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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Aug 30. 2016

영어를 못하는 게 우리 잘못일까?

새로운 영어교육 - 애로우 잉글리시

교육이 넘치는 한국에서도 영어교육은 유난히 두드러진다.

영어 유치원이란 해괴한 시설부터 각종 영어 시험에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취준생들은 영어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지만 문장 하나 말하기도 어려워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히 한국 사람들의 능력 부족일까?

그러기에는 PISA부터 각종 국제시험까지 우수한 성적을 내는 우리 아닌가.

그렇다면 결국 원인은 사람보다는, 영어교육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어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야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수십 년 전부터 너도나도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 결과 원어민 고용이나 몰입 교육, 영어교실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다.

그리고 다들 아는 것처럼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어느새 사라지곤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해외에서 들여온 방법이라는 점이다.

영어가 안되니까 영어를 잘 하는 나라의 교육방법을 가져온 셈인데, 이는 성적이 바닥인 학생에게 최상위권 학생의 방법으로 공부하라고 하는 식이나 다름없는 처방이다.

우리의 조건과 상황이 다른 나라와 유별나게 다르다면 문제 파악과 해결도 우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맞다.


몇 년 전, 한 선생님에게 '애로우 잉글리시'를 추천받았다.

책을 찾아 읽어보니 기존 영어교육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한국인이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을 영어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단순히 주장으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사고를 바꿀 수 있는지 체계적인 방법도 적혀 있었다.

오랜 기간 영어에 대해 고민한 저자의 흔적이 여기저기 서려 있었다.

새로운 영어교육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바쁜 일상에 영어에 대한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대학원에 입학하며 영어 원서를 읽을 기회가 늘어나고 해외여행을 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못하는 상황을 겪으며 영어에 대한 고민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때 애로우 잉글리시가 떠올랐고, 한참 고민 끝에 지난 3월부터 대전에서 6개월 과정을 받았다.

책을 통해 애로우 잉글리시를 이해하긴 했지만 새로운 방식이 몸에 익지 않아 결국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강의는 이전까지 겪지 못한 방법을 통해 사고를 영어식으로 바꿔주었다.


어제로 6개월 과정이 끝났고, 이제는 예전보다 수월하게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를 한다.

결국 영어교육의 핵심은 이해를 바탕으로 사고방식을 바꿔내는 거였다.

지금 영어교육의 문제는 언어에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해서 두려움을 강화하고, 어순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한국식으로 해석해내다보니 부하가 걸리는 것이었다.


핀란드의 경우 우리와 마찬가지로 모국어의 어순이 영어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영어를 잘 한다.

그들이 우리보다 잘 나서가 아니라, 영어교육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 영어는 선택할 수 있는 외국어 5개 중에 하나에 불과하여 실제 교육기간이 우리보다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대부분이 자유롭게 영어로 소통한다.

교육방법을 보면, 단어를 외우게 하거나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나 틀에 박힌 표현을 외우게 하거나 평가가 주가 되진 않는다.

동화책을 읽어주고 동작과 함께 말을 하도록 하며 자연스레 어순과 인식의 차이를 해소한다.

또한 영어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도 한 몫한다.

한국은 인구가 충분히 많기 때문에 한국어만 알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핀란드의 경우 어느 직업을 갖든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만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겠다는 동기 자체가 높다.

그리고 일상에서 영어를 접하는 기회-예를 들어 TV 프로그램도 영어권 프로그램을 자막만 입혀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가 훨씬 많아 우리보다 영어를 교육하기가 수월하다.

결국 한국 영어교육은 어떤 목표(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중심을 둔다면, 핀란드에서 영어는 일상에서 접하는 콘텐츠를 이해하거나 흔히 접하는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애로우 잉글리시 기본 과정(6개월 동안 120시간)을 어제 마쳤고, 대학원생들에게 120시간 과정을 12시간으로 압축하여 3시간씩 네 번에 걸쳐 강의를 하기로 했다.

오늘 오전 첫 강의가 있었다.

이미 어느 정도 영어를 하는 분들이라 무리 없이 받아들였고, 애로우 잉글리시의 장점에 놀라워했다.

12시간을 마친 후에는 함께 문장 구조를 입체화해서 이해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스터디를 할 예정이다.

올해가 지나면 영어식으로 사고하는 것이나 영어 구조가 체화될 것 같다.


120시간 만에 영어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준 최재봉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공교육이 이 관점을 얼른 채택해서 답을 찾는 영어교육이 아니라 '영어가 되는 교육'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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