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young Feb 25. 2019

겨울과  봄 사이

금강산,  평양냉면의 기억




 제대로인 생태탕을 한 번도 먹지 못한 채 겨울이 떠날 채비를 한다.

저녁 무렵, 올 들어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듯한 큰 눈이 순식간에 퍼붓더니 거운 온천욕에

덥혀 열기를 미처 가시기도 전에 주차장 주변은 온통 눈밭이 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이미 가고 있다기미는 정확히 느낄 수가 있다. 


 엄마를 생생히 느꼈던 너싱홈에서의 마지막 생신날 나는 떠나려는 엄마의 눈빛을 읽고 있었지

언니는 전혀 못 느끼는 일상의 배웅인사 속에 나만 유독 이상타를 차 안에서 연발하고 말았지만...

 겨울 음식으로 생태 지리를 자주 올리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져 나도 겨울 초입부터

은근히 제대로인 생태 몇 마리쯤 마켓에 누울 날을 기다렸건만 올 겨울은 2월이 다 가도록 

감감무소식...

 겨우내 먹던 싱거운 대구살에 질려 장 보러 간 날

예감했봄만 가득 실어 왔다.

 통통하게 물오른 남해안 미더덕에다

거문도의 봄동과 쑥까지 라니...


 그러나 보드랍게 부서지는 고소한 생태 살의

풍미를 아직 포기하긴 이른 2월이다.



겨울에 내가 애정 하는 먹거리 중 또 하나는

평양냉면인데 이웃에 새로 난 이북식 면옥을 찾아

모두들 뜨거운 만두전골 먹고 있는 곁에서

옥류관식 밍밍한 국물에다 찰진 사리 한 다발을

원샷하고 온 것도 그저께다.

 어느 해 겨울, 갑작스레 나라에서 보내 준

금강산에서의 3박 4일 연수 

 북부 관동팔경의 절경과 더불어 생애 처음

북한 땅에서 맛본 음식이 애정하던 품목의 식사였으니 그 즐거움를 말해 뭐할까


 내리 3일간의 아침을 깊은 동에서 건져 올린  맑은 생태 지리 한 그릇씩을 비우며

나는 남쪽에서 달고 지긋지긋한 감기와 비염기을 다 떨치고 왔었다.  

 그리고 처음 맛본 옥류관에서의 자극성 없는 냉면과 온면은 그 후 비슷한 맛의 면옥을 찾게 하는

중독성 있는 기호품이 되고 말았다.


 해금강  맑은 파도 위로 낡은 목선들이 넘실대던 새벽의 고성항,

금강산 일만 이천 높은 봉우리가 만져 주던 청정의 위... 지금은 마음속에만 저장된 이미지다.

 안내원 아가씨를 몰래 찍었던 이유로 카메라의 흔적을 다 지우고 와야 했

사진 없는 여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차장 옆길로 어느새 정원등이 하나 둘 불을 밝힌다. 겨울이 가는 뒷모습을 보는 듯하여

출발을 늦추고 서성거렸다. 감고 나온 머리가 빳빳하게 서리꽃이 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밥은 언제나 그립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