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제주도를 방문하는 여행객의 수가 2015년 기준 연간 1,366만 명을 기록했다. [1] 제주도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당연히 제주 국제공항이나 제주항을 통해 들어오게 되는데, 이러한 인프라가 없었다면 애초에 제주도라는 섬은 관광지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관광객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인식은 다소 상이한데, 관광객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숙박 및 음식점업 지역 내 총생산 기여도 비교를 보면 전국 평균은 2.59%인데 반해 제주도의 경우는 6.25%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공항 및 항만 인프라가 제주도에 미치는 영향은 비단 관광만이 아니다. 제주도의 총부가가치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2014년 기준 12.67%를 차지하는 농림어업인데, 만약 제주 국제공항과 제주항이 없었다면 이러한 감귤, 해산물을 비롯한 농림어업 상품이 육지로 운송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밖에 운수업(5.34%), 부동산업 및 임대업(8.53%),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6.39%) 등 제주도 부가가치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산업은 이러한 교통인프라를 발판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2018년 기준 제주도의 재정자립도는 42.52%이며, 자체수입에 자주재원을 더한 재정 자주도는 74.85%에 이르게 된다. [2] 이는 유사 자치단체 재정 자주도 평균인 50.20%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의 재정여건이며, 이를 통해 제주도는 복지 및 쓰레기, 주차난 등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공항과 항만이라는 인프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먼저 항만부터 살펴보자.
제주도에는 제주항과 서귀포항이라는 2개의 무역항과 애월항, 한림항, 화순항, 성산포항 등 4개의 연안항이 존재한다. 물론 모슬포항이나 김녕항과 같은 어항도 존재하지만, 이는 화물처리와는 관계가 없는 항구이다. [3] 제주도는 사실 화산섬으로서 자체적으로 시멘트를 생산할 수 없고 모래의 양이 충분하지 않아, 이를 항만을 통해 수입하지 않으면 현대적인 건물도 스스로 지을 수 없는 구조이다. 게다가 제주도는 전력을 육지에서 끌어다 온 해저 송전선 외에는 화력발전소를 통해 공급하는 현실인데, 이 화력발전소의 원료인 석유와 천연가스 또한 항만이 없었다면 가동하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전력난 타계를 위해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추가로 짓고 있는데, 이 LNG의 수입 및 저장을 위해 애월항 외항은 개발 중에 있다.
제주항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데, 1735년 김정(金政) 제주목사가 부임하며 관에 의해 항만이 건설된 것이 최초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현대적 관점에서 항만이라 할 수 있는 방파제와 안벽으로 구성된 제주항은 일제 강점기인 1926년부터 1929년까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때 투입된 공사비가 총 26만 3958엔이다. 본격적인 제주항만 개발의 역사는 1978년 제주항 종합개발계획이 확정돼서 부터라고 하는데, 이때부터 제주항은 국제항으로 개발되고, 2만 톤급 선박 15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고, 연간 하역능력이 250만 톤에 이르는 화물처리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4]
어촌어항법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항만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외곽시설인 방파제, 방조제, 수문, 호안 등과 계류시설인 안벽, 물양장, 잔교, 선착장 등, 그리고 수역시설인 항로, 정박지, 선회장 등으로 구성된다. 크게 보자면 항만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수심측량 등의 현지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며, 암석 등을 절취하고 발파한 후 운반하는 작업을 하고, 준설선이나 그라브선을 통한 준설공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난 후 육상 및 해상 지방 개량공사를 수행한 후에 사석 공사를 하고 비로소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테트라포트와 같은 블록 공사를 실시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의 테트라포트보다 케이슨이라 하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방파제를 만들기도 하는데,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 해군기지 방파제의 경우 이러한 케이슨으로 건설되었다. 케이슨 공법이라 함은 안이 비어있는 아파트와 같은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육상에서 제작한 후, 플로팅 독(Floating dock)이라 하는 대형 선박을 이용해 해상으로 이동시켜 비어있는 속을 채우며 가라앉히는 공법이다. 사실 기존 사석방파제의 경우는 수중 경사면의 존재로 인해 상당히 많은 양의 모래와 자갈이 필요했지만, 이러한 케이슨 공법의 도입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효율적이면서도 선박을 파랑으로부터 막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항만이라는 인프라를 통해 제주도는 현재와 같이 발전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윤택한 삶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산적한 문제는 많이 존재한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보완계획(2006) 및 2025년 제주광역도시계획(2007)을 비롯한 제주특별자치도 지역물류기본계획(2009) 등을 통해 제주도를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이 경쟁력 있는 국제 자유도시로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5]
항만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멋진 사진을 선사하기도 하고 어업을 통해 맛있는 해산물을 들여올 수 있게 하는 목적도 있지만, 이처럼 시멘트와 모래를 수입하여 우리가 거주하는 건물을 만들고, 석유와 LNG를 수입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고, 여러 물류를 운반하여 우리가 필요한 생필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부디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 제주에 만들어지는 항만을 조금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참고문헌
[1] 관광1번지 제주도를 읽다. (통계로 본 제주의 변화상), 호남지방통계청 보도자료, 2016.03.30
[2]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 예산기준 재정공시, 제주특별자치도, 2018.02.28
[3] 애월항 2단계 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KDI, 2010
[4] 제주의 관문 제주항, 제주신보, 2010.01.31
[5] 애월항 2단계 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KDI, 인하대학교, ㈜혜인이엔씨, 2010.06
*배경사진 출처: 네이버지도 항공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