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이가 되는 순간

by 신디

아이를 가져본 적 없는 팀장님은 아이가 생긴 나더러 '어른'이라고 하셨다.


처음엔 나도 내가 진짜 어른이 된 줄만 알았다.

학업-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사회가 정답처럼 여기는 코스를 끝까지 밟아낸 듯한 성취감도 들었다.


그러나 그 감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수십년동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갓난쟁이를 벗어난 아기와 함께한 단 몇 년만에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신나게 뛰어 놀던 놀이터,

어린이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눠먹은 붕어빵,

성질 고약한 캐릭터인줄만 알았던 루피가 사실은 요리 잘하고 밝게 웃는 비버라는 것과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을 구분할 정도로 공룡을 좋아하게 된 아이 덕분에 공룡 이름을 외우게 됐고,

하츄핑만 알았던 내가 무슨무슨핑이 어떤 시즌이고 합체하면 무슨 프린세스가 되는지를 알게 됐으며

십수년만에 찾은 동물원에서, 내 어깨 위에 목마 탄 아이가 뿌우 뿌우 하며 코끼리 흉내를 내는 모습. 그리고 코끼리는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동물이란 것

다 말라비트러진 초겨울의 낙엽을 잃어버린 지폐라도 되는양 한 장 한 장 모으던 것

눈이 펑펑 오던 밤, 아이와 함께 눈사람 만들던 것

첫 바다 여행, 넉넉한 수영복을 입어도 배가 볼록 나온 아이와 함께 한 모래놀이,

아침 이슬 맺힌 풀숲에서 찾은 달팽이를 찾고 기뻐했던 순간


분명 세상은 내가 경험했던 그 모습 그대로일 텐데, 단지 거기에 아이라는 필터를 씌운 덕분에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아이를 가진 어른이 된 게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마치 처음 겪는 아이처럼 느끼게 된 것이다.




세월이 지나 우리 아이에게도 언젠가 모든 것이 익숙해지고,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그 아이도 어른이 되었다는 착각을 하게 될 때쯤, 내가 겪었던 것과 같은 경험을 꼭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 그리고 그 핏덩이의 탯줄을 자를 때의 느낌,

첫 기저귀 갈이, 첫 목욕, 첫 분유 타기.

몸을 가누지도 못하던 때를 지나, 두 발목을 지면에 닿게 꽉 잡으면 등을 밀며 기어다니고,

뒤집듯 말듯 애태우더니 처음으로 뒤집기를 성공해서 모두가 박수치며 웃었던 순간.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점점 엄마, 아빠로 선명하게 들리고

흥건한 침 때문에 반짝반짝한 입술로 꺄르르르 웃는 소리를 듣는 그런 황홀한 경험들 말이다.


그렇게 되면 그 때 다시 아이에게 물어보고 싶을 것 같다.

아직도, 다 큰 어른처럼 느끼느냐고, 정말 어른이 된 것 같느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