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rae Sep 28. 2023

Just let go, breath.

다 괜찮아

이제 리시케시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두 번째 주까진 시간이 천천히 흘렀는데 어느새 9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다. 한 곳에 오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조금 더 머무르고 싶어 진다. 다른 요가 수업도 듣고 싶고, 악기도 배우고 인도의 매력적인 춤도 배우고 싶다. 그러려면 3개월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오니 정신이 한국으로 가 있었다. 돌아가기 싫은 마음이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두통을 일으켰다.


요가 수련을 하면서도 잠깐씩 정신이 딴 데로 간다. 창문 밖에 보이는 리시케시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이 풍경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하고 생각했다. 매일 보던 풍경이 애틋해진다. 선생님께서는 수련을 마치고 사바사나 대신 명상을 한다고 하셨다. 볼스터에 앉아 눈을 감고 선생님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마음과 몸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천천히 말하시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냥 호흡해 보세요. 선생님의 편안하고 낮은 목소리가 흩어진 정신을 다시 여기로 데려왔다.


다, 괜찮아요.

Just let go, breath.

며칠간 돌아갈 생각에 복잡했던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선생님의 목소리. 눈을 감고 있는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래, 나는 지금 여기에 있지라고 생각하니 편안해졌다. 그리고 스르르 잠이 왔다.


명상을 마무리하고 선생님이 혼자서 옴을 외쳤다. 다 같이 하는 옴찬팅이었는데 오늘은 선생님 혼자서 찬팅 하셨다. 선생님의 옴 찬팅이 따뜻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 ’옴‘하는 소리가 따뜻한 손으로 느껴져 왼쪽 어깨에 닿았다.


천천히 눈을 뜨니 선생님과 학생들이 보인다. 나를 바라보듯 눈을 마주치는 가네샤도 보인다. 나는 아직 이곳에 존재한다. 며칠 남지 않은 꿈 속에서 조금만 더 있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