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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Sep 27. 2023

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인도에서 만난 소

저번에 차에 깔려 죽을 뻔했던 송아지를 마주쳤다. 지난 산책길에 송아지가 귀여워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운전자가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앉아있던 송아지를 그대로 깔고 지나가려고 했다.


느린 속도여서 송아지를 치진 않았지만 주변에 있던 인도인들이 순식간에 몰려와서 차를 때렸다. 차는 뒤로 물러났고 작은 몸집의 송아지는 다친 곳 없이 무사히 빠져나왔다. 차와 송아지 사이의 공간이 있어 다행이었다. 사람들은 무사히 구조된 송아지를 다들 쓰다듬고 토닥여주었다.


오늘 만난 그 송아지는 바닥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상태가 나빠졌을까 걱정이 되었다. 가까이 보니 다행히 괜찮아 보였다. 어미 소 옆에서 쉬고 있는 아주 작은 송아지. 눈은 어쩜 그리 크고 맑은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그의 이마에 손이 간다. 부드러운 이마를 쓰다듬고 코도 만져보고, 이빨도 구경하면서 손길 끝에 건강히 잘 살아라 하고 말했다.


손으로 쓰다듬고 조금 더 얼굴을 살펴본 것뿐인데 애정이 담겨서 그 송아지에게 마음이 간다. 작고 여린 존재가 오랫동안 잘 살아서 다음에 왔을 때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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