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2
요즘 둥이들의 마음이 안좋다. 친구의 '배신' 때문이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둥이들은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 밖에는 해결법이 없다는 것이다.
둥이와 친구 A는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초등학교도 같이 다니는 중이고, 오후에 일정이 없는 요일에는 정기적으로 만나 놀기도 했다.
그런데 A에게 요즘 '더 친한' 친구가 생긴 모양이다. 이제 A에게는 둥이보다 그 친구가 우선이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그런 것이다.
이 정도였으면 둥이도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둥이와 A는 이미 '영원한 친구'를 맹세한 사이다. 유비, 관우, 장비처럼 도원결의를 하거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혈서를 쓰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여튼 영원히 잘 지내자고 했단다. 그리고 A가 '배신'을 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A는 그 좋아하는 친구가 없을 때는 둥이에게 놀자며 살갑게 다가온다고 한다. 그러니 배신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어제는 야근이라 아내에게 전해만 들었는데, 아침에 학교갈 때 둥이 표정을 보니 자못 심각하다. 이제 A가 말을 붙여도 대답도 안할거란다. 차근차근 유준이게 설명을 해보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건 어쩔 수 없어. 원래 마음이란 그런거야. 둥이가 배신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데, 그렇다고 무시하거나 밀어내지는 마. 그러면 다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거야" 유준이는 이해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A와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단다. 그리고 나서 학교로 들여보냈는데 어떤 친구가 유준이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장난을 친다. 하필 A다. 유준이의 뾰로퉁한 표정이 멀리서도 보인다. A는 계속 장난을 치고 유준이의 표정은 풀리지 않고, 우재는 아예 멀찍이 떨어져서 걸어간다. 아....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남의 마음. 아빠가 예언하는데, 둥이들아 그게 앞으로 인생에서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