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의 옷을 갈아입히는 일은

세상의 모든 요양보호사님들께 바칩니다

by 현재 작가

“안녕하세요. 보호자님이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어제도 전화드렸는데 전화통화가 힘드네요. 어르신한테서 냄새가 너무 나서 전화를 드렸어요. 아무리 봐도 어르신 혼자서 옷을 갈아입지 못하실 것 같고, 같이 사시는 어머님도 치매 환자시라면서요. 차라리 센터로 속옷 포함하여 상·하의 2~3벌 보내주세요.”


요양보호사님께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고 혼잣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동안 그렇게 옷 갈아입으시라고 부탁드렸건만 일이 닥치고야 말았다. 엄마가 아빠를 챙겨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며느리가 할 수도 없으니 제발 딸이 왔을 때라도 옷 좀 벗어달라고. 그것도 싫으면 요실금 패드나 기저귀를 하시면 안되냐고 간곡히 부탁드렸지만 결국 일은 벌어졌다.


한동안 수치스러운 감정과 분노가 뒤섞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동시에 아빠에 대한 짜증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얼마 전부터 부모님 댁을 방문하면 집안 구석구석 소변 냄새가 진동했다. 아빠 속옷, 바지, 담요, 이불, 방석을 모조리 세탁해도 그 때 뿐이었다. 여름이 오기 전에 문제가 될 것 같아 나름 노력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요양보호사님께 죄송하다고 빌어야 하냐고, 엄마와 아빠를 대신하여 온갖 집안일까지 떠맡는 불쌍한 딸을 얼마나 더 힘들게 할 거냐고 중얼거렸다. 저번 일화에는 사랑의 숨겨진 속살을 운운했건만 요양보호사님 전화 한 통으로 마음이 산산히 무너져 내렸다.


또다시 기억의 필름은 빠르게 돌아간다. 어린 시절, 우리 아빠는 학기초가 되면 통과의례처럼 엄마를 시켜서 학부모 상담을 빙자하여 촌지를 보냈다. 우선 은행부터 방문하여 빳빳한 지폐를 만들어 왔다. 혹시 자신의 소중한 자녀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차별받고 설움 받을까봐 노파심에 하신 행동이었다. 물론 이런 일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이고, 지금 학교나 기관에서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 나도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야 그 일을 알게 되었고, 학기초에 엄마가 학교를 방문하셔서 어린 마음에 뛸 듯 반가워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우리 부모님은 어린 남매를 낳고 먹이고 키우고 심지어 매년 학교까지 방문했는데, 나는 센터에서 온 전화를 받는 것조차 버거웠다니 할 말이 없었다. 심지어 요양보호사님께서 아빠 옷을 갈아입혀달라고 말씀하신 것도 아닌데, 이제 더한 일도 많을 텐데 이 정도로 흔들려야겠냐고 자책한다. 이제는 '내가 보호자다, 우리 부모는 환자다, 내가 강해져야 한다'라고 중얼거린다.


조금 있으면 나 혼자 할 수 없는 상황이 점점 더 닥칠 것 같다.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우리 아빠를 보면 염치없이 다른 일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 같다. “선생님, 제가 아빠를 달래서 옷도 갈아입히고 세탁도 하려고 하는데요. 아빠가 제 말을 도통 듣지를 않아요. 엄마가 분리수거장과 공원에서 계속 쓰레기를 모아 오는 것은 몰래 치우면 되는데, 아빠는 옷을 벗기는 것 자체가 어렵네요. 조금 있으면 아빠 목욕과 위생 관리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 같아요. 다른 어르신들도 계시고 날씨도 점점 무더워져서 이런 문제로 힘들게 하면 안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항상 신경써주시고 챙겨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부모님 댁을 더 자주 찾아뵙고 노력하겠습니다.” 옷을 갈아 입히는 일조차 해내지 못하는 보호자를 대신해 주시는 요양보호사님께 마음으로나마 편지를 쓴다.


그러면서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국에서도 우리나라가 잘 돌아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곳에서 각자의 임무를 다하는, 평범하게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노력이라고 중얼거린다. 치매 가족에게 그 분들은 하늘에서 보내주신 천사가 맞다고. 보호자가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묵묵히 감내해 주시는 그 분들은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이라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모든 요양보호사님들께도 편지를 쓴다. “저는 벌써 몇 해 동안 부모님을 각각 다른 센터에 보내고 있는 치매 가족입니다. 고생하시는 요양보호사님들의 노고를 직간접적으로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고단함과 수고스러움을 모조리 이해한다면 그게 더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당신들 덕분에 치매 가족의 삶이 무너지지 않은 채 일상을 영위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힘들고 어려우시겠지만 저처럼 마음으로나마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과 지지가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식도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시는, 점점 무너져가는 치매 가족의 마음까지 보듬는 당신들은 우리들의 천사입니다. 많이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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