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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퀘벤하운 Jul 20. 2016

핀란드 교육은 정답이 아니다

왜 또 핀란드란 말이냐

한동안 잠잠했던 핀란드 교육이 작년에 나온 마이클 무어의 ‘Where to invade next’란 다큐멘터리로 다시 주목을 받는 것 같다. 필자는 여기서 핀란드 교육과 PISA에 대해 몇 가지 논해보고자 한다.


OECD는 PISA라는 이름의 국제학생평가 프로그램(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을 통해 각국 15세 학생들의 Mathematics, Reading, Science 부분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15세는 보편적으로 의무교육 종료단계이므로, 그 이후는 일괄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PISA 초기인 2000년대 초는 핀란드가 상기 수학, 읽기, 과학 전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 세계 수많은 교육관계자들이 핀란드 교육모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헌데 3년마다 실시하는 이 PISA는 2009년을 지나며 그 양상이 점차 변화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실시하여 발표된 2012년 자료를 보면 한국은 그림 1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OECD 내 학업성취도가 1위이다. (검은색으로 표기된 국가가 OECD 국가이며, 파란색은 OECD 외 국가이다) 핀란드와 비교하자면 수학과 읽기 능력에 앞서고, 과학 영역에서 조금 뒤지는 수치이다. 상위권 국가는 모두 동아시아 국가, 한중일인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출처 : https://www.oecd.org/…/keyfi…/pisa-2012-results-overview.pdf)


그림1 : 우리가 OECD내 1등인 항목도 있따!


이 자료를 보고 PISA 성적 높은 게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헌데 저 자료를 열어 하위권(300점대)의 국가들을 보면 거 참 답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자료상 하위 10개국에는 물론 OECD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열거해 보자면 페루, 인도네시아, 카타르, 콜롬비아, 요르단, 튀니지, 아르헨티나, 브라질, 알바니아 정도다. 자원부국인 카타르를 제외하고는 현재 대부분 살기 팍팍한 국가들이다. 물론 여기에 언급된 국가만 해도 어느 정도 공교육이 제 궤도에 오른 국가들이다. 평가대상에서 제외된 서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교육여건일 것이다. PISA 성적이 높다는 것은 엄연히 객관적으로 그 국가의 평균적 교육 수준이 높다는 말이고, 이는 향후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다시 핀란드로 돌아와 보자. 마이클 무어 다큐멘터리에서 핀란드 교육이 뛰어나다는 점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하루 4시간 내외고, 숙제가 없고, 아이들에게 예체능 위주로 하고 싶은 놀이 위주의 공부를 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핀란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렇게 놀기 위주의 교육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PISA 같은 객관적 지표에서 상위 레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한 나라의 교육체계 때문일까.



핀란드 헬싱키에 거주하는 정치 컨설턴트 Eero Iloniemi 씨의 논리는 조금 신선하다. 그는 영국의 관점에서 핀란드 교육이 PISA 1등을 차지했다고 그 ‘교육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의미 없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평가결과는 ‘교육방식’보다는 ‘국가 특성’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그는, 핀란드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지만, PISA 성취도가 높은 또 다른 국가 한국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고 지적한다. 즉 1,2등 국가 간 교육체계의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급부적으로 핀란드와 한국은 표음문자 기반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표음문자는 거의 말하는 대로 쓰이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의 언어 습득이 쉽고 빠를 수 있다고. 따라서 핀란드나 한국은 8살 때부터 듣고 쓰는데 지장이 없지만, 영국은 10살이 될 때까지 철자법을 공부해야 읽기 능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다는 말이다. 아울러 핀란드와 한국은 소수 단일민족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PISA 평과 결과가 높다고 한다. 단적으로 이민자가 훨씬 많은 이웃국가 스웨덴의 평가결과는 핀란드에 비해 월등히 낮다. (참고로 2012년 기준으로도 핀란드 수학 점수는 519점인데 반해, 스웨덴은 478점이다)
(참고 : http://www.spiked-online.com/newsite/article/13147#.V47-QNKyNBe)



핀란드는 노키아의 침몰, 2008 세계경제위기, 러시아 경제의 몰락, 등의 연이은 악재로 인해 현재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북유럽 국가 중에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아직도 2007년의 GDP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림 2를 보면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2007년 대비 110%를 넘는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유럽 평균도 103% 정도는 보여준다.


그림2 : 핀란드는 저성장도 아니고 07년 이후 마이너스가 되어버렸다


헌데 핀란드는 아직 100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핀란드는 북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통화를 유로로 사용해 독립적 재정정책 운영이 불가능하여 브렉시트 같은 외부요인에 더 취약한 측면도 있어 앞으로도 그 미래가 그다지 밝지는 않다. (참고로 덴마크나 스웨덴도 유로를 사용하진 않지만 페그제로 걸려있긴 하다) GDP가 감소하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핀란드의 실업률은 2016년 그림 3과 같이 현재 10%가 넘어가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15세-24세)은 31.4%에 육박하고 있다. 이것도 그나마 작년에 비해 5% p 나아진 수준이다. (FT 기사 참조 : https://next.ft.com/co…/06e891df-579f-35dd-bb7a-5aba23f89f45)


그림3 : 10%를 넘나드는 핀란드의 실업률


핀란드는 기본소득 이야기가 거의 처음 대두된 국가이긴 하지만, 이도 복지를 확대하려는 측면보다 중도우파 성향의 총리 유하 시필레(Juha Sipila)의 사회보장체계 간소화 측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각종 복지제도가 많은 핀란드에서 ‘모든 복지혜택을 없애고 월 100만 원으로 퉁치겠다’는 이야기란 말이다. (허핑턴포스트 기사 참조 :http://www.huffingtonpost.kr/2015/12/07/story_n_8736722.html)




다시 교육으로 돌아와 보자. ‘공부’는 ‘놀이’가 아니다. 물론 책을 읽으며 앎의 즐거움을 찾아갈 수는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지식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고, 구구단에 익숙해 지거나 기본 철자법을 인지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암기’라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한 학년에 전국 50만 명의 아이들이 있다고 하면, 언젠가는 이들과 경쟁해야 할 시기가 도래할 것이고, 공부든 음악이든 운동이든 자기가 타인에 비해 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향후 성인으로서 경제활동을 하며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어떻게 그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하는지 그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그 스트레스 관리 측면에서 음악이나 스포츠 등의 재미를 알아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금의 한국 교육이 잘되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0시간 미만이라고 생각하여 야간 자율학습 이런 건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을 할 때도 식사시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이 넘어가면 효율보다 비효율이 증가하여 업무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야근이나 주말근무도 정말 바쁠 때 해야 생산성이 생기는 것이지, 타성;habitual routine으로 가버리면 답이 없다. 우리 아이들도 낮에 학교에서 열심히 암기도 하고 문제도 풀며 공부하고, 오후나 저녁에는 스포츠나 예능 활동을 하며 삶을 보다 풍성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기 언급한 다큐멘터리 속의 핀란드처럼 학교에 숙제가 없고, 삶을 즐기는 시간을 늘린다고 뇌에 휴식만 준다고 아이의 미래가 보장되진 않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SAT와 같은 표준화된 시험을 없애자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누가 이득을 볼 것인가 자문해봐야 할 시점이다. 결국 수저가 금으로 둘러싼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2016년 현재 핀란드 교육상황을 보여주는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기사에 따르면 핀란드 교육이 뛰어났던 이유는 19세기 러시아의 억압으로부터 조국문화 수호를 위해 노력한 핀란드 교사들의 힘이 컸다고 한다. 때문에 예전 핀란드의 교권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높아, 의사 다음으로 선호되는 직업이었다고 한다. 덴마크나 스웨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핀란드가 2000년대 초 두각을 보였던 이유는 이러한 노력이 기반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난한 어업국가였던 옆동네 노르웨이는 70년대 북해 유전의 발견으로 자원 부국의 길을 걸어갔다.


*원문 : http://www.economist.com/news/europe/21698679-europes-top-performing-school-system-rethinks-its-approach-helsinking

*번역본 : https://brunch.co.kr/@youngki/93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학자들이 기회비용 원리를 강조하며 인용하는 속담을 조금 변형하여 마무리하고자 한다.

There is no such a free lunch in the world


*배경그림 출처 : http://blogs.worldbank.org/education/finland-still-education-sup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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