을 마주하고 여성의 정체성, 겸열, 성 역할 그리고 지정학을 표현한 연출된 사진을 배경으로 친구와 가족을 찍기 시작했다.
다리미, 주전자, 그리고 찻잔과 같은 여성성이 내포되어 있는 사물을 베일로 몸을 감싼 전형적인 주부의 실루엣의 얼굴 부분에 배치 함으로써 사물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인정받기를 갈망하는 이란 여성의 상징성을 강렬하게 전달하는이 작품은 단순히 이란 여성만을 내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도 많은 문화 속에서 여성은 누군가의 빗자루고, 식기이며, 사물이다. 작가는 다리미의 끝부분은 모든 문화 속 여성들에 대한 대우에 대해 뜨거운 쟁점을 시사한다 강조했다.
젠더라는 요소를 빼고 인간을 설명 하기에는 아직까지 제한이 많다. 환경, 경제, 그리고 사회 문제 등 인간이 연결되어 있는 여러 종류의 분야도 많게든 적게든 젠더 또한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 예술감독 요시카와 나오야의 소개처럼 작가가 작품을 통해 던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할 것이다-젠더의 현주소와 이는 어떻게 극복되어야 하는가. 다양한 관점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 작품들은 각 전시관 테마에 맞게 전시되어 있고, 관람객은 입맛에 맞는 작품들을 골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매년 열리는 전시회지만 해마다 주제가 다르므로 시간이 된다면 꼭 관람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