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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박사 Mar 26. 2024

06. 팀빌딩(3) : 팀원이 만든 성과

결과는 성과로 귀결된다.

 프로그래머가 없어도 만들 수 있는 게임이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코딩이 없어도 완성할 수 있는 게임이 있었다. 이 수수께끼는 게임 관련 수업을 할 때에도 자주 묻는 질문이다. 우리는 곧잘 착각하는 점이 있다. 인류의 삶 전반에 게임이 깔려 있는데, '게임'을 생각할 때 꼭 컴퓨터가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점이다.

보드게임이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장르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게임만을 만들어야 한다는 집단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기획서를 셋이 만들고, 두 사람의 프로그래머 모니터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길 한 달 정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간단한 시제품 제작 지원 사업 공고를 보고 기획자들이 한 곳에 모여 회의를 했다. 아이템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500만원 정도 되는 작은 시제품 지원 사업이기에 우리의 아이템인 게임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회의감 가득한 의견만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무언가 하기 위하여 모인 우리들 아닌가. 문득, 당시 'ungame' 이라는 게임의 즐거운 분위기를 진지한 형태로 활용하는 개념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마존에서 지금도 판매하고 있는 ungame


지금이야 게이미피케이션 등으로 보편화가 되어 있는 시기지만 그때 대한민국의 게임은 '게임중독'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큰 멍에가 가득한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시기였다. 게임을 긍정적으로 쓰는 것이야 말로 꺼내지도 못하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드게임을 기획하고 시제품을 제작했다.


 보드게임의 기획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내가 명명한 '부루마블 증후군'에서 탈피한 보드게임을 개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느 누구라도 설명서만 보고도 게임을 쉽게 플레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루마블 증후군은 마치 앵커링(anchoring)효과처럼 우리나라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처음 보드게임을 해보았다고 말하는 대상이 부루마블에 고정되어 모든 보드게임은 주사위와 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우리가 처음 접하는 보드게임은 고스톱이라는 전통의 카드 게임이..)


설명이 쉬운 보드게임은 매우 중요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기획하고 있던 게임은 즐거움을 넘어선 그 안의 진지함을 담기 위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룰이 복잡하면 익히는 것이 오래걸리지만 그만큼 재미가 있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그 명확한 수준을 정말 잘 지켜야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획회의 끝에 -여기서 오랜은 치열함을 뜻한다. 시간보다 깊이에 가깝다고 할까- 우린 서로 스트레스라는 것에 대한 정체를 잘 모르고 살고 있다는 정말 의외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게 게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스트레스블록이라 명명 지은 게임은 드디어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블록은 시제품 개발지원사업을 거쳐 총 세 번의 리뉴얼을 겪은 게임이다.



결과는?


2016년 게임학회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기능성게임상을 수상하는 영애를 안게 되었다. 기능성게임은 게임의 순기능을 여러 영역에 적용하는 게임을 의미한다. 첫숟갈에 바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첫 숟갈에 사실 배가 좀 불렀던 기억이...


이유는 모르지만... 막 기사도 실렸다.

https://www.donga.com/news/Life/article/all/20161011/80739979/1



 언젠가 존경하는 멘토 분께서 팀원의 구성에 대하여 걱정을 해주신 적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기획자 3과 개발자2는 누가 봐도 말이 안되는 조합이기에. 그럼에도 이 성과를 체험하며 깨달았던 것은 팀의 구성과 균형, 커리어 같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 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있었다.  


 요즈음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학생들 역시 팀원이다. 함께 성장해야 하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 존재이다. 스타트업이 내게 알려주고 내가 대학에서 실천하고 있는 가치관이라고 할까.




Fin

01. 스타트업이 망했다.

02. "창업"은 왜 흔하디 흔한 단어가 되었나?

03. 창업 아이템을 정하는 방법

04. 팀빌딩(1) : 진정한 창업의 시작

05. 팀빌딩(2) : 팀원이 스타트업을 발전시키는 과정 -1-

06. 팀빌딩(3) : 팀원이 스타트업을 발전시키는 과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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