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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May 13. 2018

간척의 오랜 역사,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하여

네덜란드와 미국, 그리고 조선의 사례를 통해 바라본 간척사업의 역사

얼마 전 '신과 함께'라는 경제 팟캐스트를 듣다가, 조선시대 간척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평소 내가 잘 모르는 경제나 국제정치와 같은 부분을 상식 선에서 이렇게 지면이나 매체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데, 이런 경우 내가 전공을 하고 업으로 삼고 있는 건설 부분 이야기가 들리면 평소보다 더 귀를 쫑긋 하고 듣는 경향이 있다. 여튼 진행자 분께서는 조선시대에 어떻게 간척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간만에 쉬는 날이라 다시 잉여로움 가득한 연구(?!)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사실 그 인류의 간척사업 역사는 꽤나 길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간척사업을 통해 국토의 약 26%를 일군 네덜란드의 사례를 바라보자.


출처: https://brilliantmaps.com/netherlands-land-reclamation/


위 지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네덜란드는 무려 7백여 년 전부터 꾸준히 간척사업을 벌여왔다. 사실 네덜란드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한 나라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나라였고, 17세기에 이르러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연방 소국이었다. 물론 이후 동인도 회사와 서인도 회사를 설립하는 등, 무역으로 그 황금시대를 열어가지만, 애초에 크기가 작은 국토를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저지대 바다를 육지로 간척하는 사업을 꾸준히 해오게 된다. 그렇다면 그 시대, 준설선이나 덤프트럭도 없던 시절에는 과연 어떻게 간척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그래서 찾아봤다.


출처: http://www.urbanhabitats.org/v02n01/3centuries_full.html


본 그림은 지금은 뉴욕 한복판, 맨하튼 허드슨강 강 건너에 위치한 Newark와 Hackensack 지역이 1867년에 간척될 때 신문에 등재된 그림이다. 덤프트럭이 없으니 그냥 인력을 통해 흙을 퍼다 옮긴 것이다. 사실 간척이라는 것이 토목공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매립(Reclamation)이라 지칭하는데, 이는 매립 호안이라는 구조물로 해안선을 만들고, 그 안에 있는 물이나 토사를 밖으로 배출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과학기술과 장비의 발달로 인해 그러한 매립호안 기초를 준설하고, 호안은 콘크리트와 같은 구조물로 만들며, 여수 처리는 보통 여수관을 통해 1,2차 침전지를 통해 방류를 하게 되지만, 당시엔 그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빼어내도 그만이었을 것이다. 이 경우 매립지 안에 있던 토사나 물을 배출하는 기계를 뉴욕의 경우 증기기관이나 석탄발전을 이용했을 수 있고, 네덜란드의 경우엔 그 유명한 풍차로 했을 것이다.


그래 네덜란드나 미국은 뭐 몇백 년 전부터 간척사업을 해왔다고 치자. 그럼 우리의 조선시대에는 저러한 간척사업을 정말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했다". 아래 그림을 보자. 무려 고려말부터 강화도는 차근차근 간척사업을 벌이며 농경지를 만들어 왔다고 한다.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0926655&code=61121111&cp=du


이게 간척사업을 단지 환경파괴로만 볼 필요는 없는 게, 숙종 32년 강화유수 민진원에 의해 군병 11만 명으로 축조된 선두언 축언으로 인해 1,000여 섬(약 144톤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막대한 농토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상기 그림 출처 기사 참조, 13세기 간척 시대 연 강화도를 아시나요, 2016.09.13, 국민일보) 자, 그럼 그 조선시대에 간척하여 우리에게 쌀을 안겨준 그 선두평의 현재 모습을 찾아보자.


(출처: 네이버 지도)


두둥~ 저 넘실거리는 황금물결로 부터 수백년간 생산되어온 누적된 쌀의 양을 한번 생각해보라. 국뽕과 토목뽕이 차오르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ㅋ 그렇게 네덜란드나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선조들도 괜춘한 저지대를 간척하여 인류에게 조금 더 이롭게 만들어 왔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에 간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침윤선에 대한 개념이 없을 텐데, 여기서 잠시 그 침윤선(Seapage line)이라는 것에 대해 소개를 해보도록 한다.


(출처: http://www.godai.co.jp/kr/soft/product/products/tameike/index.htm)


위의 그림은 댐의 단면인데, 보이는 바와 같이 좌측에 가두어진 물이 댐의 본체를 지나면서 점차 그 수위가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댐이나 제방 등에 있어 제체 안의 물 수위가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침투하여 형성되는 수면선을 우리는 침윤선이라 한다. 사실 저 댐 위에 있다면 침윤선은 지하수면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저 위의 그림만 보면 알 수 있듯이, 제방을 쌓게 되면 설령 그 반대편 땅이 해수면보다 낮더라도 건조한 상태는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괜히 네덜란드의 국토 25% 이하가 해수면보다 낮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을 간척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조선을 비롯한 네덜란드와 미국 등의 간척사업에 대해 알아봤다. 나름대로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도, 우리의 선배들은 인류의 오랜 Lessons Learned를 통해 땅과 바다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문득 생각나는 짤이 떠오른다. 이 짤로 오늘의 쓸떼없이 잉여력 넘치는 글을 마무리한다.


다시는 조선의 '토목'을 무시하지 마라 ㅋㅋ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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