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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27. 2023

인도에서 본 일출

두 번째로 만나는

새벽 네시반에 차를 타고 군자부리 사원으로 향했다. 군자부리는 시바신의 아내인 샥티의 가슴 부분이 떨어진 곳이다. 일출을 보는 명소로도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작년 11월의 초겨울날 나는 이곳에 왔었다. 그리고 지금 9월, 나는 또 이곳에 와있다. 같은 장소에서 기다리는 일출은 매번 새로운 느낌이다. 평일이라 운 좋게도 맨 첫 번째로 와서 맨 앞에 앉아 떠오르는 해를 기다렸다. 어두운 하늘에 떠 있던 별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의 얼굴이 환한 빛으로 인해 잘 보이기 시작했다. 눈앞에 펼쳐진 히말라야 산맥은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작품을 보는 듯했다.


빼꼼, 하고 점처럼 보이는 해가 나타났다. 아주 천천히, 나긋하게 그 얼굴을 보여주는 해. 높은 산맥이어서 해는 나의 눈높이에서 떠올랐다. 해가 완전히 올라와 동그랗고 강렬한 빛을 뿜는 모습이 태양의 신 수리야를 생각나게 했다. 태양에 경배하며 수리야나마스카라를 하는 나라 인도에서 만난 태양은 정말 강한 힘을 가졌다.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이곳에서의 소원은 정말 이루어질 것 같아서 경건한 마음으로 눈을 감게 된다. 작년에 찍었던 장소에서 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똑같은 장소에 있지만 그곳은 다른 곳이고 나 또한 달라져서 이곳에 와있다.


나의 바람대로, 늘 꾸어왔던 꿈대로, 그리워서 눈물을 흘렸던 그곳에 나는 다시 와있다. 결국엔 다시 와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작년에 빌었던 소원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지고 있고, 이루어졌고, 이루었다. 밝은 빛이 나의 소원을 듣고 나를 다시 이곳에 데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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