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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Jun 09. 2023

괜찮은 척

당신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허락되거나 용납되지 않는 시간을 보냈나요? 그래서 지금의 괜찮아 보이는 모습이 사실은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괜찮은 척이라도 하자'하고 그냥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는 사람이 되려고 한 노력의 결과는 아닌가요?


숲길에 있는 마음 약방, 연남동 심리카페입니다. 


심리카페에서 상담을 해드리다보면, "전 괜찮은데요."라고 말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괜찮아서 괜찮다고 말을 하시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지금 안 괜찮은 상태인지를 모르고 습관처럼 괜찮다고 말하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고 안쓰러워지곤 한답니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조안 루빈 뒤취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미소 띤 얼굴을 하고, 누구에게나 다정하게 대하며, 행복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연기합니다. 그러나 그 내면에서는 수치심과 죄의식, 슬픔과 분노를 누르느라 바쁘죠. 이런 것들이야말로 당신이 느끼는 진짜 감정이지만 그것을 밖으로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감정들에 덤덤해져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감정을 숨기면서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진짜 자기 모습 대신 그림자처럼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아픈 기억과 상처받았던 것들이 당신 마음속에 단단히 똬리를 틀고 앉아 당신을 쥐고 흔들게 되죠.


그것은 두려움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의심이나 고통에 찬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요.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그림자로 살아가는 법을 택한 사람의 결과죠.


이런 선택을 택하는 이유에 관해 저자는 다섯 가지를 말해요.


반박당할까봐, 버림받게 될까봐, 벌을 받게 될까봐, 놀림감이 될까봐, 무시를 당하게 될까봐. 


이렇게 상처받고 다치지 않기 위해서 아무 문제도 없는 척, 괜찮은 척 살아가기로 한 이상 자기 모습 대신 그림자로만 살아가게 됩니다. 자신의 환경과 그 환경을 쥐고 흔드는 사람에게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죠. 


심리 정서적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환경이나 어떤 식으로든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자연스레 세상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뿌리 깊게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 두려움과 외로움은 자신을 약하고 부족한 존재로 여기게 만드는 반응들에 영향을 받아서입니다.


그나마 안전하게 보호받으려면 착하게 굴어야 한다는 학습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한다고 해서 좋지 않은 일들이 멈추는 것은 아니죠.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두렵고 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스스로 약하고 부족하다고 느끼죠. 계속 두려움에 젖어들고 외로움은 전혀 줄어들 기색이 안 보이죠. 


발작적으로 버럭 화를 내거나 성질을 부리는 부모 밑에서 자라난 사람은 부모가 보이는 행동의 변화나 말투, 기분과 몸짓에 지나치게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심하게 눈치를 보는 것도 당연하죠. 


잘 살피고 있으면 부모가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것을 미리 막거나 피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때로는 결과를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바꾸는 방법도 습득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자기 자신은 사라져가고 그림자는 더 짙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해봐, 솔직하게 말해봐, 진짜를 말해봐"라는 말에 어떤 말을 할지 막막해지는 상태가 됩니다.


 

정서적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환경은, 당신이 괜찮은 척 해야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돌보는 대신 끊임없이 남들에게 양보만 하는 삶을 습관처럼, 자동반사적으로 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러는 것은 자신의 심리 정서적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살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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