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민아 Mar 26. 2023

가질 수 없다면 과감하게 돌아서기

마침표


“난 그 애를 가졌던 적이 있을까?”라는 내 물음에 어떤 이가 그랬다.

“서로 가진 적이 있지. 근데 이젠 가지려 하지도 놓지도 않고 있는 것 같아 보여. “


그 사람을 가진 적이 있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이뻐해 주고 나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달려와 나를 다독이던 적, 내가 계속 눈에 밟히는 게 보이던 적.

어느샌가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이 하나 둘 줄어드는 게 너무나도 느껴졌지만 놓을 수 없었다.

놓치지 않기 위해 더 꽉 움켜쥐었었다.

하지만 내가 움켜쥐면 움켜쥘수록 모래알을 쥔 것처럼 흘러내려 바닥에 흩어질 뿐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을 곁에 있었지만 점점 속을 모르겠던 사람,

그 사람이 너무 중요해서 내가 계속 옅어지던 날들,

곁에 없으면 늘 불안해하던 내 모습들

모두 놓아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이젠 내가 가질 수 없는 사람이구나를 너무 잘 알겠어서

분명 내가 가질 수 없는 물건인데 계속 보면 더 갖고 싶고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무너지는 게 이 관계 같아서 그만 놓아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가질 수 없는데 붙잡아야 무슨 소용이고 혼자 끙끙 앓아봤자 나에게 무엇이 남을까란 생각의 마침표.

그 마침표를 찍고 나니 신기하게도 미련이 사라져 간단 걸 느낀다.

더 이상 나 없는 그 사람은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지도, 그 사람이 심심할 때 해오던 연락을 기다리지도, 나 없인 행복하지 않길 바라지도 않는다.


갖지 못할 것을 놓고 나니 그동안 뒷전이던 나를 돌아보게 되어 좋다.

내가 좋아하던 산책, 집중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너로 좁아졌던 내 시야를 사방으로 넓힐 수 있는 안목.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것에 나를 매달아 놓고 그 주변만 서성이며 의미 없는 시간을 갖는 일은 그만두고 멀리 넓게 행복해야지.



작가의 이전글 옷 정리를 했더니, 내가 보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