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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Aug 22. 2018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 홍춘욱 저, 에이

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 홍춘욱 저, 에이지21, 2018

아이와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는 것은 나에게도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유럽의 치안상태나 여행의 재미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당장에 떠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일단 아이가 여행 중 서로 떨어지더라도 도시 숙소로 돌아올 수 있는 지적 신체적 능력을 지녀야 하며, 어느 정도 유럽역사를 알아야 여행에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적기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일 때가 아닐까 싶다. 고등학생 즈음 되면 사실 아이가 부모와 열흘 넘게 무엇을 같이 하기 주저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홍박사님은 블로그 필명을 통해 수없이 많이 들어 온 큰 아드님 채훈씨와 함께 유럽을 다녀오셨고, 오고 간 대화를 정리하여 이렇게 책으로 내었다.

홍박사님의 폭넓은 지식도 늘 감탄하는 바이지만, 이처럼 아이와 폭넓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부러운 부분이다. 나의 큰 아이도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드는데, 부디 그런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여튼 본문 중에 인상깊은 주제들이 좀 있는데, 그에 대한 나의 생각과 더불어 이야기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저자는 파리의 시가지를 이야기하며 19세기 전염병으로 고생을 하던 시기를 언급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대학 첫번째 전공이 도시공학이라 그런지 나에게 이러한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당시 파리는 인도에서 창궐한 콜레라를 잘 대처하지 못해 수인성 전염병 패닉상태에 빠졌다고 하는데, 이 시기에 유명한 파리의 거대하수도망을 조성했다고 한다.

사실 책에도 나와있듯이 상하수도는 영국의 의사인 존 스노로 부터 과학적 접근이 되기는 했으나, 실질적인 유체역학이나 수리학, 즉 물을 다루는 과학적 접근은 프랑스에서도 많이 정립되었다. 유체역학에서 주로 등장하는 블레즈 파스칼이나 루이 나비에등에 의해 다양한 수학적 접근이 당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랑스 접경인 스위스의 레온하르트 오일러나 다니엘 베르누이 등의 연구까지 고려하면, 현대 상하수도공학의 기초는 대략 이 시기에 기본이 다 마련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상수도는 유체의 압력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구축할 수 없고, 하수도는 유체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구축할 수 없다. 아울러 상수도든 하수도든 steel 과 concrete 를 잘 다루지 못하면 만들 수 없는 시스템인데,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투탑체제로 인해 우리는 수인성전염병에서 자유로운 도시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여기서 땡큐~

중간에 깨알지식인 1070년 첫번째 자유도시인 르망(Le Mans)이 나오는데, 중세 도시간의 경쟁이 인상적이다. (과거 르망과 엑셀의 경쟁이 떠오르고... 응?! 아재인증 ㅋ) 중세시대는 흔히 지식의 암흑기로 묘사되곤 하는데, 그나마 이 시기에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양식으로 건축기술의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저자는 성유물 신앙에서 찾게 된다. 성유물은, 솔직히 그 진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예수님 가시관과 같은 흔적을 가지고 신앙의 뿌리를 과시하는 것인데, 이러한 성유물을 고이 간직하고자 더 크고 아름다운 성당을 경쟁적으로 지었다고.

그리고 그 유명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도, 야고보 성인의 시신과 유물을 보고자 하는 순례자들로 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인천공항을 언급하는데, 나는 이러한 접근이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의 유적을 보면서 무작정 유적이니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곤 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당시에는 대단했으며, 현재에는 대단치 않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18세기 즈음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된 콘크리트와 철근콘크리트, 그리고 19세기 말 강철왕 카네기의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된 강구조(Steel structure)라는 기술의 등장으로, 더이상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과 같은 것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건축재료와 기술의 등장으로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는 더 요상스런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공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당시의 건축양식과 사조, 기술등은 어떻게 변모했는지 과정 자체에 의의가 있지, 그 몇백년간 만들었다느니, 수백명이 짓다가 죽었느니 하는 것은 특별한 감흥을 주지 않는다. 되려 인도의 타지마할과 같은 무굴제국의 흔적은, 힌디인들에게 오히려 최근 탄압받는 경향이 있을 정도다.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축조된 대형 건축물은 당시 민중들의 피와 땀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말이다.

이 밖에 저자는 17-18세기 있었던 지구의 소빙기로 인한 유럽 및 동아시아의 변화를 가볍게 터치하기도 하고, '샴페인'이라는 명칭이 붙을 수 있는 상파뉴 산 기포와인 등 폭넓은 수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젠가 나도 나의 자녀와 유럽여행을 할 수 있을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나의 자녀도 책 속에 등장하는 채훈씨와 같이 호기심 많은 질문을 해주길 바라며, 나도 홍박사님 못지않은 답변을 하기 위해 오늘도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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