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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Jul 05. 2016

진심을 다해 눈물 흘려본 적 있는가

2014. 7. 21.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리 높여 울어본 적 있는가? 어릴 때부터 감정을 내보이지 못하도록 억압받은 우리에게는 무척 쉽지 않은 일이다. 진심을 다해 울고 있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함께 울어주는 것은 더욱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알 것이다. 오늘 우리는 진심과 진심이 만나 함께 흐르는, 그 눈부신 순간을 함께 하였다.


  점심식사를 하고 교실로 돌아왔더니 S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아픈가 보다 하고 그냥 곁에 있었는데 다른 여자 아이들 눈치를 보니 다른 이유가 있어 보였다. M를 불러 이야기를 들어보니 S가 따돌림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자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상황과 그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판단에 긴급히 여자아이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눴다.


  안타깝게도 대화의 진행은 엉망이었다. 아이들은 피상적인 말만 주고받을 뿐이었고, 나 역시 답답한 마음에 이론적이거나 잔소리 같은 말만 내뱉고 있었다. 단단한 벽 뒤로 숨은 아이들의 마음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오히려 점점 먼 곳으로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때, Y가 가슴속 깊은 상처를 조심스럽게 꺼내기 시작했다. 예전의 아픔이 떠올랐는지 점점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떨렸고, 눈가에 맺힌 이슬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진심이 담긴 말이 만들어낸 파장은 아이들에게까지 퍼져 마음을 흔들었다. 자신이 겪은 아픔과 남에게 준 상처를 떠올리며 우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너도 나도 돌아가며 언제 따돌림당할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아픈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어느새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이런 마음을 지닌 채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을까. 우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라며 한 명씩 다독였는데 그럴수록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높아져만 갔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싶어 옆에 있는 친구들을 서로 안아주라고 했다. 그 순간 아이들은 깊숙한 곳에서부터 터져나오는 소리를 내며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동안 꾹 짓누르던 마개가 폭발한 듯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아이들은 서로 안아주며 "미안해. 미안해." 하며 거듭 사과하였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도록 교실은 눈물로 바다를 이뤘다.


  나 역시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안아주고 있는데 갑자기 H가 다가와 안기며 말했다.

  "선생님에게 이런 모습만 보여 죄송해요.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배우지 못해 죄송해요."

  그러면서 내 옷에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낸다. 그 모습에 마음이 찡해 나도 꼭 안아줬다.

  오늘 일로 가장 마음이 아팠을 S도 나를 안고 펑펑 울었다.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과 사이를 돌이킬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전 선생님들에게 속마음을 말한 적이 없는데...... 고마워요."

  내가 고마워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되레 인사를 했다.


  아이들을 안아주며 하고 싶은 말을 귓속말로 전했다.

  "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야. 이렇게 너를 위해 울어주는 친구들도 있잖아. 사랑받을 수 있어."

  "너만 상처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 이제는 알겠니?"

  "어른들이 믿어주지 않아 많이 억울했지?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어른이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선생님이라도 믿으렴."


  마지막으로 원형으로 앉아 서로 손을 잡고 하고 싶은 말을 나눴다. 울먹이면서도 농을 치는 것을 보니 제법 기운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아이들의 차례가 끝나자 나도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얼마나 아팠니. 이제는 적어도 우리끼리는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해. 진심으로 사랑한다. 우리 서로 사랑하자."


  눈물 콧물로 아이들의 얼굴은 엉망이었고 내 하얀 셔츠도 아이들의 눈물과 콧물로 얼룩졌다. 그래도 좋다. 이게 모두 아이들의 마음이니. 오늘, 우리는 진심을 나눴다.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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