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리 강혜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질문에 질문하다 #4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질문하는 사람으로서의 자각을 깨우치게 한 건 최근에 인상 깊었던 콘텐츠를 만든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는 욕구였습니다. 필자가 재직 중인 도모가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초대한 '도모 씨밀레' 네트워킹에서 미디어오리의 숏 다큐인 <<인터브이>> 영상을 접한 것이 계기였는데요. 암전 된 시사 공간에서 미공개 영상의 오프닝이 상영되었을 때, 마치 극장에 앉아 있는 듯한 몰입감이 들었습니다. 다음 인터뷰이를 정하기까지의 망설임을 단번에 물리치고 일사천리로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이 담겨있는 영상들을 재료로 나눈 대화는 일과 삶이라는 꼭짓점 사이에서 커다란 진폭을 그려내며 이어졌습니다.
* 인터뷰어: 도모 자스민(제스) / 인터뷰이: 미디어오리 강혜련(혜련)
제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혜련: 촌스럽긴 하지만 ‘흰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제스: 너무 훌륭한 대답인데요.(웃음) 그러면 지금 미디어오리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정확히 어떤 건지요?
혜련: 저는 미디어오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고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타이틀이 광고 업계에서 나온 말이더라고요. (기획을) 어카운트와 크리에이티브라고 구분할 때 광고의 창의적인 방향을 잡아주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모든 걸 지휘하는 사람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고, 그래서 제 자신을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스타트업 업계의 맥락에서 미디어오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제가 무슨 일을 하냐면, 일단은 <<인터브이>>라는 숏 다큐 미디어 브랜드를 초창기부터 만들었어요.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프로토 타입의 영화들을 만들었고 파생되는 프로젝트나 사업, 콘텐츠 아이디어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많은 것들에 제가 들어가서 도와주기도 하고 기획하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미디어오리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때로는 도와주기도 해요. 세 번째는 시니어 매니저로서 미디어오리 회사 내부의 체계를 잡고 주니어 동료들을 이끌어주고 그들이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제스: 교육 프로그램의 대상은 주로 어떤 분들이세요?
혜련: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리콘 유스’ 프로그램은 파트너 기관과 협업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교육이에요. 그게 미디어 콘텐츠 교육이 될 수도 미디어 창업 교육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국제 앰네스티, 거꾸로 캠퍼스와 같이 협업해왔어요. 그리고 ‘오리콘아’는 오리지널 콘텐츠 아카데미라는 말인데 -이 업계에 영어 사투리가 진짜 많거든요.- 예비 종사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투 트랙으로 콘텐츠 제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제스: 지금 소속되어 있는 미디어오리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혜련: 정말 간략하게 말하자면 미디어오리는 미디어 인큐베이터고 조금 풀어서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새롭고 선한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미디어 팀들을 발굴하고 교육하고 연결하는 일종의 미디어 스타트업 허브가 되려고 하는 곳이에요.
이게 어떤 맥락에서 생겨난 실험이냐면 2016년경에 거의 처음으로 미디어 스타트업 만을 위한 큰 자본이 조금 흘러오기 시작했어요. 시장이 처음으로 생기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그때 ‘닷페이스’나 ‘코리아 엑스포제’, ‘디에디트’, ‘긱블’, 그리고 나중에는 ‘뉴닉’이 메디아티라는 임팩트 투자사에 투자를 받아서 아장아장 첫 발걸음을 떼는 시기였어요. 저는 코리아 엑스포제에서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었고 나리 님은 메디아티 영상 전략 팀장으로서 영상 편집을 가르치고 팀들을 도와주면서 친해지게 됐는데요. 메티아티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곳이면서 거기도 스타트업이었거든요. 2018년쯤에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실험은 실패했지만, 그로 인해서 생겨난 굉장히 좋은 팀들이 아직 남아 있고요. ‘널 위한 문화예술’도 그런 팀이고. 그런 허브 역할을 지금 또 누가 메꿔 나갈 수 있을까 해서 메디아티의 경험들을 반면교사로 교훈 삼아서 저희가 새로 시작을 한 거죠.
제스: 그러면 미디어오리에 합류하신 계기와 더불어 이전에는 어떤 일 또는 작업을 해오셨는지 조금 더 설명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혜련: 이전이라면 어디까지 뒤로 가야 되나요?
제스: 저의 개인적인 궁금증은 이 분이 어떤 걸 전공하셨을까-부터였어요.
혜련: 독일어 전공했어요.(웃음) 제가 초등학생 땐 우연히도 친구가 독일어를 배운다길래 햄스터를 가진 독일어 과외 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어서 독일어를 처음 배웠어요. 그리고 미국 중부에 있는 매캘리스터 대학에 장학금을 받아서 갈 수 있었는데 미국 중부에 스칸디나비아, 독일 쪽 이민자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우리 학교가 독일어 프로그램이 되게 좋은 학교인 거예요. 미네소타에 있는 대학에 가서 독일어를 배우게 된 거죠.
저널리즘은 제가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한 1-2학년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고 예전에 탱크 같은 컴퓨터에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하나만 될 때 게임처럼 소설을 쓰곤 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그걸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항상 했던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니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자를 하고 있더라고요. 나도 해볼까 하다가, 이제 빨리 감기를 해서(웃음) 2015년에 서울에서 외신 기자 생활을 시작했었죠.
그때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이 서울 사무국을 설립했고 라디오 기자 겸 어시로 들어가서 속보 뉴스 위주로 보도를 하다가 2년 정도 지나자 주니어로서 좀 더 커지고 싶다, 권한을 좀 더 가지고 싶다,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이런 욕심이 생길 때쯤에 코리아 엑스포제가 저를 편집장으로 스카우트를 해갔죠.
코리아 엑스포제는 독립 영문 매체인데, 한국에서의 외신이라고 하면 서구 중심 언론사들이 자국의 오디언스를 타겟팅하다 보니까 한국에 대한 뉴스를 낼 때 빠지는 맥락도 굉장히 많고 뭔가 잘 팔리는 꼭지들을 재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서 삼성, 아니면 아시아의 이상한 한 나라, 케이팝, 이런 것들이 재생산되는 걸 보면서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는 다른 외신 기자들과 달리 한국을 잘 알고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외신의 구멍을 메꿀 수 있는 독립 전문 언론이 되자 해서 투자를 받은 거예요. 그래서 당시에 편집장으로서 콘텐츠 기획하고 영상이나 팟캐스트 프로듀싱도 하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실험들을 했는데 결국에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 실패해서 영업을 중단했어요.
제스: 이전에는 언론 쪽에서 활동하시다가 미디어오리라는 회사에 합류하시고 <<인터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된 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진 건지?
혜련: 영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떻게 보면 갑작스럽지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거기도 해요. 왜냐하면 코리아 엑스포제에서 일할 때 처음에는 글 기반의 매체로 시작하다가 2016년부터 한국에서 막 페이스북이 대세다 이러면서 페이스북에 올라가는 영상을 만들자는 흐름이 시작됐어요. 그래서 코리아 엑스포제도 영상 팀원들을 몇 명 채용해서 체계를 만들어 갔어요. 사실 저도 그걸 옆에서 보면서 발행이나 마감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크리에이터로서 참여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코리아 엑스포제를 그만두고 마침 백수로 띵까띵까 놀던 시기에 나리 님이 영상 편집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거기 참가해서 처음으로 만든 영상이 여행 가다가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찍은 20-30초짜리 영상인데 나리 님이 그걸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 워크숍에서 졸업 작품으로 낸 게 저희 할아버지에 대한 7분짜리 다큐였거든요. 찍다 보니까 숏 다큐가 되는 거예요. 근데 나리 님이 그때 제가 기술적으로는 형편없고 아무런 포트폴리오도 없었지만 제 시선이나 감각 같은 면에서 가능성을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사람이 <<인터브이>>를 만들면 새로운 문법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저를 고용하신 것 같아요.
<<인터브이>> 자체도 제가 지금까지 저널리즘 기자로서 쌓아온 경력이 총동원돼야 되는 프로젝트거든요. 왜냐면 <<인터브이>>가 저널리즘을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풀어내는 실험적인 미디어예요. 저널리즘에서 볼 수 있는 인터뷰 중심적인 촬영과 기획에서 아트 시네마에서 볼 수 있는 문법들을 접목해가지고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예상하는 인터뷰 영상과는 완전히 다른 취향을 소개하고 사람들의 취향을 바꾸고 싶은 원대한 꿈이 있어요.
제스: <<인터브이>>를 만들면서 기획부터 취재, 촬영, 편집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리드하실 텐데 한 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혜련: 지난 2년간 만들어 왔던 거랑 앞으로의 인터뷰랑 모양이 좀 달라질 것 같아요. 지난 2년은 미디어오리의 많은 가지 수 중에 하나로 <<인터브이>>를 해오다 보니까 되게 느슨하게 이어왔고 저도 미디어오리의 크리티브 디렉터로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시간 날 때 촬영하고 편집해 오던 프로젝트거든요. 그래서 2년이 지났지만 아직 체계가 미흡하고 파급력이 크지 않고-거의 없고, 콘텐츠도 많지 않아요. 이런 구조적인 환경에서 만들어 온 브랜드여서 지난 2년간은 그냥 제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기준은 제가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 주역)고 여기서 뭔가 재미있는 사회적 질문들이 나올 수 있다면 좋은 아이템이었지만, 지금부터의 <<인터브이>>는 좀 달라질 것 같아요.
이제 미디어오리는 <<인터브이>> 중심적인 사업을 해서 훨씬 더 집중하려고 하고 최근에 새로운 필름 메이커를 고용해서 그분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계시고, 앞으로 훨씬 더 짧은 콘텐츠가 나올 수도 있고요. 확산 전략 같은 것도 체계적으로 밟으려고 하고 무엇보다도 <<인터브이>>를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만드는 데 전략을 주력하고 싶어요. 그 말은 영상을 만드는 미디어지만, 영상에는 제작 이외에 수많은 과정들과 환경들, 세상들이 있잖아요. 그 고민들을 동시에 해보려고 해요. 그전까지는 영상 제작에만 집중을 했다면 지금은 영상으로 파생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뭔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제스: 제가 <<인터브이>>를 봤을 때 유튜브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라기보다는 단편 영화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저는 전공이 영화 연출이다 보니 예전에 단편영화제 같은 데 다니면서 본 작품들이 많이 연상되고… 혹시 지금까지 만들었던 작품들을 다큐멘터리 필름 페스티벌 같은 데에 제출해보거나 공개한 경험도 있으세요?
혜련: 아직 거의 없어요. 아이디어 중에 하나인데 지금은 저희가 팀이 작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독립영화제, OTT, 공동체 상영 아니면 브랜디드 콘텐츠로 영상을 기획할 것인지 등등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뭐가 우선순위가 될지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게 유튜브에서 볼 수 없는 형태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느 시장, 어느 국가냐에 따라서 조금 더 달라지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요즘 뉴욕 타임스 Op-Docs나 뉴요커 다큐멘터리 등 해외 언론사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위주의 고퀄 영상들이 유튜브에 되게 많이 올라오거든요. 내셔널지오그래픽, CNN 이런 것들. 이미 해외에서는 트렌드가 시작된 건데 한국에서는 아직 유튜브라고 하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영상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제스: 저는 지금 회사(도모)에 들어오기 전에 영화 홍보 마케팅을 했었거든요. 5년 정도 다양성 영화, 예술 영화를 맡아서 해보기도 하고 아니면 대형 배급사에서 천만 관객이 드는 영화에도 참여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갭이 너무 큰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다양성 영화가 너무 소중하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관객이 드는 건 얼마 되지 않고... 그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되게 컸거든요. 사실 콘텐츠의 퀄리티랑 실제로 독자들에게 반응을 일으키는 결과와는 크게 연관이 없다는 게 저에게 굳어진 생각인데요.
혜련: 진짜 가슴이 무너지죠. 저도 이제 코리아 엑스포제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콘텐츠는 몇 만 뷰, 몇 천 뷰가 안 나오는데 1분 안에 뚝딱 만든 콘텐츠는 바이럴 되고 하는 걸 너무 많이 봐와서… 바이럴 되는 거에 공식은 없고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면서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이 이렇게 커지리라고 누가 예상을 했겠어요.
저는 미디어가 소비되는 습성이나 제작되는 습성을 생각했을 때, 자기 위안일 수도 있겠지만 천만 관객을 기대하고 만드는 콘텐츠보다 이게 내가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달할 것인가-라는 타겟팅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인터브이>>는 천만 관객을 지향하면서 만든 미디어가 아니라 우리 콘텐츠를 좋아하고 따라줄 커뮤니티의 일원들을 찾고 있거든요. 그 커뮤니티 영역이 조금씩 조금씩 확장되는 게 저희 목표고.
지금은 콘텐츠가 소비되는 생태계들이 굉장히 다양해졌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플랫폼이 굉장히 다양한데 모두가 그 모든 걸 볼 수는 없고, 하지만 그 생태계들을 봤을 때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플랫폼들이 존재하고 예전보다 더 많이 있다는 걸 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저는 무비(MUBI)라는 플랫폼을 되게 좋아하는데 독립영화나 예술 영화, 대중적으로 잘 볼 수 없는 영화들이 많이 올라와요. 그리고 의식적으로 서구 중심적인 큐레이팅을 피하기 때문에 파키스탄, 이란, 나이지리아에서 만든 영화들도 볼 수 있거든요. 그 플랫폼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 있는 게 최근에 아담 드라이버랑 마리옹 꼬띠아르가 나온 <아네트>랑 셀린 시아마의 최근 작품이 단독 상영을 하는 거예요. 처음으로. 그래서 그걸 보면서 너무 뽕이 차는 거예요.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마이너라고 부르는 취향이 커져가는구나 하고.
제스: 그러면 개인적으로 영감이나 영향을 주는 콘텐츠나 콘텐츠 제작자를 꼽을 수 있을까요?
혜련: 아니요. 저는 잡식형이어서 차별하지 않고 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의 여러 가지 면을 다른 방법으로 찔러주는 영상이나 콘텐츠가 있잖아요. 그래서 <백일의 낭군님>도 재밌게 봤고 <카다시안 패밀리>도 재밌게 보고요. 알랑 르네나 소다 카주히로나 아녜스 바르다가 하는 예술 영화도 엄청 재밌게 보고, 그리고 영상이 아닌 거에도 되게 많은 영감을 받아서 부지런하지만 게으르게, 책도 읽으려고 하고 박물관에도 가고, 그러려고 합니다. 포맷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문화예술이라는 영역이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거잖아요. 자기표현을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제스: 콘텐츠를 만들 때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그러니까 내가 만드는 콘텐츠에서는 이거를 놓치지 않고 싶다!라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혜련: 시선. 내가 어떤 시선을 가지고 기획을 하고 있고 인터뷰 질문지를 구성했고 촬영과 편집을 했는지, 그걸 단계 단계별로 일기를 쓰거든요. 그러니까 내 안의 고정관념이나 어떤 취향에 대한 선호도나 이런 것들이 묻어 있는지, 불안감과 희망과 이런 것들이 묻어 있는지 파악해야 콘텐츠의 방향이 조금 더 잘 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일단은 내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제스: 나의 시선이 잘 담긴 콘텐츠가 완성됐을 때 그 콘텐츠가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기를 바라세요? 어떤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라거나 이렇게 봐줬으면 좋겠다 하는 점?
혜련: 콘텐츠 특히 영상 콘텐츠는… 아니, 모든 콘텐츠는 타인의 시간을 확보해서 혹은 뺏어서 그 사람이 앉아 있는 시공간과는 다른 세계를 일순간에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순간이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진원의 나이테>는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아고산 지대의 나무들이 왜 쇠퇴해 가는가를 연구하는 과학자 진원 님을 조명하고 나무와의 관계를 탐구하는 15분짜리 숏 다큐예요. 그렇다면 그 15분을 보고 나서 나중에 1년이 지났을 때 영상의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무를 스쳐 지나다가 ‘영상에서 나무가 이렇게 예쁘게 보였었지’, ‘나무를 5분 동안 쳐다보면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 거지’ 이런 생각들을 찰나에 들게 만드는 콘텐츠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콘텐츠를 만들 때 절대로 세상을 바꾸거나 엄청난 혁명적인 변화를 기대하면서 만들지는 않거든요. 그냥 기억에만 남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뭔가 경험을 하고 그게 몸속에 기억이 됐을 때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묻어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건데 그런 기억의 효과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들의 인상에 남았을 때 그게 어떤 방식으로 남을까, 어떤 질문으로 나올까, 그런 것들에 관심이 가요.
제스: 본인의 기억에도 강하게 남아 있는 콘텐츠나 장면 같은 게 있을까요? 지금 딱 머릿속에 먼저 떠올랐던 게 있다면요.
혜련: 많죠. 동료들이 이 인터뷰를 읽으면 '이 사람이 이 감독밖에 모르는 거 아냐?' 할 수 있는데, 항상 이런 질문받을 때마다 딱 떠오르는 사람이 아녜스 바르다거든요. 프랑스의 영화감독인데 다큐와 픽션을 넘나들며 때로는 그 둘의 포맷을 혼합한 영화를 만드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굉장히 즐겁게 가지고 노는 그런 창작자예요. 창작자였죠. 몇 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근데 제가 뭔가 막막함이 느껴지거나 '나는 진짜 왜 이런 거밖에 못 만들지' 이런 생각을 하면 아녜스 바르다의 영상을 생각하거나 다시 보는데, 그 이유가 그 사람이 영상을 너무너무 재밌게 만드는 게 보여요. 이게 내 생사를 결정해 주는 무거운 것도 아니고, 한편으로는 되게 진지하게 접근하지만 한편으로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갖고 놀아보자 이런 플레이 풀한 장난기, 유머러스함이 너무 좋아요. 거기서 나오는 장면도 항상 제 감각들을 자극하는 새로운 문법을 가진 영상이 많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인터뷰이로서 스스로 영화에 자주 출연하거든요.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이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라는 다큐 영화에서 사진작가와 아녜스 바르다가 일반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서 그걸 건물만큼 부풀려서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담았는데요. 아녜스 바르다의 발을 기차의 크기만큼 뿌려서 붙인 장면이 있었어요. 근데 시골 기차역에서 일하는 분이 저거 왜 하냐 이렇게 퉁명스럽게 물었을 때, 아녜스 바르다가 너무 따뜻하고 진지하게 대답해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촬영을 하고 감독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 그 질문이 귀찮았을 수도 있는데 그 인터뷰어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걸 보면서 참 배울 게 많다고 느꼈어요.
제스: 말씀 들으면서 <<인터브이>> 영상에서 기억에 남은 장면이 떠올랐는데요. 이문동을 다룬 작품*에서 할머니가 손자랑 돌아다니다가 도로에 서 있는데 한 할머니가 지나가다 와서 서로 대화를 하시다가 가고, 다른 분이 또 오셔가지고 대화를 하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잖아요.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좋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이제 다큐 감독으로서 그 현장을 지켜봤을 때 굳이 이 장면을 고스란히 담아서 영상에 넣는, 그 시선이 되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또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는 작품**에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반장 할머니가 일어서 있고 선생님이랑 사담을 나누다가 차렷 경례하면서 인사하시고… 이런 에피소드들이 있잖아요. 그런 따뜻한 장면들이 저는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제가 궁금했던 거는 제작자로서 혜련 님께서도 그런 연출하지 않은 순간들을 맞이했을 때 개인적으로 갖는 소회라든지 제작자로서 ‘이 장면을 통해서 내가 뭘 만들 수 있겠다’ 이런 영감의 순간들이 어떻게 다가오는지도 궁금해요.
** <할머니가 글을 배워 너에게 편지를 쓴다> (link)
혜련: 일단 제 영상을 본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작품을 만들고서 내부적으로는 어떤 전략을 짤 수 있을까 이런 걸 검토하고 얘기하니까 시청자 입장에서의 피드백이 소중해서 그런 얘길 들으니까 너무 감사해요. 더 감사한 이유가 영상을 만들 때 딱 어떤 반응을 기대하면서 계산해서 만들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보는 분마다 약간 해석하는 게 다르고 와닿은 부분들이 다르더라고요. 그게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되게 재미있어요. 이제 제 손을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 머릿속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재구성되는 거니까 그 과정이 너무 재밌고.
<<인터브이>> 영상은 사실 되게 단순하게 만들거든요. 제가 지금 말하는 건 영상의 공식도 아니고 모든 영상을 이렇게 만드는 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인터브이>> 영상은 지금까지 퍼즐 맞추듯이 했던 것 같아요. 일단 촬영을 할 때는 무조건 카메라는 계속 틀어놔요. 왜냐하면 그래야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잡히기 때문에. 그리고 촬영할 때 항상 내 계획 이외의 여유 공간을 만들려고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같아요. 질문지에서 뭔가 주제와 관련 없는 생뚱 같은 질문을 일부러 한다거나. 아니면 카메라를 놔두고 일부러 화장실 간다거나… 되게 다양한 전략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예측하지 못한 인터뷰이를 담는 전략들을 많이 세우고 연출도 하고,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촬영분을 그냥 숙지하는 거예요. 제 머릿속에 기억처럼 남아 있을 때까지 공부를 하거든요. 촬영본을 공부하고 다 됐다 하는 그런 느낌이 오면 메모했던 걸 제쳐두고 편집을 시작하는데, 항상 뭔가 문처럼 열리는 영상이 있어요. 자다가 아니면 밥 먹다가 문득 ‘이걸로 시작해야겠다’라고 생각되는 핵심적인 장면이 있거든요. 그게 딱 잡히면 그다음 문이 보이고, 또 그다음 문이 보이고 계속 문을 열다가 보면 이 정도면 끝난 것 같은데 할 때 문을 닫는 거죠. 사실 그것밖에 없어요. 비밀이 없습니다.
제스: 그걸 말로 설명하기가 진짜 어렵잖아요.
혜련: 진짜 말로 설명하기 어렵죠. 그래서 저에게 이런 일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가진 감각들이 지금 어떤 문을 열고 싶은지 왜 열고 싶은지를 계속 언어화해야 방향이 더 잘 보이거든요.
제스: <<인터브이>>를 보면서 독자로서 재미있고 제작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이 또 있었어요. <<인터브이>>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뭔가 목적성을 가지고 출연하시는 게 아니잖아요. 그 콘텐츠의 주제나 소재는 정해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출연자분들이 나 지금 무슨 사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명시하기 위해서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어떻게 보면은 그분들은 일반인이고 현장에서 혜련 님의 역할은 디렉터이기도 하고 이걸 다 꾸리는 스태프이기도 한 입장에서 이분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부터 실제로 이분들에게 어떻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끌어낼 것인가 많은 고민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노하우도 많으실 것 같아서 그런 부분들이 궁금해요.
혜련: 기자 생활을 할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인센티브 때문에만 기자와 얘기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데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다면 그때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신뢰를 주는 거예요.
‘나는 알고 있다. 당신이 이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걸. 그러니까 어떤 이유에서든지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고 그걸 전달할 다리 역할을 내가 해주겠다. 근데 나는 튼실하고 착한 다리다’ 이런 신뢰를 계속 줘야 돼요. <<인터브이>>도 그렇고 제가 기자 생활하면서 제가 인터뷰를 한 분들은 시간을 내줄 이유가 없는 분들이에요.
<<인터브이>>는 소정의 출연료를 받기는 하지만, 거의 돈을 받지 않고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서 저와 얘기를 하는 건데, 그렇다면 그들이 왜 이런 시간을 내주고 싶을까 이런 고민 자체도 기획하면서 계속해야 돼요. 그리고 그게 인터뷰 질문지에 녹아나는 거죠. 그러니까 ‘그분들이 나와 얘기하고 싶은 이유가 뭘까, 어떤 욕망이 있을까, 그 얘기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구성해 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연출을 해요.
이제 <<인터브이>> 영상은 기사와는 좀 다르죠. 그래서 어떻게 접근하냐면, 그 사람의 지금 이 순간의 시간 엽서 같은 거거든요. 그러니까 ‘당신이 지금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상을 내가 아름답게 담아주겠다. 사진 앨범처럼 나중에 꺼내볼 수 있는 영상이다. 나와 이야기를 해주지 않겠느냐’ 이렇게 접근하면 많은 분들은 되게 하고 싶어 하세요. 왜냐하면 재미있어하시거든요.
제스: 실제로 영상에서 그런 점이 많이 느껴져요. 특히 지구 온난화를 다룬 작품*에서 양계장 하시는 분들을 찾아가서 담은 내용이 있잖아요. 슬레이트 박수를 치고 계속 해달라거나 그렇게 요청하는 짧은 순간들에서도 그분들이 현장에서 재미를 갖고 참여하신다는 게 느껴지고.
근데 그분들을 보면서 궁금했던 것 또 하나는 표면적으로 주제와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가 좀 어렵거든요. 그래서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이라든지 어떤 우연한 계기로 진행되었는지 들려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혜련: 정제된 언어로 얘기하면, 온난화 시리즈는 사실 우리가 환경에 관련된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고 나서 묶게 된 시리즈예요. 그래서 기후위기라는 메시지가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조금 더 색다른 관점에서 환경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주인공과 콘텐츠를 찾아보자- 한 거예요. 다행히도 <경희의 닭>이나 <진원의 나이테> 아니면 <온난화의 아이>라는 콘텐츠들이 이미 있었죠. 왜냐하면 저라는 제작자가 그 주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의식해서 마케팅적인 용어로 묶은 거예요.
제스: 섭외를 업무로서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게 굉장히 지난한 과정이고, 잠깐만 방심하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일들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마음가짐이라든지 본인의 방식이 있으시겠죠?
혜련: 네. 그런 마음가짐이 있죠. 최고의 정성과 최하의 기대치. 거절당하겠다는 건 디폴트로 생각하고, 하지만 섭외 이메일 같은 거는 최대한 정성스럽게 자료를 리서치하고 따뜻한 톤으로. 언어에 신경을 많이 써서 보내죠.
섭외가 최고로 어려웠던 경우는 심상정이었거든요. 코리아 엑스포제에서 일할 때 2017년 대선 피크 시즌이었어요. 근데 제가 심상정 인터뷰를 과제를 맡았는데 그때 그분에게 수백 개 수천 개의 요청이 들어왔을 거 아니에요. 그리고 주로 대형 언론사에 출연하는데 코리아 엑스포제는 조그만 독립 언론 매체고, 영향력이 우리 풀 안에서만 있지 심상정이 출연할 인센티브가 도저히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제 전략은 그냥 그 사람 책을 다 읽는 거였어요. '정성으로 깨부수자'라는 전략을 가지고 책을 다 읽고 책에서 인용문을 발췌해서 질문지에 녹여내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기자들과는 좀 다른 섭외 이메일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어요.
저는 무조건 작다고 해서 안 되는 거고 무조건 크다고 되는 건 없으니까 그냥 노력하면 운이 따르지 않을까?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거절당하면 뭐 다른 거 쓰면 되지, 다른 거 촬영하면 되지 이런 느낌이에요.
제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셨다고는 했는데 콘텐츠를 제작하고 계속 기획하는 거를 업으로 삼게 될 거라고 예상하셨는지, 그리고 혹시 언제까지 내가 이걸 업으로 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혜련: 지금에서야 내 업이고 앞으로 죽을 때까지 업으로 삼아서 이것저것 재밌는 거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이전에 20대까지는 장기적인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고 여행 다니면서 놀았거든요. 생계유지 될 정도의 돈만 벌고 되게 감정에 충실하고 즉흥적인 젊은이였어요. 지금도 젊지만.(웃음) 근데 그렇게 살다 보니까 제 감각들의 패턴이 있고 저라는 사람의 패턴이 있는데 일적인 부분에서 제가 내리는 결정들이 비슷한 지점의 공통분모가 분명히 있었고, 그게 쌓여와서 지금 콘텐츠 제작자로서 살게 된 것 같아요.
제스: 방금 여행 얘길 하셔서 문득 궁금해진 게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면은 여행에 대한 자기 취향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어떤 장소에 갔을 때 '나 이런 거 좋아하네, 앞으로 이런 여행을 해야겠다' 하는 스타일은 어떤가요?
혜련: 저는 무조건 한 군데에 오래 있는 걸 좋아해요. 많이 돌아다니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관광 명소도 꼭 안 봐도 되고. 여행을 가면 저는 다른 사람들이 1시간 걸을 길을 한 4시간 걸리거든요. 그래서 남편이랑 여행을 같이 가면 저를 기다려야 되니까 책을 가지고 가요. 저는 엄청 굼벵이처럼 다니면서 제 페이스에 맞춰서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어떤 곳을 가든 일상을 겪었던 것처럼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관광 명소에 갔을 때 걸작 앞에 서서 핸드폰으로 사진 찍고 그다음 그다음 걸로 넘어가거든요. 저는 그걸 보면 '그게 도대체 어떻게 마음속에 남을 수 있지? 지금 이 순간이?'싶어요. 그냥 핸드폰에 남겠죠. 근데 내 마음속에 남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생각했을 때 답은 시간밖에 없어요. 그 앞에 오래 있는 거 오래 바라보는 거 그런 여행을 좋아해요.
제스: 그러면 시간을 보냈던 여행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장소나 순간들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원하는 장소로 바로 순간 이동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을까?'라고 질문해본다면요.
혜련: 워싱턴 주 산골에 홀든 마을이라고 있어요. 굉장히 우연히 친구가 대화 속에서 흘려서 찾게 된 마을인데, 거기서 일을 하면 숙식을 공짜로 제공받아요. 그래서 교통비만 벌면 되는 패키지여행이거든요. 대학교 3학년 끝나고 여름방학 때 대학이 있던 미네소타 주에서 워싱턴 주까지 돈을 아끼려고 버스로 갔거든요. 근데 그게 36시간인 거예요. 한 번에 쉬지 않고 9번 환승해서 36시간을 가야 되는데 진짜 돈 아낄 생각만 해서 아무 리서치도 안 하고… 워싱턴 주에서도 또 3시간 배를 타고 거기서 또 40분 산맥으로 가야 돼서 헬리콥터 없이는 바로 못 가는 마을이에요.
거기서 5주 동안 하우스키퍼로 화장실 청소하면서 살았거든요. 5시간 일을 하면 나머지 하루 종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새로 사귄 사람들이랑 산속 깊은 호수로 등산도 가고 저기 산골짜기에 있는 시냇물에서 스키니 디핑(Nude swimming)도 하고 밤이면 은하수 구경하고 꿈속에 그리는 동심의 시절을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보냈었거든요.
저한테 그게 너무 소중한 이유는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건 사실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들과 생각들이잖아요. 몸뚱이도 있지만. ‘내 머릿속을 그런 아름다운 풍경들로 채우면 좋은 사람이 되겠다’ 이런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그 홀든 마을을 생각하면 되게 기분이 좋아요.
제스: 일상을 살다 보면 소중한 기억들을 상기시키는 게 어렵잖아요. 근데 말씀 주시는 얘기 들으니까 저도 그런 장면들이 떠올라서 역시 오늘 인터뷰하길 잘했다-이런 생각이 드네요. 제가 얘기 들었을 때는 모험을 즐기시는 타입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혜련: 맥락에 따라서 달라요. 그러니까 저는 일에 있어서는 모험적인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와도 그냥 예스 예스 예스! 한번 해보지 뭐, 이런 생각으로 하고 식당 가서 음식 먹는 건 굉장히 안정적이고 보수적이고. 폴더 정리는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정리는 깔끔하게 해야 돼요. 우리 미디어오리 사람들이 읽으면 또 한숨을 쉬겠네요. 제가 폴더 정리에 대해서 잔소리를 제일 많이 하거든요.(웃음)
제스: 아무래도 다큐멘터리고 인물이 중심이 되는 작품들을 만드시니까,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이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본인은 사람을 만나고 나서 그걸로 에너지가 충족이 된다 혹은 사람 만나는 일에 쓰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두 가지 분류 중에서 어떤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세요? 보통 외향적, 내향적이라고 하는 부분에서요.
혜련: 저는 아까 모험적이라는 얘기를 했었잖아요. 디폴트 값은 소심하고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내성적이고 불안감 많고 그리고 보수적이거든요. 그래서 세상에 아무런 자극이 없었으면, 나를 찌를 사람이 없었으면 진짜 침대에 누워서 하루 종일 유튜브만 볼 거예요. 실제로 그러기도 해요.(웃음)
대학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일 때는 대인기피증이 있을 만큼 사람 만나는 게 너무너무 무서웠고 극도로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회인으로서 저를 많이 경험해 본 이후로 내가 이렇게 쉬면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잖아요. 그래서 저의 매우 내항적인 면에 대해서 조절이 가능한데, 조절이 가능한 지금의 저는 사람 만나는 게 너무 소중해요. 왜냐면 제 성향이 굉장히 움츠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면 제가 확장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을 만나는 건 제 세계를 넓히는 도구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내가 넓어지고.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저는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제스: 지금 말씀 주신 거랑 연관되는 지점이 있는데, 지난 인터뷰이께서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셨어요. 대답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혜련: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기다움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다움이 뭔지를 정말 날카롭게 계속, 성실하게 질문하는 것. 그러니까 자기다움이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인간은 항상 변화하고 환경에 의해서 자아가 새롭게 재구성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환경에 따라서 자기다움은 또 변하거든요. 그리고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그렇다면 나를 구성하는 이 수만 가지 얼굴들은 뭘까? 그리고 내가 자기다움이라고 할 때 어떤 고정관념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제스: 회사 생활이든 개인 작업을 하든 그게 자기의 생활에 안착이 되고 거기에 익숙해지다 보면은 자신만의 루틴이 생기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들여다보거나 객관화시키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자기의 철학이라든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조차 뭔가 틀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라고 많이 자문자답을 하실 것 같아서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타입이신지 궁금해졌어요.
혜련: 저는 자기 객관화에 대한 언어화를 잘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사람이냐 그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스: 지금까지 만드신 콘텐츠 중에서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을 수가 있을까요?
혜련: 이런 말 하면 냉혈인간 같겠지만 솔직히 크게 애착 가는 작품은 없어요. 다 비슷하게 열심히 했고 그 과정이 되게 재밌었고, 하지만 결과물이 나온 지금은 그다음 걸 하면 되고… 딱히 막 기억에 남진 않아요.
제스: 그러면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나 아니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게 있으세요?
혜련: 네. 저는, 이 문장은 유명인들이 많이 반복해서 클리셰 같이 되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거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사회적이고요. 저든 타인이든 그 사람을 깊게 파고들었을 때 나오는 사회적, 거시적 맥락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물론 저는 자기중심적이니까 항상 제 자신에게 관심이 많고.(웃음) 요즘은 기후 위기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민도 많이 들고 관심이 많아요. 왜냐면 남편과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제가 여성으로서 뭘 포기해야 될지? 영상을 만들려면 진짜 체력적으로 힘든데 ‘아이를 낳고 양육하면서도 이 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게 너무 큰 고민이고 그걸 콘텐츠에 녹여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제스: 기후위기와 아이에 관련된 얘기가 나와서, <<인터브이>> 콘텐츠 중에 <온난화의 아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저는 사실 좀 어렵긴 했거든요. 흔히 사용되는 표현을 하자면 특히 오프닝 부분이 약간 난해하다라고도 생각이 되었는데, 혹시 제작하면서 그런 점이 우려되거나 하시지 않았어요?
혜련: 아니에요.
제스: 진짜로 나는 이렇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시도를 해보신?
혜련: 네.
제스: 정말 독특하고, 그래서 더 인상 깊었어요.
혜련: 그래서 저희 홍보팀에서도 좀 고민을 하겠죠.
제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국내의 많은 유튜브 콘텐츠들은 뭔가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는데 저는 독자로서 그게 매력적이라거나 깊이 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기보다, 한번 소비하고 마는 휘발되는 콘텐츠들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인터브이>>가 갖고 있는 가치라든지 앞으로 만들어낼 커뮤니티 안에서의 영향력, 이런 게 기대가 돼요.
혜련: 우리 마케팅 문구로 써야겠어요. ‘휘발되지 않는 콘텐츠’.
제스: 일이랑 연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자기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다고 하셨잖아요. 본인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혜련: 저 이 질문 너무 좋았어요. 왜냐면 바로 생각나는 게 있었거든요. 사랑과 적절한 거리. 그 두 가지는 함께 가야 되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제스: ‘적절한 거리’는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의 적절한 거리인가요?
혜련: 그렇죠. 네.
제스: 사랑이라는 워딩에 대해서도 각자 해석하는 범위나 형태가 굉장히 다르잖아요. 본인이 얘기하는 사랑의 형태나 질감은 또 어떤 걸까요? 그러니까 혜련 님에게 있어서 사랑과 적절한 거리란?
혜련: 이 가치라는 게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가치를 물어본 거죠?
제스: 꼭 그렇진 않아요.
혜련: 무엇이든, 사람이든 일이든 콘텐츠든 내가 하는 작업이든 나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동시에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제일 사랑하는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사랑하는 감정만 생각하고 이 사람에 대한 인간적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폭력적인 관계로 변질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잖아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에게 일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데,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을 너무 사랑하고 제가 만드는 영상이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는데 그 사랑의 결은 또 남편이나 엄마에 대한 사랑과는 완전히 다르죠. 근데 내가 이 사랑이라는 거에 압도당했을 때 일과 나의 관계는 나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파괴의 형태는 굉장히 다양하겠지만. 그래서 거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한동안 일을 하지 않는 거든 아니면 일을 할 때 내 모든 걸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이런 감정적 거리를 주는 거든 육체적 거리든 어떤 방식으로든 좀 타자화할 필요가 있어요. 모든 걸 나와 동일시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 순간들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제스: 그게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혜련: 맞아요. 정말 어렵죠. 제가 말은 잘한다 그랬잖아요. 행동으로 옮기는 건 어렵습니다.(웃음)
제스: 그러면 일이라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도 삶에서 중점이 되는 부분인 거잖아요. 일을 하는 주체로서 추구하는 방향이라든지 일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으세요?
혜련: 도모 씨밀레에서 얘기했었는데 저는 뚝심 있게 제 갈 길을 가고 싶고 그 길에 돈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큰 꿈입니다. 그 과정을 놓지 않는 것.
제스: 이 질문이 조금 추상적일 수 있는데, 본인에게 있어서 일은 어떤 의미일까요?
혜련: 일단 일은 생계유지와 최소한의 노후 보장을 위한 도구고요. 저에겐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제 세계를 확장하는 도구입니다. 세 번째는 그냥 재밌게 갖고 놀 수 있는 도구입니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서 제가 좋은 자세로 계속 고민하면서 일을 하면 사회적으로 뭔가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믿어요.
제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일이 나에게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어떤 시점에 느끼셨어요?
혜련: 아무래도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이 굉장히 커졌던 것 같아요. 생활을 20대 중후반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전에는 떠돌이 생활을 했었거든요. 토플 학원에서 일해보기도 하고 베를린에서 저널리즘 인턴쉽을 하기도 하고 단양의 농촌 유학 마을에서 교사로 일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뭔가 본격적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커리어가 생겼을 때 단기적으로나마 목적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1년 후에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니면 ‘이런 커뮤니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등등 목적이 생기고. 저널리즘, 그러니까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많잖아요. 인터뷰하는 과정 자체가 되게 좋았어요. 정말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거든요? 심상정 같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꼬맹이로서 일제 강점기의 신사를 기억하는 할머니라든지 아니면 싱글맘으로서 사회적인 움직임을 도모하는 사람이라든지. 유명하고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은 아닌데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제스: 요즘엔 ‘범람’이라는 표현이 적확할 정도로 콘텐츠가 너무 많잖아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철학이 있다거나?
혜련: 아까 천만 관객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대답했던 것과 비슷한 건데 사실 미디어라는 것을 정의하고 소비나 제작하는 방식이 10년, 심지어 5년 전과 굉장히 달라졌고 지금은 절대적인 미디어의 정의나 기준보다는 내가 제작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미디어를 좋아하고 어떤 기준을 삼을지를 고민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만큼 다양해진 거고, 저는 시청자이자 제작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고 드넓은 바다에서 제가 설 수 있는 공간을 조금씩 조금씩 찾으면 되는 것 같아요.
제스: 저도 사실 미디어나 콘텐츠를 봤을 때 그런 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시장에서 한계를 만나거나 벽을 느낄 때마다 약간 현타가 오고 풀이 꺾이는 것 같아요.
혜련: 제가 콘텐츠 제작사로서 가지는 가장 큰 고민거리는 플랫폼이에요. 어떻게 보면 플랫폼의 수가 다양해져서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지긴 했지만, 냉철하게 바라보면 소수의 거대 자본을 가진 플랫폼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거고 내 콘텐츠가 그들의 결과 맞지 않았을 때 나는 그걸 어떻게 극복하지? 누구를 찾아가야 되지? 결국에 제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에 올리는 것도 그 플랫폼에 올리는 거잖아요. 그들의 알고리즘에 완전히 조정당하는 거고. 아무리 극복하려고 해도… 그래서 그게 좀 많이 걱정돼요.
제스: 맞아요. 제작자로서 갖고 있는 고민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해보고 싶었어요. 저희가 오늘 나눈 대화를 통해서 반추해봤을 때 다음 인터뷰에게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좋겠다고 떠오르는 게 있으실까요?
혜련: 처음에는 그 질문을 생각했어요. ‘기후위기로 인해서 자신의 업이 어떻게 바뀔지 고민을 해본 적이 있나’. 근데 님과 대화하면서는 님께서 사랑의 결이라고 하신 거. 일을 사랑하나요?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하나요?
제스: 제가 첫 번째 질문은 조금 더 인터뷰이와 맥락이 닿아 있거나 아니면 뭔가 그분의 인사이트가 있을 법한 분에게 꼭 던져보고, 두 번째 질문으로 선택할게요.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혜련 님을 설명하는 데 너무 와닿네요.
혜련: 인생의 타이밍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한 3년 전에만 왔어도 이런 대화를 못 나눴을 것 같아요. 언어화된 시기가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제스: 저도 다른 분들을 만나도 그분이 평소에 자기를 잘 돌아보는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저랑 대화하는 시간만큼은 좀 더 들여다보고 언어화해보지 않았던 생각들을 꺼내보고 하실 수 있게 하려고 유도하는 편이에요. 너무 좋아요. 그러면 인터뷰는 이것으로 마칠까요?
혜련: 네, 수고하셨습니다. 좋아요. 질문이 너무 좋았어요.
<<인터브이>> 영상들이 그렇듯이 강혜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의 대화에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직업인으로서 지녀야 할 관조적인 태도와 동시에 신뢰성 있는 말투, 다정한 시선이 녹아 들었습니다. 질문하는 사람으로서 마주 앉아 물꼬를 튼 대화의 물결이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굽이치듯 흘러갈 때 이 순간이 오롯이 기억에 새겨질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터브이>>의 프레임을 통해 만나게 될 세상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관찰하고 '자기 객관화를 언어화'함으로써 순간을 덧없이 흘려보내지 않을 그의 용기와 솔직함을 빗대어 독자분들께 질문을 드립니다.
일을 사랑하나요? 어떻게 사랑하나요?
인터뷰이 강혜련 @mediaori
사진 김규형 @keembal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