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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 Jan 26. 2024

청담동에서 내린 남학생

이 청년은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으로 추정된다.

책가방을 메고 대치사거리에서 버스를 탔고

청담진흥아파트 인근 거리에서 내렸다.

여드름 자국 하나 없는 하얗고 갸름한,

조금은 창백해보이는 얼굴,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무표정했다.


그날은 매우 추운 1월의 오후5시 무렵이었다.

볼 일이 있어 일년에 한두번 갈까말까한

낯선 대치사거리에서 버스를 탔는데,

아뿔사, 버스카드에 잔액이 부족하단다.


너무 당황하기도 했지만

사실 너무 피곤하고 추워서

버스에서 정말 내리고 싶지 않았다.

정류장에서 오래 떨고 기다렸고

계좌이체라도 하고 싶었지만

기사님은 그렇게는 안된다고 거절.


"제가 이분 것까지 내드겠습니다.

청소년 할인해주시고요."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던 남학생이

대화에 끼어들면서

상황은 종료되었다.

감해하며 지갑을 열어보여준 나는

오만원짜린데.. 거슬러줄 수 있어요..

라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 괜찮아요.."


날카로운 턱선, 웃음기없는 창백한 얼굴,

단호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하회탈처럼 눈을 감고 웃는 남학생.


우물쭈물하다가 나는

아아, 고마워요

하고는 자리에 냉큼 앉았다.

머리로는 가서 전번이라도 물어서

갚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미성년자에게 연락처를 묻는 게

왠지 실례 같고

세상이 험한데 혹시라도..

이상한 학생이면??

근거없는 불신까지 더해져서

이 천사같은 청년에게

아무 말도 걸지 못한 채

버스에서 내리는 그의 뒷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상은 참,

살만 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에 이런 일이 누군가에게 생기면

그 곤란해하는 누군가에게

버스비를 내주는 것으로

꼭 갚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고마워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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