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세상을 지탱하는 힘
한별이가 두 발로 지탱하고 걸어 다니기 시작한 때부터 유모차를 잘 태우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는 걸어 다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느리더라도 가능한 재촉하지 않고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놀이하듯 걸어 다니는 것을 습관화했다.
“엄마랑 비행기 타고 히말라야도 갈려면 씩씩해야 돼. ”
우리들만의 주문이자 만트라였다. 히말라야가 뭔지도 모르는 때부터 엄마랑 히말라야 갈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그 덕에 엄마는 떼를 써도 안아주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씩씩해야 엄마랑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물론 아빠랑 있을 때는 비빌 언덕이 있어서 힘들면 안아달라고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해냈을 때의 성취감의 기쁨을 알아서 인지 스스로 해내는 힘도 생겼다.
택시를 타는 것이 당연하지 않고 편한 것이 다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었다. 지하철을 타는 재미, 버스를 타는 재미, 그렇게 재미 속에서 체력도 기르고 사람을 구경하고 사람들 속에서 지켜야 할 예의를 배우는 것도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에 교통체증이 심하고 주차가 어려운 부산 여행에서 빛을 발휘했다.
목적지를 위한 여행이 아닌 과정이 여행이 되는 것. 두 발로 걷고 보고 느껴보는 것. 다양한 공기를 마셔보고 소리를 들어보는 것. 오감을 활짝 열었을 때 가슴이 열리고 마음이 열린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모든 게 새롭고 신나게 느껴지는 순간. 여행은 시작되니까- 그래서 얼마 전 2박 3일 부산 여행, 짧았지만 너무 즐거웠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별다른 투정 불만 없이 다들 합이 너무 좋아서 일지도. 다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싶었는데 그냥 마음이 다 열려서 그랬던 것 같다.
일상의 기적이란… 숨 쉴 수 있는 기쁨이고 두발로 세상을 활보할 수 있다는 기쁨인 것을…그 기쁨을 매 순간 느낄 수있다면 세상이 내 것이 되는 듯한 충만함이 찾아온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하는 일이 잘 안되고 슬픔이 나를 잠식하고 분노가 나를 뒤엎고 무력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도 일단 나가서 걸으면 위로가 되고 힘이 났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철학가 장폴사르트르는 말했다.
인간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한다고.
사람이 태어났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은 누워있다가 엉금 엉금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해서 만져보고 싶고 먹어 보고 싶어진다. 그러다 아장 아장 두발로 걷기 시작하면 엄마, 아빠의 손을 뿌리치고 앞을
향해 전진한다. 그렇게 허리가 꼿꼿하게 세워지고 두발에 힘이 생기기 시작하면 두발로 걸어가기 보다 바퀴가 있는 물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게 익숙하다. 하지만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뭔가를 발견 하는것은 느리게 걸어야만 알 수 있고 직접 내 두발로 걸어야만 알 수 있고 기억에 남는 길로 존재 한다. 여행은 적어도 그렇게
천천히, 느리게 걷는 시간이 존재해야 된다. 그래야 여행이 쉼이 되고 충전이 되고 다시 일상으로 잘 돌아올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