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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단순히 나쁜 사람,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

심리학자가 생각하는 이 말의 의미는?


출처: 더쿠, 펨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습니다.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짧은 글은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책에서 인용된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리적 경향을 간결하면서도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행동을 단순하게 판단하면서도, 자신에 대해서는 온갖 이유와 맥락을 들어 복잡하게 변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 현상은 단순히 개인 간의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집단 간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심리학에서는 이를 다양한 인지적 편향으로 설명합니다.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근본적 귀인 오류란 사회심리학에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로,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그 사람이 처한 상황보다는 개인적 특성이나 성격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을 말합니다. 즉, 타인의 행동은 '그 사람 자체'의 문제로 보려는 오류입니다.


예를 들어, 한 동료가 업무 중 실수를 저질렀을 때, 우리는 종종 “저 사람은 무능력하다”거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업무량이 너무 많았거나, 명확한 지시를 받지 못했던 상황적 요인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상황적 요인보다는 당사자의 특성이 더 많은 것들을 설명할 때가 있습니다. 대단히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거나, 천운을 타고난 사람들은 아무리 상황적 요건이 불리하더라도 '개인기'로 난관을 돌파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럴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 어떤 경우든 본질적으로는 상황과 개인 요인을 모두 살펴야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꽤 높은 확률로 그것을 간과합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오류'라는 표현이 붙게 되었지요.


이러한 오류는 타인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판단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이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면 타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거기까지는 알기도 힘들고 알기도 귀찮다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


행위자-관찰자 편향은 나의 행동은 외부 요인(상황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타인의 행동은 그 사람의 내적 특성(성격, 능력)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경향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길에서 넘어진다면 "도로가 미끄러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넘어진다면 "저 사람은 부주의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편향은 우리의 사고에서 자기중심적 시각을 강화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님의 말마따나 "나는 복잡한 사정을 갖고 있지만 어쨌든 좋은 사람"이고, 타인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어쨌든 단순히 나쁜 사람"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편향 때문입니다.


이 편향은 집단 간 관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내집단이 실수를 했을 경우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라며 외부 요인을 탓하지만, 외집단이 실수를 했을 경우 “그들이 원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인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내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고, 복잡한 이유를 품고 있다고 여기지만 외집단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뒤에 설명할 외집단 동질성 편향 이야기입니다.




걔네들 다 똑같다니까~
OO 에는 왜 그런 사람들만 모여있는지 원~~





외집단 동질성 편향(Outgroup Homogeneity Bias)

외집단 동질성 편향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외집단)의 구성원들은 모두 비슷하다고 인식하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내집단)의 구성원들은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A 학교 학생들은 모두 이기적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외집단 동질성 편향의 사례입니다. 반면, 내가 속한 학교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각자 성격도 다르고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이 편향은 개인 간 관계를 넘어 집단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외집단 동질성 편향은 유명한 집단심리학자 타즈펠Tajfel의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사회 정체성 이론에서는 사람이 내집단을 긍정하고, 외집단을 배척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외집단 동질성 편향 역시 '외집단을 배척하려는 성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걔네들은 다 똑같아.", "다 나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 외집단 내에 속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은 외면한 채 한 통 속으로 싸잡아 비난하려는 태도니까요.

이 현상은 국제적, 문화적 갈등에서도 관찰됩니다. 특정 국가의 사람들을 '모두 게으르다'거나 '모두 성실하다'는 식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외집단을 단순화한 편견의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집단에 대한 각종 고정관념이나 편견들도 외집단 동질성 편향의 한 사례입니다.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재단하는 일이니까요.







결국 “타인은 단순히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은 우리가 지닌 다양한 인지적 편향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편향은 자연스러운 심리적 반응일 수 있지만, 이를 인식하고 스스로 경계하지 않는다면 타인이나 외집단에 대해 부정적이고 편협한 시각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저의 목표는 이러한 편향을 극복하고, 타인이나 외집단을 보다 공정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타인의 행동을 판단할 때 상황적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고, 집단 간 차이를 단순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복잡한 마음을 가졌다면, 상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별로 안 친한, 다른 집단의 사람들도 그건 똑같습니다. 비난은 가깝고 쉽지만 이해와 포용은 참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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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 글쓰기, 직장심리, 자존감, 목표관리, 마음건강, 메타인지, 외로움 극복, 공간활용의 심리학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 가능합니다(출강 제안 환영). 허작가의 사이콜로피아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제 소개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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