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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Apr 17. 2022

노래로 하는 말

돌다 놀다 가자

양준일은 댄스가수다. 그래서 그는 노래와 춤으로 말한다.

그의 노래에는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괴로움도 즐거움도 행복도 담겨 있다. 그가 살아온 발자국과 그가 지내오는 이 시간들이 고스란히 잘 담겨 있다.


최근 양준일이 새 노래 ‘빅립스’를 발표했다. 그가 새로 활동을 시작한 뒤로 코로나 팬더믹 시대라는 답답하고 어두운 시기가 시작되었지만 그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그는 꾸준하게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고,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팬들에게 선물을 하였다.

우리들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움츠려 있는 동안에도 그는 마치 물아래에서 발을 젓는 백조처럼 쉬지 않고 움직였다. 여러 번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새 음반과 새 노래를 발표했고, CJ와 함께 유튜브 재부팅 양준일 채널을 통해서 다양한 영상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빈티지 양준일이라는 새 채널을 시작했다.

그의 왕성한 활동을 지켜보면서 종종 때때로 항상 대부분 무기력에 빠져있는 나를 반성한다. 코로나를 핑계로 멈춰있는 나를 돌아보곤 한다.


작가는 글로 말을 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글을 말로 풀어서 설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글벗들 혹은 학생들과 함께 작품을 평하는 일을 가끔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신의 글을 내놓고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글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글을 써 놓고 그리고 책으로 나오고 나면 사실 그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독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읽고 해석하고 느끼게 된다. 내가 쓴 것과 다른 것을 느끼기도 하고, 더 많은 것을 보기도 한다. 그래서 그 글들이 점점 더 살아나고 풍성해진다. 그 과정을 보는 일이 즐겁다.

노래 역시 만든 사람이 풀어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듣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과 해석을 할 것이다. 그러니까 양준일 노래에 대한 이 글 역시 나만의 느낌과 해석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최근 발표하는 양준일 노래의 대부분은 러시아의 록 기타리스트 발가이너가 작곡을 하고 양준일이 작사를 한다. 둘은 마치 소울메이트처럼 오랫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존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나서 다시 왕성한 작업을 하고 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발가이너와 천재적인 끼와 감각을 가진 양준일은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한다. 이런 동지가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 그래서 양준일의 노래는 자신에게 잘 맞는 옷처럼 느껴진다. 코로나 시기에 서로 만나지도 못한 채 작업을 하고 있지만 발가이너의 음악은 양준일에게 영감을 주고, 노래하게 만든다. 멋진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발가이너가 양준일의 무대에 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양준일의 노래는 그의 삶과 맞닿아 있다. 그의 가사에는 그의 아픔이 녹아 있다. 그는 쉽지만 깊이 있는 가사를 쓴다. 만약 그가 가수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시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가사는 분절되어 있고, 의미 있는 행간을 지니고 있고, 다중적인 목소리가 뒤섞여 있다. 쉬운 단어와 쉬운 문장이지만 단어와 단어가, 문장과 문장이 연결되는 지점이 독특하다. 그래서 처음 들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궁금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가사로 쓴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과 고통을 글이나 가사로 쓰려면 충분히 그것에서 벗어나 거리를 둘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는 자신을 객관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고, 상황에 빠져들지 않고 벗어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그것을 잘 해내는 것 같다. 바닥을 치고 지하로 내려갔다 온 자답게.

그렇게 그가 통과한, 승화된 아픔이 노래로 불릴 때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위로와 힘과 힐링을 얻는다.


최근에 발표한 ‘빅립스’도 작년에 발표했던 Day by Day 미니앨범에 수록되어 있던 ‘Alibis’도 역시 그런 노래에 속한다. 자신을 거짓으로 비방하며 끌어내리려는 악플러들과 안티들 그리고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근거 없는 기사를 퍼뜨리는 기자들에게 그는 종종 공격당하곤 했다. 기획사에 속하지 않고, 한국과 연예계에 연고와 인맥이 없는 그는 그들에게 좋은 먹이 거리로 보였나 보다. 그로 인해서 팬들도 그도 힘겨운 롤러코스터를 타곤 했지만 그는 그 과정을 슬기롭게 통과하고 그것으로 가사를 쓰고 노래를 한다.


거짓된 말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라는 부제가 붙은 ‘빅립스’는 신나는 펑키 리듬의 댄스곡이다. 하지만 가사는 풍자적이고 날카롭고 깊은 의미를 지닌다. 심지어 이 노래의 엔딩은 갑작스럽게 음악을 꺼버린 것처럼 뚝 끊어진다. 내용과 형식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예고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노래는 급작스럽게 막을 내린다.  그는 가사에서 ‘돌다 놀다’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없이 자기의 인생을 즐기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질 삶이기에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돌고 놀며 마음껏 춤을 추며 노래하라고. 모든 것이 멈출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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