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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Sep 02. 2018

비전문가가 쓴 캐나다 교육이야기

교육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은 과거에 배웠던 것들이 마치 저절로 배워진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수십년 전 국민학교를 다닐 시절 우리는 가나다라를 외우기도 어려웠고, 구구단을 외우는 것도 어려웠고, ABCD를 외우기도 어려워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면 한글을 읽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고, 굳이 계산기를 쓰지 않아도 한 자릿수 곱셈 정도는 암산으로 할 수 있으며, 영자신문은 읽지 못하더라도 Brunch 정도는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간단한 지적능력은 일이백 년 전 대부분의 우리 선조들에게는 불가능한 영역의 것이었다. 양반집 자제가 서당을 다니지 않으면 글도 읽을 수 없었으며, 셈은 알아서 터득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손가락으로 세는 수준이었고, 영어와 같은 것은 존재 자체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을 통해 이러한 것을 배워왔고, 이제 그것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사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유독. 우리 아이들의 교육으로 가자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 주입식 교육은 나쁜 것이고 자유로운 교육이 해답이라 생각한다. 그런 사고의 연유는 다른 나라의 사례가 종종 등장하는데, 프랑스라는 나라도 그 예이다. 하지만 그 평등하지만서도 불평등한 프랑스의 엘리트 교육은 이미 산타크로체 님께서 아래 시리즈물로 자세히 설명해 주셨기에 우리는 그 환상을 어느 정도 타파할 수 있게 되었다. 읽어보시지 않은 분들은 시리즈 정주행 할 것을 권해드린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anta_croce&logNo=221348931547&categoryNo=41&parentCategoryNo=11&viewDate=¤tPage=&postListTopCurrentPage=&isAfterWrite=true


그리고 예전엔 핀란드 교육을 찬양하는 분들이 자주 계셨는데, 이건 내가 예전에 아래와 같이 정리를 한 적이 있었다.

https://brunch.co.kr/@aboutheman/108


여하튼 이 다른 나라의 교육에 대한 유토피아적인 생각은 두더지 잡기와 같이 잡아도 잡아도 또 튀어나오는데, 오늘은 캐나다 교육에 대해 들여다볼까 한다. 사실 캐나다는 같은 북미이지만 미국과 달리 유럽과 같은 시스템을 정착한 국가로서 의료도 교육도 보편적으로 평등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캐나다 교육을 극찬하는 분들이 종종 보인다. 캐나다에서는 아이들이 입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대학도 평준화되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뭐 그런. 캐나다 땅을 한번도 밟아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캐나다 언론을 통해 한번 들여다 봤다.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는데. 세상에 그렇게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유토피아 같은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사회라는 것이 각자 다 다른 캐릭터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어느 한 개인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국가시스템이란 존재하기 요원하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시스템을 연구하고 이식할 필요는 있지만, 어느 한 국가의 시스템을 통째로 가져온다 하더라도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존재할 것이며, 부작용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다음의 표를 보자. 이는 2016년 OECD에서 집계한 인구 100,000명당 자살하는 사람의 비율인데 한국의 수치가 비교적 높은 편이긴 하지만, 핀란드나 캐나다와 같은 나라도 자살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략 한국에 비해 절반 혹은 그 이하수준일 뿐이지. 사실 자살률로 국가의 가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따지자면 저 0명에 근접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나 터키와 같은 나라가 이상적인 국가일 텐데, 사실 남아공과 같은 나라는 자살이 아니라 타살로 인생을 마감하는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여하튼 여기서 요지는 완벽한 나라는 없다는 말이다.

출처: OECD


자, 이제 캐나다 교육으로 넘어가 보자. 캐나다에서는 매년 EQAO test라는 시험으로 학생들의 실력을 측정하는데, 이는 EQAO(Education Quality and Accountability Office)라 하는 온타리오 주정부 예하기관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참고로 온타리오주는 캐나다의 정치, 경제 중심지로 주도는 토론토이다. 물론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도 이 주의 동쪽에 위치한다. 캐나다 전체 인구의 35%가량을 차지하며, 이는 캐나다 내 1위를 차지한다.


여하튼 이 온타리오주에서는 상기 언급한 EQAO test라는 시험을 매년 실시하는데, 영어와 수학을 평가한다. 아래 기사는 엊그제, 그러니까 2018년 8월 29일 수요일자 기사인데,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Unacceptable! 무엇을 받아들일 수 없는가. 기사를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https://torontosun.com/news/provincial/eqao-math-scores-unacceptable-education-minister


기사에 따르면 온타리오 주의 학생들 중 수학 표준점수에 미달하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2017-18년 EQAO 시험에서 3학년 학생의 61%와 6학년 학생의 49%만이 표준점수인 B등급 이상을 만족시켰다고. 그러면 39%와 51%의 학생들은 표준이하로서 수학 실력이 미달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주 교육장관인 리사 톰슨(Lisa Thompson)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This is unacceptable!), 앞으로 전통적인 공식과 암기 기술로 학생들을 다시 교육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캐나다 수학교육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아래 기사의 소녀 표정을 보면 어림짐작을 해볼 수 있다. 아래 기사에 따르면 지난 2004년에도 6학년 학생들 중 주 기준을 넘지 못하는 아이들이 5년간 46%에서 54%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당시 신임 주 최고책임자 달튼 맥귄티(Dalton McGuinty)는 주요 커리큘럼을 변경하여 EQAO 시험에서 온타리오 학생들의 75%가 주 표준에 도달하게 할 것임을 약속하게 된다.


https://www.huffingtonpost.ca/ian-cooper/ontario-math-education-problem_a_23408209/


14년이 흐른 지금 아이들의 영어실력은 나름 성장했지만, 수학 실력은 앞서 기사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여전히 절반의 아이들은 주 표준에 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에 'absence of a billion-dollar private tutoring industry'가 언급되는데, 사실 캐나다라 하여 사교육 시장이 없는 건 아니다. 캐나다도 어느 정도 중산층 이상이 되는 가정에서는 자녀가 부족한 부분을 따라잡게 해주기 위해 사교육(Tutoring)을 통해 극복해 나가게 한다. 그렇게 되다 보니 아래와 같은 그래프가 등장하게 된다.



이는 TDSB라 하는 토론토 교육청(Toronto District School Board)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인데, 수평축은 해당 학교 가정의 중위소득, 수직축은 6학년 학생들의 주 표준 이상 비율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중위소득이 연간 15만 불 이상(2018.09.02 기준 한화 약 1억 2천8백만 원)으로 가면 50% 이상 비율의 학생들이 주표준점수를 넘게 된다. 5만불대에 이르면 심지어 0%도 존재한다. 반면 매우 부유한 지역의 학교는 거의 90%에 육박하는 수준의 학력 아이들이 분포함을 알 수 있다.


기사는 소득이 적은 지역의 학교 아이들은 그저 주정부에서 가르치는 커리큘럼만 배우는 아이들이지만, 소득이 높은 지역의 아이들은 수천 불의 사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설명한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러하다 아래 다시 산타크로체 님의 글에서 보여주듯이, 영국도 미국도 그 학군 프리미엄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달라지게 된다. 이는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특이한 현상은 아닌 것이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santa_croce&logNo=221349350606&categoryNo=0&parentCategoryNo=0&viewDate=¤tPage=1&postListTopCurrentPage=&from=postList&userTopListOpen=true&userTopListCount=5&userTopListManageOpen=false&userTopListCurrentPage=1


여기까지 이야기했는데 그래도 납득이 안 되는 분들이 계실 수 있다. 캐나다 그 온타리오 주의 기준이 높아서 저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OCED에서 3년마다 평가하는 PISA 수학 부분 순위를 한번 가져와봤다. 뭐, 한국이 2015년에 많이 떨어지긴 했으나 그래도 캐나다보다는 한국 아이들의 수학 실력이 아직까지는 캐나다보다는 높다. (참고로 한국의 2012년 기준 PISA 수학 실력은 전 세계 1등이었다)


여하튼 그러하다. 세상 어디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하고 싶은 것만 해서도 먹고살기 수월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려워도 읽고 쓰고 셈하고 하는 것은 암기를 통해서라도 익혀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일이백 년 전 선조들만 생각해봐도, 가만히 있는다고 저절로 언문을 익히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공교육에서 모든 아이들 혹은 학부모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의 영역이다. 앞서 캐나다 가정 평균소득별 학교의 성취도 결과와 같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은 한국이나 캐나다나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가정교사를 통해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캐나다 교육에 대해 캐나다를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어느 애기아빠가 캐나다 언론과 OECD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해보았다. 부디 그 프랑스도 핀란드도 캐나다도,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교육 파라다이스를 갈망하는 일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각자 나라에는 교육시스템의 장단점이 존재할 것이고, 그 단점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가 조금 더 생산적인 논의일 것이다.


그럼 이만 글을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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