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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 Mar 29. 2024

인도에서 준 붉은 실

나의 일부가 되는

인도에 가면 사람들의 손목에 하나씩 엮여 있는 빨간색 노란색 실의 팔찌가 있다. 푸자를 하며 누군가의 사제분이 둘러주었을 것이다. 그들은 인도에 머무르는 내내 샤워할 때도 풀지 않고 내 몸의 일부처럼 여기며 그 팔찌를 계속하고 다닌다.


샤워를 하고 나면 수건으로 물기를 꼭꼭 닦아주고 풀리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게 된다. 사진을 찍을 때도 보이는 붉은 실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나의 몸의 일부 같아져 점점 익숙해진다. 처음 둘러진 팔찌는 인도에 온 걸 환영해, 여기 있는 동안 이 실이 너를 지켜줄 거야 라는 의미이다. 코스가 끝나면 또다시 푸자를 하는데 그때도 또 한 번 붉은 실이 사용된다. 그때는 그동안 고생 많았어, 마무리를 축하해라고 하는 의미다.


실을 감으려고 내어지는 손목, 그걸 바라보는 나의 눈에 실이 채워졌던 첫 순간과 현재가 포개어진다. 처음 팔찌를 감았을 땐 모든 것이 어색하고 어리둥절했는데 두 번째 실을 감게 될 땐 모든 게 아련해진다.


이제 그 실은 내 손목에서부터 빠져나와 시바와 가네샤 신의 목에 둘러져있다. 거실을 지날 때마다, 또는 무언가를 기도할 때 신과 실을 만지며 소원한다. 신을 믿지 않지만 그들은 믿게 된다. 파괴를 담당하는 신 시바에게, 지혜를 주고 액운을 물리쳐주는 가네샤에게 손길을 건네며 나의 이마에, 가슴에 나만의 방식으로 성호를 긋는다.


신이시여, 하고 시작해 마음속으로 어린아이처럼 바라고 도와달라고 말을 하면 그들은 내가 미소를 잃지 않도록 선물을 가져다준다. 그 선물을 발견하는 눈을 가지는 것 또한 그들이 하는 일. 조금만 기다리면 서러웠던 어제와 다른 날들을 두 손으로 내밀어 내 얼굴 앞에 가져다준다. 나는 여전히 그리워한다는 말을 길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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