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박물관이 신나는 나라
아이들도 박물관이 신나는 나라
거주지를 정착하고, 아직 남편이 바빠지기 전까지 무조건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갔던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곳은 가는 곳곳마다 박물관이 있으니 안 가 볼 수가 없다. 가까운 곳에 벌써 맨체스터 박물관, 미술관, 축구 박물관, 전쟁기념관, BBC 방송국이 있는 미디어 씨티, 100년의 역사를 지닌 도서관 등 여러 훌륭한 박물관이 있었고, 18세기 산업 혁명을 이끈 곳인 만큼, 산업과학박물관이 특히 잘 되어 있었다.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갈 때는 아이들이 지겨워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되었지만, 박물관이 모두 어린이 친화적으로 만들어져있고 재미있는 어린이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있어서 오히려 아이들이 박물관에 가는 것을 더욱 즐겼다. 무엇보다 모두 무료입장 이었다.
20세기 초에는 정말 비행장으로 쓰였던 창고 같은 곳에 전시되어 있는 옛날 비행기를 보고 신나하고, 4D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빅토리아 시대 하수구 통로에서는 정말 하수구 냄새가 나서 코를 막으며 좁은 길을 빠져나간다. 맨체스터에서 세계 최초로 발명 된 컴퓨터 앞에서 신기한 듯 쳐다보다가 과학 체험관에서는 실제로 실험을 해 본다. 이집트에서 가져온 진짜 고대 미라 옆을 살금살금 지나가며, 살아있는 카멜레온이 있는 야생관 앞에서 흥분한다. 박물관 내에 있는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며 종이로 건물 짓는 프로젝트에 빠져서 진짜 건축가가 되어본다. 115년 된 골동품 책상에도 직접 앉아보고, 옛날 군인들 옷도 입어본다.
맨체스터에 있는 동안, 박물관은 수시로 방문했는데, 그 때 마다 아이들은 지겨워하지 않고, 즐겁게 관람을 한다. 아이들이 박물관과 친해지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박물관 나들이로 채울 수 있었다는 것은 꽤나 좋은 경험이었다.
By dreaming m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