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서 충분한 삶

by 신디

요즘따라 아빠가 좋다는 아이 덕분에 으레 엄마 몫이었던 목욕을 시키며, 아이의 온몸 구석구석을 바라본다. 섬섬옥수 손가락이 열개, 발등이 높아 귀엽고 통통한 발, 볼록한 이마, 토실토실한 볼떼기. 온몸 구석구석 어느 곳 하나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다.

그동안 살아온 삶이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았구나. 아이는 나의 소유물이 아닌 걸 알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아이의 모든 것이 나로부터 나온 것만 같고 그간의 삶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진다. 그래, 이 정도면 참 괜찮은 삶이다. 온 우주에 하찮은 나란 존재가 그래도 이만큼이나 의미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가는구나. 언젠가 내가 사라져도 이 아이는 여기 남을 것이고 그렇게 삶은 또 계속 이어진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으려 궁리하지 않는다. 커리어나 자산 측면에서의 대단한 성공도 쉬이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하는 삶 자체가 살아가는 의미이고 이를 좇는 삶 자체로서 이미 성공한 삶인 것을. 그것 말고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들 나를 똑 닮은 천사가 똥그란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고 그 아이와 욕조에서 물 튀기며 텀벙내는 것 보다 더 의미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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