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때론 무언가 대단한 성과를 이룰 수도 있고, 엄청난 삽질을 할 수도 있다. 엄청난 삽질을 해서 지각이라도 뚫고 맨틀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 중요한 게 자존감;self-esteem이라 생각한다. 헌데 이 자존감은 그저 생기고 싶다고 스스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떠한 삽질을 하더라도 나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은 자존감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마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누군가는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조부모, 혹은 친구가 되거나 나 자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조부모와 관계가 그리 끈적하지 않아 나의 자녀들에겐 그러한 관계를 조금 더 선물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물론 지나친 자존감은 버릇없음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몇 가지 점만 유의한다면 아마도 인생에 가장 값어치 있는 선물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제 우연히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봤는데, sns 스타이자 치과의사인 엄마와 중학생 딸이 나왔다. 누가 봐도 외관상 유복한 집에 이쁘고 아름다운 모녀관계지만 현재 둘의 관계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보다 잠들어 결말은 어떻게 된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모녀가 눈물을 흘리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감싸안는 장면이었다. 초등학생인 큰아이와 나, 아마 시간이 흐르면 동상이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관계로 갈 수도 있다. 현재는 물론 둘도 없이 친밀하고 좋은 관계지만, 그가 독립된 인격체로 자라나가며 나와 다른 세계관을 가질 것이고, 그것은 종종 갈등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제아무리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 할지라도 독립된 인격체 사이엔 보이지 않는 간극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 아이가 인생에 지치고 힘이 들 때, 굳이 내가 아니라도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친구나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조부모나 삼촌, 이모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패는 달랑 한 장을 갖고 있을 때보다 여러 장을 갖고 있을 때 더 큰 힘이 발휘되는 것과 같이 말이다.
당신에게도 있나요? 영원한 내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