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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Apr 07. 2019

현호색, 골라보는 재미

댓잎현호색, 각시현호색, 들현호색, 애기현호색, 빗살현호색 ....

몇 가지나 되는 현호색을 한자리에서 다 봤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4월이지만 아직 산 쪽은 겨울 풍경이다. 물론 맨 먼저 환하게 피어오르는 연둣빛 귀룽나무 덕에 4월의 봄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귀룽나무는 참나무들의 숲에 간간이 점묘화처럼 봄을 찍어낸다. 점묘화를 탄생시킨 프랑스 화가 '쇠라'가 귀룽나무의 봄을 그리지 않았다니!

귀룽나무 아래는 갈색 낙엽의 밭이다. 이 낙엽이 과연 사라지기에는 얼마나 걸릴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지만, 그 궁금증을 잊게 하는 것들이 있다.

현호색이다. 파주 삼릉은 온통 현호색 군락이었다. 서너 종의 제비꽃도 함께 자라고, 큰개별꽃도 여기저기 경쟁하듯 낙엽을 치고 올라온다.  

남산제비꽃, 호제비꽃, 콩제비꽃 ..... 현호색은 제비꽃처럼 종류가 많다. 꽃은 비슷한데도 자세히 보면 살짝 다르고, 잎의 모양이나 색 등도 달라 그것으로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경우가 많다. 역시 제비꽃처럼. 그렇게 다른 것들을 직접 보고 있자니, 신기하다. 루페 안에서 자신만의 다른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꽃. 줄기에 솜털이 반짝이기도 하고, 잎의 모양이 뚜렷하게 다르기도 하고, 아주 비슷하지만 크기와 느낌이 다르기도 하고, 거치와 결각이 뚜렷하게 다르기도 하고 때로는 향기도 다르기도 하고! 다 다르다. 다르다는 것은 참 당연하고도 중요하다는 생각.


31가지 아이스크림처럼, 다른 걸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새록새록. 하지만 참 어렵다. 그래서 탐라현호색, 점현호색, 들현호색, 쇠뿔현호색, 각시현호색, 갈퀴현호색, 조선현호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호색' 한 가지 이름으로 통일했다고 한다. 안 헛갈려 좋고 외기도 쉽지만, 골라먹는 기회까지 함께 사라진 그런 느낌.


남산제비꽃과 댓잎현호색


왼쪽부터 들현호색(어릴 때), 들현호색, 애기현호색, 댓잎현호색, 둥근잎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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