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쉬는 날이 되면 눈이 떠지자마자 옷을 걸쳐 입고 산책을 나선다.
처음엔 조깅을 하기로 마음먹고 무작정 나간 여정이었는데 마침 벚꽃이 만개했던 때라 혼자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흐드러진 봄날이었다.
보고자 하면 볼 수 있었던 것들인데 그동안 왜 잊고 지냈나 싶었다.
그 후로 계절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모습들을 꾸준히 보기 위해 휴무 날 아침이면 옷을 챙겨 입는다.
오전 시간에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조용한 가로수 사이를 걷는다.
예쁜 꽃이나 나무사이로 흐르는 햇살들을 마주할 때 자연스레 멈춰 그 순간을 담고 느껴본다.
날아가던 참새가 앉은 이유가 무얼까 가만 바라보기도 하고 흐르는 강물에 시선을 던져두기도 했다가 두서없는 산책을 마음껏 한다.
그러면 일할 때의 분주하고 예민한 나를 잠시 잊게 된다.
내 시간을 늘어진 테이프처럼 써도 아무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아무도 나의 시간에 관여하지 않는 온전한 나의 시간을 살다 돌아온다.
그렇게 쉬는 날을 시작하고 나면 마음이 편한 상태가 되어있고 남은 하루도 적당히 행복하기에 천천히 걷고 집으로 돌아오는 루틴이 생겼다.
나는 예전에 비해 꽤나 예민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런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걸으며 깨닫는다.
앞으로 빨리 나아가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려 나를 제일 재촉한 건 나 자신이었다.
잠시 이런 여유를 누리고 살아도 나는 뒤처지지 않는데, 좀 더 행복한 사람으로 한 발짝 걸어가는데.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엔 제법 행복한 내가 서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