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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Sep 17. 2023

차도에 그림을 그리고 온 쌍둥이

2023.09.17

주말에 쌍둥이랑 뭐할까. 엄빠가 평일 내내 하는 고민이다. 

지난주에도 뭘할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아빠는 결국 찾아냈다. 바로 서리풀 축제. 주말에 서리풀 축제가 열린다는 기사를 심드렁하게 읽고 있는데 아빠 눈에 확 들어온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스케치북'. 서초동의 10차선 도로를 막고 축제를 하는데 가장 먼저 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도로에서 '마음대로' 그림 그리기라는 것이다. 차도라고 하면 차를 타고 달리거나, 건널목으로 건너보기만 했지, 그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비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어쨌든 추진하기로 엄빠는 합의했다. 


토요일 수영수업을 마치고 바로 지하철 역으로, 다행히 시작할 즈음에 서초역에 도착.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이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분필을 나눠주는 분을 만나 한통씩 받고, 방석도 얻었다. 이제 그림만 그리면 되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미리 준비해간 우산을 쓰고 계속 그렸다. 다행히 비는 오는 둥 마는 둥. 


아빠엄마도 그리고, 도로위 화살표에 색칠도 하고, 아빠랑 그림 이어그리기도 해보고....마지막은 아빠의 '똥그림'으로 마무리. 한시간 남짓 놀았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쌍둥이도 엄빠도. 


짜장면까지 먹고 집에 돌아오니 비가 제대로 오기 시작했다. 쌍둥이들은 "우리 그림 다 지워지겠다" 걱정. 아빠가 한마디 더 보탰다. "아빠가 그린 똥그림 때문에 똥물이 될텐데 어쩌지?" 쌍둥이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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