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디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겠어. 각자 자기 몫의 짐을 오롯이 짊어지고 가는 걸. 설령 그 짐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가벼워 보인다고 해도, 각자에게는 각자의 고통이 선명한 법이니까.
내가 가끔 농담처럼, 입버릇처럼, '다음에는 부잣집 애완견으로 태어나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그 귀엽고 해맑기만 한 강아지들도 고민에 밤잠을 설칠 때가 있다더라. 절대적으로 가볍고 무거운 고통이라는 건 없어. 그저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산이, 그렇게 크고 험난해 보일 수가 없는 거야. 그럴 때면 자꾸 주저앉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남들은 다 괜찮아 보이는데 왜 나만 이런가 죄책감도 들고. 그런데 실은 다 힘든 거였더라. 환하게 웃는 눈부신 얼굴의 뒤편에는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위태로움이 있더라. 저 사람이 늘 밝아 보이는 건, 타고나기를 그런 게 아니라. 부단히 애쓰는 이의 조용한 외침일 때도 있더라.
그러니까, 그럴 때일수록. 다 놓고 아무도 날 모르는 곳으로 영영 도망가고 싶어 질 때일수록.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사실. 올해의 내가 배운 건 딱 이것 하나 뿐이야.
말 안 해도 다 알 것만 같은 그런 사이라고 해도. 내가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아무도 내 손을 잡아줄 수가 없더라고. 나 지금 여기서 힘들다고, 그러니까 나 좀 붙잡아 달라고. 그렇게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또 참 신기하게도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꽉 붙잡아 줄 사람들이 참 많더라. 나는 이제야 조금씩 삶을 알아가고 있어.
또 때로는 내민 손을 재빨리 거두고 싶어 지기도 하고, 상대가 내민 손을 내가 잡아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하고.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기까지는 참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지만. 사람은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어린 나는 느리게 배워가고 있어.
내년의 나는, 어느덧 대학의 마지막을 앞둔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어 있으면서도 또 나 스스로가 홀로 바로 설 수 있기를 바라. 물론 마주 잡는 손이 나를 살아가게 하지만, 내가 나로 온전해야 다시 누군가가 내민 손을 잡아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