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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n 25. 2020

문장 수집가의 책 일기 5

책이 뭐라고...

여전히 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하나하나가 영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이미지를 빼고 해 보았더니... 너무 딱딱해 보이는 게, 확실히 세상도 사람도 그리고 나도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가까운 사람들과 책에 대한 유튜브 채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얘기 나누고 생각했던 일인데, 지금 맹 훈련 중입니다. 역시나 의도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모은 내용들이 비슷한 것들이네요.

'행한다'라는 말은 정말 가볍고도 무거운 말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입니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일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생각이 신박하고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무튼 늘 말로는 반성을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하나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내놓는 아이디어가 너무 빨라서 아무도 호응을 안 해준다는 것인데... 그 타이밍이란 것도 결국은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 그런 마음은 참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나가오카 겐메이 블로그 3부작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제목 대신에 빨간 책, 하얀 책, 노란 책으로 부르는데, 책 디자인도 판형도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약간 뚱뚱해 보이도록 만들었는데, 페이지를 넘겨 보면 좀 부실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들고 다니는 재미,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당시 까지만 해도 너덜너덜하게 읽은 몇 안 되는 책들 중의 하나였지요.


굉장히 재밌게 그리고 열심히 읽었습니다. 디자인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계기라고 할까요... '시각(혹은 그래픽) 디자인'에 묶여 있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었고, 결국은 '나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해보고 싶다'하고 좀 다른 건가요? ㅋ)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르포르타주 혹은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목고 실습생의 죽음과 그 사회적인 배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은유 작가는 그전에 yes24에서 '다가오는 것들'이란 연재를 가끔 읽었던 것 같습니다. 짧은 글 속에서 묘하게 이질적인 것들이 부대끼는 그런 느낌이어서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었는데, 이 책의 서문은 제가 '명문'이라고 생각할 만큼 멋진 글이었습니다.


30쪽 정도 되는 글인데...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생각이 드는... 은유 작가가 뽑아 놓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누구인지 몰랐는데, ㅎㅎ 노벨상 수상 작가였는지는 몰랐었습니다. 암튼 이 글이 중요한 이유는 저도 정확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삶의 도서관' 역시 같은 철학의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 대한 글을 준비만 하고 있다가 결국 이렇게 슬쩍 꺼내 놓네요.

제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마음 한 구석에는 책에 대한 동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책'을 너무 무겁게 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라면 받침대로 때로는 낮잠 잘 때도 쓰고(머리는 좀 아플 수 있습니다. ㅎ), 인테리어 소품이 될 수도 있고,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화날 때 던지기도 편하고, 찓을 때의 쾌감도 있고... 암튼 책을 막 다루어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가가 좀 더 내려가야 하거나 아니면 저가의 상품들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천 원짜리 책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이 요즘 시대에 매체로서의 정체성을 찾았으면 좋겠는데, 이 역시 너~무 빠른 생각일까요? ㅠㅠ

사실 이 책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알라딘 블로그와 서재 서비스 등 제가 이용하던 책 목록 서비스를 다 뒤져도 안 나오더라고요. 이런 메모를 해 놓았다는 건 분명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는 뜻인데... 이렇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니... 책 자체는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나 봅니다. 


열 권을 읽는다면 두 권쯤은 말도 안 되는 책들이 나옵니다. 때로는 혹평도 하고,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것도 역시 한 세계를 이루는 구성이겠지요. 영화를 보면 '병맛' 영화만을 골라서 리뷰하는 친구들도 많잖아요. 책도 그런 병맛 책들을 드러내 놓고 씹고 뜯고 맛보고 그래야 하는데... 그렇다고 지금 훈련 중인 프로젝트가 이런 건 아닙니다. 한 구석에 그런 마음이 있긴 한데, 저는 책이든 영화든 병맛은 참 힘듭니다. 안 그래도 집중력 조루인데....

처음에는 알랭 드 보통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원리를 깨우치니 또 그렇게 쉽게 읽히는 글이 없더라고요. 요즘엔 잘 손이 안 가지만 한 때는 보통의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중의 몇 권은 참 좋은데...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도 괜찮았습니다. 제가 뼈속까지 무신론자라서 훨씬 더 이해하기 좋았습니다. 종교를 종교로 바라보지 않음으로써 종교가 얼마나 우리 사회와 생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원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책으로 보지 않음으로써 진짜 책의 가치를 알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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